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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한국인에게 내장된 금강산 DNA,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by 정소슬 posted Nov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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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내장된 금강산 DNA,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금강산 관광 21주년과 남북 경협

[오마이뉴스] 19.11.18 11:11 l 최종 업데이트 19.11.18 11:11 l 김종성(qqqkim2000)

 

 

 

한국인들한테는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의 DNA가 내장돼 있다. 이곳은 옛날부터 한민족 전체에게 그런 곳이었다. 조선 후기 문인 겸 화가인 표암 강세황은 <표암기>에 실린 '유(遊)금강산기'에서 "산을 유람하는 것은 인간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며 금강산 관광을 예찬했다.

 

한민족이 금강산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조선 정조 때 김만덕의 사례에서도 알수 있다. 제주 거상인 김만덕은 1795년 제주에 대기근이 돌고 아사자가 속출하자,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식량을 구입한 뒤 제주 사람들을 구했다. 정조가 상을 주려 하자, 그가 사양하면서 했던 한마디가 정조 측근 채제공이 지은 <만덕전>에 소개돼 있다.

 

"한양에 가서 임금님 계신 곳을 바라본 다음에 금강산에 들어가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해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제주 여성의 육지 상륙이 금지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부유한 김만덕한테는 임금님 하사품을 받는 대신, 육지를 밟아보고 금강산을 관광해보는 게 더 절실했을 수도 있다. 육지에 갈 수 없는 제주 여성들의 마음속에서는, 금강산이 한층 더 환상적인 산으로 자리잡고 있었을 수도 있다.

 

김만덕처럼 사회활동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만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한 게 아니다. 금강산 유람기인 '유금강산기'에서 강세황은 "어린 애들과 여성들도 이갈이할 때부터 귀에 익숙해지고 혀에 오르지 않음이 없다"고 말했다.

 

젓니가 빠지는 이갈이 때부터 한국인들이 금강산에 익숙하다고 강세황은 말했다. 한국인들이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어릴 적부터 금강산에 관해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정선의 <금강전도> 같은 금강산 그림이 제작되고 전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변함 없는 금강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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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의 <금강전도>.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이런 금강산 사랑은 한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고려나 코리아 국호를 들어본 일이 있는 외국인들도 금강산을 좋아했다. '고려'란 국호는 '한국'이란 국호와 더불어 조선시대에도 외국에서 많이 사용됐다.

 

실학자 이수봉(1710~ ?)은 <지봉유설> 제2권 지리부(部)에서 "풍악산을 속세 사람들은 개골산으로 부르지만, 승려들은 금강산으로 부르기도 하고 열반산으로 부르기도 하고 기달(怾怛)산으로 부르기도 하며 중향성(衆香城)으로 부르기도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들 중에는 고려국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직접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강산이 천하에 알려진 지는 오래됐다."

 

이처럼 한민족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금강산을 좋아했다. 옛날부터 한국인들이 금강산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의 그 같은 금강산 사랑은 20세기를 지나고 21세기에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변함없다. 이 사랑은 최근 들어서는 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금강산을 관광이나 심적 음미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민족경제 차원에서 새롭게 재조명하는 관점도 나타나고 있는 것.

 

SNS에서 추출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강산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학술 논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개월 전인 지난 9월 <관광경영연구> 제23권 제5호에 실린 관광경영학자 노희경의 논문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인식 변화 연구: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중심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논문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SNS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강산 관광'이란 키워드와 함께 검색되는 텍스트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란 단어를 검색했을 때 어떤 단어들이 연관되어 나타나는지를 조사하는 방식의 논문이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개시되고 2008년 7월 11일의 고 박왕자 씨 피격을 계기로 중단됐다. 논문에 따르면, 2008년 7월 10일까지의 5년 동안에 '금강산 관광'과 함께 추출된 단어는 주로 '북한, 개성, 남북, 현대아산, 공단, 사업, 관광객, 여행, 코스, 시작, 지역, 통일' 등이었다.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2008년 7월 11일 이후의 5년 동안에는 '남북, 사업, 회담, 문제, 이산가족, 상봉, 관광객, 현대아산, 정상화, 중단, 정부, 사건' 같은 키워드가 많이 검색됐다. 금강산을 '이산가족'과 연관시키는 SNS 텍스트가 많아진 것과 더불어, 피격 사건으로 인한 파행 상태를 반영하는 '문제·정상화·중단·사건' 같은 단어가 많이 검색된 게 특징이다.

 

한편, 2013년 7월 11일부터 2019년 7월 10일까지의 최근 6년 동안에는 피격 사건과 관련된 단어가 크게 줄어들고, 경제와 관련된 단어가 크게 늘어났다.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5년의 기간에는 남북, 북한, 미국, 대북, 대통령, 관련주, 제재, 정부, 상승, 트럼프, 경협, 사업 등의 키워드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전부터 검출된 '사업'에 더해 '관련주'나 '경협'이 최근 6년간 많이 검색됐다는 것이다. 논문은 아래와 같이 결론을 내린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전에는 여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키워드의 빈도가 높았으나, 중단 이후에는 중단의 계기가 된 사건에 대한 키워드와 정상화에 대한 인식이 나타났으며, 금강산 관광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함께 대두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제적 기대감과 정치적 문제 중심으로 금강산 관광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을 경제 문제와 연계시키는 시각이 이 논문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설문지 조사 방식으로 국민 인식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거의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2015년 10월 수도권 및 서울의 공공장소에서 면접원들이 설문지를 배포하고, 회수된 520부 중에서 내용이 부실한 22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498부를 분석한 이재형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의 논문 '남북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금강산 관광 재개 인식 연구'도 그런 연구 중 하나다.

 

2018년에 <관광레저연구> 제30권 제12호에 수록된 이 논문은 "남북관광은 정치적 상징성(긴장 완화, 이해와 화해, 통일 의식 향상 등)이 높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양자 간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설명한다. 먹는 일을 금강산 구경의 앞자리에 배치하는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라는 속담처럼, 금강산의 경제성(食)을 중시하는 시각이 국민들 사이에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실증적 연구 결과다.

 

이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금강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착은 여전히 높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금강산을 통한 남북경협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의 철거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남한 민중의 의지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일이 많아지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남한 정부가 지금 당장에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적극적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랜 옛날부터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의 DNA가 내장돼 있기에,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금강산을 그리워하며 이곳을 다시 찾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쪽 여론이 금강산을 매개로 한 남북경협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남북 두 정부의 정책결정에 고려 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8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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