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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전영선, "문화는 통일 아닌 '통이'로 가야"

by 정소슬 posted May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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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없는 한반도] ① 전영선 "문화는 통일 아닌 '통이'로 가야"

[메트로신문] 최종수정 : 2018-05-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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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선 교수는 한국인의 통일 의식 저변에 깔린 '하나 되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 교수는 "통일이 된다면 남북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이 공존하는 통이(通二·通異) 사회로 가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이범종 기자

 

한국인에게 '휴전선 없는 한반도'는 가상현실(VR) 속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현실과 상상이 만난 '증강현실(AR)로 다가왔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전문가들을 만나 증강현실로 다가온 한반도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한국 사회에) 남북은 같아야 한다는 집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이 바라보는 북한은 실제가 아닌 상상에 가깝고, 분단 70년간 분화된 문화를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역시 문제라는 설명이다.

 

지난 25일 대학로에서 만난 전 교수는 "남북은 문화 영역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통이(通二·通異)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간 틀거리 만들고 체계적 교류해야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간교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는 북한 사람의 삶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이 간과된 부분이다. 기존 관행이나 경로로만 북을 봐와서 그렇다. 우리 당국도 마찬가지고. 김정은 시대에는 무엇이 북한을 움직이는가. 경제 문제만 보지 말고 문화 쪽 변화도 읽어야 한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올해 강릉에서는 물론, 평양 귀환공연에서도 고위층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불렀다. 일종의 '해금 조치'다. 북한이 한국에 던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그냥 지나치고 북핵만 바라보고들 있다."

 

-남북은 70년간 의식구조가 분화됐는데 '문화 통일'은 가능한가.

 

"한국인은 통일을 두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거나 '통일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저렇게 달라졌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광복 이후 하나의 국가를 만들지 못한 좌절이 큰 탓이다. 아직도 통일의 당위성에 '같은 민족'이 가장 크게 꼽힌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남북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이 공존하는 통이(通二·通異) 사회로 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교류하며 공통점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문화 교류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산발적인 민간단체 교류는 남북 관계 진전에 현실적인 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는 정치·경제적 문제를 돌파할 적절한 아젠다를 주지도, 장기적인 안정성을 주지도 못한다. 북한 내부에서 대외사업 할 수 있는 역량이 얼마나 되나. 한국은 시민단체가 많지만, 북한은 분야별 교류를 전부 수용하기 어렵다. 지금은 남북 정부가 '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양측이 함께 만든 틀 안에서 사회문화 교류가 있어야 한다. 규모가 큰 분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번 '봄이 온다' 공연에 실무진 단장으로 윤상이 갔다. 당국간 협의 때는 통일부가 아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갔다. 각 분야에 맞는 부처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정부 주도의 틀거리 마련은 이런 것이다. 말라리아 방역 같은 보건의료 사업 역시 예전같으면 시민단체가 나서겠지만, 이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북한에 결핵약이 필요할 때 대부분 민간사업에서 결핵약을 지원했다. 회충약도 너무 많이 줬다. 적재적소가 아닌 순간적인 지원은 받는 쪽도 힘들다. 이러니 동남아 시장에서 구호품이 발견된다. 당국 간 틀거리를 만들 경우, 북한 내 물자 보급 방식과 수요를 이해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한 '공동연락사무소'가 중요해 보인다.

 

"정부가 군사와 철도 등 분야별 부처 인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틀거리가 마련되면 지방자치단체나 적십자, 종교 단체 등이 나서고, 이후에 북한 관광이 논의될 시점에 규모 작은 단체가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의외로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이런 세부적인 부분이 북핵에 묻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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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교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과 민족문화유산 발굴 사업, 스포츠 교류 등은 비정치적 사업임에도 정권에 따른 굴곡이 있었다"며 "당국 차원에서 민간 교류의 안정적인 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범종 기자

 

◆추상적 당위성 내려놓고 실제 삶을 봐야

 

-교류의 조건은 북한의 일상에 대한 이해일텐데. 북한 사람의 생활을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필요할까.

 

"음악 교과서에 남북의 음악을 병기하거나, 체육에 북한의 씨름 방식을 소개하는 식의 고민은 필요하다. 지금 통일 교육에 대한 공학적인 고민이 없다. 교과목 삽입이냐, 별도 기회 제공이냐, 교육은 지자체가 주도할 지 통일부가 이끌지에 대한 논의 없이 필요성만 강조되는 상황이다.

