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첫눈이 왔네요"

by 정소슬 posted Dec 12,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첫눈이 왔네요"

 

DSC03559_rz700.jpg

 
날씨가 조금 풀렸나 싶어
미루고 미뤘던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데
우체통에 낯선 엽서 하나가 꽂혀 있었다.


"정소슬님 첫눈이 왔네요"


잊고 살았던
옛 그 엽서는 분명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순,
구들목 이불 밑에 몸을 밀어 넣은 듯
가슴이 데워져오는 거였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情이던가?
얼마 만에 맡아보는 사람 냄새이던가?


노상 사람 속에 묻혀 사는 우리들이지만
실상은
사람 속에서 사람이 늘 그리운 우리들의 일상이 아니던가.

 


사람 속에서 사람이 그립다
비린 갯바람에 등창이 꿰여
거꾸로 매달려 살아온 내 청춘
이제 그 보채던 기름기도 다 빠져나가고
한잔 술 끝에 씹히는 무슴슴한 고독만이
얇아진 몸피 밖에 드러누웠다
젊은 한 시절, 살 속에다 꾸역꾸역 구겨 넣었던
비린 언어들이 옆구리를 들쑤시며
호시절을 얘기하자는데, 나는 오늘
바람막이가 달아나 버린 주막에 앉아
속절없는 배뇨에 전율하는
어느 풍만한 여인의 미라를 헤집으며
사랑 속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과메기/『내 속에 너를 가두고』중에서)

 


과메기 한 꾸러미를 보내주신
그 분이 고맙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1'
?

산문 기타

Prose and etc. /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들

  1. 25
    Sep 2016
    18:52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까지...... (임윤의 <디아스포라> 감상평)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16 가을호] 내가 읽은 변방의 시 한편 디아스포라 / 임윤 꼬리는 무거운 그림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덜컹대는 걸음으로 역사를 지나가는 기차 시베리아 거쳐 우랄 넘어 모스크바에 닿아도 우수리스크역 급수탑의 고...
    By정소슬 Views87
    Read More
  2. 20
    Mar 2016
    13:07

    냉소의 앞니가 드러나 버린 변방 냄비들 (채수옥의 <앵무새> 감상평)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16 여름, 창간호] 내가 읽은 변방의 시 한편 앵무새 / 채수옥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By정소슬 Views237
    Read More
  3. 18
    Mar 2016
    13:01

    이 시대의 시인으로 산다는 천형(天刑)

    跋文 이기철 제5시집 『별책부록』의 발문 이 시대의 시인으로 산다는 천형(天刑) 정소슬(시인) 이런 난감한 막걸리 차를 몰고 다니지 않는 이기철 시인(이후 읽기 편하게 '그' 혹은 '시인'이라 칭하겠다)은 ...
    By정소슬 Views221
    Read More
  4. 10
    Apr 2015
    13:41

    정소슬과 함께 하는 힐링 포엠

    <<인문학서재몽돌 詩 콘서트>> ... 강의 : 1시간 30분 === 정소슬과 함께 하는 힐링 포엠 === 정소슬 : · 1957년 울산 망성리 출생. (본명 정정길) · 2004년 계간 <주변인과 詩>로 작품활동 시작. · 2006년 ...
    By정소슬 Views633
    Read More
  5. 16
    Dec 2014
    22:22

    시집을 부치며

    시집을 부치며 - 비주류가 주류에게 오래 간 준비해온 시집을 냈다. 이 홈페이지에 책을 내겠다고 시집 제목까지 붙여 방을 만든 지(2010. 8. 8)가 어느덧 4년이나 지났으니 꽤 묵혀진 시집이랄 수 있겠다. 2006년 『내 속에 너를 가두고』를 내면...
    By정소슬 Views298
    Read More
  6. 08
    May 2014
    23:26

    오늘은 어버이 날!

    오늘은 어버이 날! 나도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줄 자식이 둘이나 있는 엄연한 어버이! 그러나 내 가슴에 달 카네이션보다 내가 카네이션 달아드려야 할 어머니께서 살아 계시는 그저 한 자식일 뿐인 날입니다. 올해 여든 셋의 연세건만 아...
    By정소슬 Views426
    Read More
  7. 19
    Jan 2014
    12:54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정호승 시인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며 시를 썼고 안치환이 그걸 노래로 만들어 술자리마다 흉금을 풀어놓았는데 나는 그만한 시도 못 쓰고 그만큼 노랠 부를 재간도 못 가졌는지라 해마다 ...
    By정소슬 Views676
    Read More
  8. 12
    Dec 2012
    19:12

    "첫눈이 왔네요"

    "첫눈이 왔네요" 날씨가 조금 풀렸나 싶어 미루고 미뤘던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데 우체통에 낯선 엽서 하나가 꽂혀 있었다. "정소슬님 첫눈이 왔네요" 잊고 살았던 옛 그 엽서는 분명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순, 구들목 이불 밑에 몸을...
    By정소슬 Views783
    Read More
  9. 23
    Jul 2011
    17:04

    詩는 抒情이다.

    모처럼 무거동 모 삼계탕 집에서 대학교수인 Ahn, 모 기업 부장인 O, 중등교사인 Lee, 빌딩경비원 Jeong, 이렇게 네 시인이 모였다. 계절이 초복과 중복 사이이니 삼계탕은 딱 제격, 그것도 한방 삼계탕이라 그 값이 충분히 기대되었다. 이게 얼마 만인가? ...
    By정소슬 Views1463
    Read More
  10. 18
    Apr 2010
    01:24

    천안함 함미가 건져지고

    천안함 함미가 건져지고 천안함 함미가 건져지고 그 안에서 어린 내 아들들이 불귀의 넋이 되어 돌아온 이 슬픈 시기에 매스컴을 살피노라면 현 보수 권력층과 수구언론 논객들에 의해 '군사적 보복'이란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고 있다. 누구에게 ...
    By정소슬 Views19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