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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인디언의 기우제

by 정소슬 posted Apr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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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기우제


 

indian_rain.jpg

 

 

20년만에 옛 상사를 만났습니다.
으∼ 그러니까 80년대 내가 울산 H중공업 다닐 때
우리 부서장이었던 분이죠.


그 분 밑에 7, 8년을 일하던 나는 뛰쳐나와 중소기업으로 갔고,
그 분은 거기서 본부장까지 지내시다 2년 여 전에 포항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번에 시간이 있어 그 분을 찾아뵈었는데
거기 몇 개 회사를 관장하는 부회장이시더군요.
내가 사표를 낼 때 몹시 말리셨던 분으로 군 제대 후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당시 제겐 아버지 같은 분이셨죠.

 

그래서 내가 사회생활을 모두 접고 시(詩)에 빠져 첫 시집을 냈을 때 그 분께도 부쳤던 건데 그걸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그 외에도 그 분은 짬짬이 나의 소식을 들으셨는지
절망에 빠져 허덕대던 저의 지난 10년을 아시고는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자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데 그 이유를 아나?"고 묻더군요.
"글쎄요......"
"인디언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지!"


가슴이 싸했습니다.
나는 과연 기우제를 지낸 적이 있던가?
지난 10년간 한번이라도 지낸 적이 있었던가?
절망을 절망하고만 있지 않았던가?


울산으로 돌아와
내게 비 내릴 날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기우제를 지내기로 했답니다.


(2008. 2. 15)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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