 

분단 이후 통일 교육의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통일 노래 부르고 글짓기 한다. 다행히 통일전문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 등 통일 교육을 중점으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있다. 통일 하려면 이런 여건이 숙성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통일의 의미와 가치는 어떤 것인지, 통일학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는 통일이 강제된 의식으로 다가와, 염증과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이제 통일은 실천이 아닌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문화인류학적 연구와 지역학적 조사도 필요하다."

 

-한국인은 북한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나.

 

"내가 '북한에는 공산당이 없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놀란다. 북한은 1946년에 조선노동당을 창당했다. 공산당이 아니다. 또 농담으로 '북한이 애국가 연주하겠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면, 좋아한다. 북한의 국가 이름도 애국가다.

 

언어도 오해가 많다. 한국에선 북한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로 부른다며 대차대조한다. 실제 북한에서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얼마 없다. 예전 '이른 아침에 구두에 흙 묻었으면 산에서 내려왔다는 뜻이니 간첩'이라는 식의 교육의 연장이다."

 

-북한을 다루는 뉴스에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내용이 많다. 이 때문에 오보의 중심에 서 있곤 한다.

 

"현송월이 김정은과 밀회하다 걸려서 기관총에 맞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국 언론에 문제가 많다. 여명거리를 두고 '본보기 아니냐' 하는데 북한은 계속 도시개발을 해왔다. 일부 고위층만 산다는 식으로 보는데, 도대체 북한에만 고위층이 몇 만명이 있다는 뜻인가. 사실에 대한 고민이 없다.

 

내가 이런 강의를 하면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고들 한다. 북한을 이해하는 기준이 현실 속 북한이 아닌 '나'에게 있다. 특히 분단이 오래 이어지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각자 사실을 취사 선택해 받아들인다."

 

-지금 북한은 왜 달라졌을까.

 

"잘 살고 싶으니까.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돈을 이해했다. 북한은 개혁개방을 해도 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중국으로부터 배웠다. 북한은 인민들이 잘 살게 되면 정권도 안정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우리의 오해도 여기에 있다. 누구나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발전을 원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정권 유지를 전제로 주민들을 잘 살게 하고 싶어한다. 이대로는 인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김일성대 국제학부를 대학으로 독립시켜 자본주의를 연구해왔다. 개성공단 역시 국제경제지구를 겨냥하고 출발했다.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북한은 남한과의 사회문화 교류보다 중국과의 경협이 훨씬 이득이다.

 

한국인의 착시현상을 예로 들겠다. 300만달러가 북한에 갔다. 그럼 30억원인데, 그 정도로 북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퍼주기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에 대한 분석 없이 '인상 비평'만 한다. 논리구조가 없다. 사실판단 대신 가치판단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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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교수는 북한 역시 지도층의 발전 욕구가 있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유지될 수는 있지만, 인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현재 북한의 계획을 설계하는 인물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이 제일 크다"며 "북한 내부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범종 기자

 

◆'우리처럼 된다' 기대 말아야

 

-독일 통일 사례를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나.

 

"착각이다. 히틀러 이후 동서독 모두 세 가지를 갖고 있었다. 비판적인 지식인과 야당, 교회다. 동독은 '유럽 문화'라는 성숙된 자산도 갖고 있었다. 혁명은 사람들의 오랜 결집과 동의, 정신적 구심점들이 있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의식을 비유하자면…. 일본인에게 '천황은 없다'고 말해보라."

 

-북한도 동독처럼 정치와 경제 조건이 비슷해야 할텐데. 북한의 민주화 가능성은.

 

"경제력이 성장하고, 민주화 의식도 자력으로 생겨야 한다. 중국으로 치면 국민이 주석 욕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착각이, 북한은 우리처럼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자체로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다. 김 위원장이 숨을 거둔다 해도, 북한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북한은 단순한 일인 독재 국가가 아니다. 그곳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개국공신 그룹이 각자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 부장의 아들은 아버지의 나이에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다."

 

-북한은 문화예술 창작에서 공연까지 당이 통제한다. 특히 자본주의적 사상요소 유입에 민감하고, 한국 매체를 접하면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 민간 교류에서 북한의 형법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빈도와 내용에 따라 다르다. 어떤 작품인지,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보는 지 등이 고려된다. 고의적인 배포와 남한 노래인지 모르고 부르는 경우는 처벌이 다르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한국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4차산업혁명 시대다. 디지털 통일 문제는 어떻게 보나.

 

"현재 북한은 과학기술 분야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교류라고 해서 민족이나 문화 문제로만 갈 이유는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 사회문화 분야 역시 4차 산업 관련 분야는 충분하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출처 :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805300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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