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왔네요"
날씨가 조금 풀렸나 싶어
미루고 미뤘던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데
우체통에 낯선 엽서 하나가 꽂혀 있었다.
"정소슬님 첫눈이 왔네요"
잊고 살았던
옛 그 엽서는 분명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순,
구들목 이불 밑에 몸을 밀어 넣은 듯
가슴이 데워져오는 거였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情이던가?
얼마 만에 맡아보는 사람 냄새이던가?
노상 사람 속에 묻혀 사는 우리들이지만
실상은
사람 속에서 사람이 늘 그리운 우리들의 일상이 아니던가.
사람 속에서 사람이 그립다
비린 갯바람에 등창이 꿰여
거꾸로 매달려 살아온 내 청춘
이제 그 보채던 기름기도 다 빠져나가고
한잔 술 끝에 씹히는 무슴슴한 고독만이
얇아진 몸피 밖에 드러누웠다
젊은 한 시절, 살 속에다 꾸역꾸역 구겨 넣었던
비린 언어들이 옆구리를 들쑤시며
호시절을 얘기하자는데, 나는 오늘
바람막이가 달아나 버린 주막에 앉아
속절없는 배뇨에 전율하는
어느 풍만한 여인의 미라를 헤집으며
사랑 속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과메기/『내 속에 너를 가두고』중에서)
과메기 한 꾸러미를 보내주신
그 분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