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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우리는 왜 별 등 아래 '둥지'로 만족하지 못할까?

by 정소슬 posted Aug 25, 2017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17 가을․겨울호] 내가 읽은 변방의 시 한편



 우리는 왜 별 등 아래 '둥지'로 만족하지 못할까?

정소슬(시인)



 

새 정부의 국토부 수장이 입각하자마자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란 부동산 정책부터 내놓았다. 하지만 통 약발이 안 먹혀 채 두 달도 안 돼 다시 강공책을 쏟아 붓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특정 지역 아파트들을 급속 냉동실로 집어넣은 꼴(바로 이것이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가 아닐는지?)인데 살짝 꼼지락거리기만 해도 아파트 벽체가 바싹바싹 바스러져 내리는 '살기'가 느껴져야 할 터인데, 정부가 바라는 바도 그 가공할 '살기'일 테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글쎄요? 로만 여겨지는 듯 보인다.

 

역대 어느 정부 없이 이 부동산 정책은 뜨거운 감자였다.

땅의 넓이에 비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이 나라에서의 부동산 정책은 특히 민생 파급력이 지대한 건설업 경기와 맞물려 있어 거의 국책 사업처럼 다루어 온 게 사실인데, 부양과 규제라는 양단 정책의 한계는 그때마다 늘 정부 신뢰도를 훼손시켜 결국엔 투기 양성화에만 기여하게되는 기형의 난 정책으로 악습 되어 왔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이번 정부의 강공책 일변에도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자들은 그들 입에 발린 사자성어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또 들먹이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만 부수게 될 것이다!"고 비아냥거림 일색이다. 말이 전문가이지 여태 투기를 조장 유도하면서 그들 뱃대지를 채워온 전문 모리배(이 정부는 '적폐'라 칭한다)들이 아니던가? 익히 알면서도 앞으로의 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더 두고볼 밖에 없는 건 오랜 기간 학습화되어온 지난 정책 실패들과의 당착, 그 고질적인 난이성(難易性:딜레마) 때문일 텐데

 

과연 이번 기회에 심하게 뒤틀려 제 몸을 파고든 소의 뿔을 바로잡을 수가 있을까?

 

 

    둥지 건축술 / 박무웅

     

     

    저 촘촘하게 엮인 집 한 채

    땅 보다는 흔들리는 잠에 마음 뺏긴

    집 한 채

    집이란 저와 같아야 한다

    부리로 엮은 집, 한 마리 벌레를 잡듯

    마른 풀을 고르고 매듭지은

    한 그릇 고봉밥 같은 둥지

    세상의 어떤 화폐로도

    팔기도 사기도 힘든 집

    새들이 원한,

    딱 그만큼의 쓸모로 만들어진 집

     

    전력도 없이 보일러도 없이

    마냥 따뜻한 집

    허가도 필요 없고

    상수도 하수도도 건설되어 있지 않지만

    360도 와이드 전망과

    저 넓은 하늘을 지붕으로 두고

    셀 수 없는 별들의 전등이 켜지는 집

     

    그러다 쓸모가 다하면

    바람이 다시 풀어가는 집

    그해 내린 첫눈이 마음 놓고 녹아가는

    첫 꽃잎의 낙하를 받기도 하는

    아, 내 어릴 적 온 식구가 북적이던

    단칸방 같은

     

    - 《사이펀》 2017년 여름호

 


먼저 '둥지'와 '집'에 대한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둥지 : [같은 말] 보금자리(1. 새가 알을 낳거나 깃들이는 곳).

집 :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둥지'와 '집', 글자 모양만으로도 '둥지'는 지붕 없이 둥글 둥글고, '집'은 지붕을 이루는 추녀 끝과 주춧돌마다 각이 나있다. 그래서 '둥지'에 부딪히면 둥지가 헐릴지언정 내 몸은 상할 거 같지 않는데 비해, '집'은 제 몸 지키려는 각의 경직성 때문에 내 몸이 성하지 못할 것만 같다.

더 깊이 뜻풀이를 뜯어보면 '둥지'는 '알을 낳거나 깃들'인다는 목적이, '집'은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집'이 '산다!'라는 의미에 방점을 둔 반면, '둥지'는 '번식'이 주목적임을 풀이해놓고 있다.

 

그래서 새는

 

과시하고자 집 지을 이유가 없다.

내 일신 하나 누이겠다고 집 짓지 않는다.

더구나 재산 늘이겠다 집 짓지도 않는다.

더더군다나 자식에게 물려주려 집 지을 리도 없다.

 

인간은, 오로지 인간만이

 

백 년짜리 제 육신의 과시과욕과 대대 물리겠다는 그릇된 편욕(偏慾)으로

수 백년 썩지 않는 양회 구조물과 화학도료를 깔고 덮고 두르고,

짧게는 300년(저준위 방폐물[작업자가 사용한 작업복, 장갑, 공구 등등]의 경우) 길게는 수 만년(고준위 방폐물[원자로 안에 사용한 핵연료]의 경우) 동안 차폐해야 무해해진다는 원자력 전기로 주야를 밝히고 방을 데우고 온갖 잡것을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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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하여 요즘 부산 울산 일대가 몹시 뜨겁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이 <고리원자력 1호기 영구 정지와 신규 5,6호기 건설 중단>을 지시하면서 불붙은 탈 원전 찬반 논란인데 이제야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겠다 자료를 찾다보니 한 마디로 머리에 쥐가 난다. 생소한 전문용어 일색에다 이해가 아뜩한 천문학적 숫자들로 섬뜩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이를 간명하게 요약한 기사 하나를 찾았는데 올해 2월 27일자 한겨레신문 [1만년 뒤 인류는 핵쓰레기 알아볼 수 있을까(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84269.html)]란 제목의 기사 일부를 발췌해보면

 

"원자력발전소에서 원료로 태우고 남는 사용후핵연료는 맹독성 방사성 물질 덩어리여서 땅속에 1만~10만년을 묻어두어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경수로의 경우 우라늄(U-235와 U-238)으로 만든 연료봉을 3년 동안 태우고 나서 폐기물로 끄집어낸다. 여기에는 플루토늄(Pu-239)과 넵투늄(Np-237), 아메리슘(Am-241) 등 고독성의 초우라늄원소(TRU) 등이 포함돼 있다. 우라늄도 여전히 93%가량이 남아 있다. 이들 원소의 산화물이 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사람들이 호흡할 때 허파에 들어가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고독성이라는 것은 이들 핵종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사람 몸에 쬐었을 때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들 원소의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플루토늄-239는 2만4천년, 넵투늄-237은 200만년, 아메리슘-241은 430년이다. 우라늄-235는 7억년, 우라늄-238은 지구 나이와 비슷한 45억년이다."

 

이해가 되는가?

흔히 '반만년 유구한 역사'라 하여 겨우 5천년의 우리 한반도 역사를 추적 내지는 유추하여 자랑스러이 가르치고 드라마도 만들어 즐겨 보고들 있는데, 무려 몇 만 년에서 몇 억 년 동안 후손들이 살 땅에 내가 쓴 폐기물을 파묻어 두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하기 그지없는 무지무식하고 무책임한 짓(반인륜 범죄라 해야할)이었단 말인가?

정책 당국자는 물론 과학자들의 방임 방조도 대(代)를 뿌리째 멸해야할 만큼 죄가 크다 하겠다.

-------------------------------------------------------------------------

……즐기고 자랑질 삼고 방탕하면서

 

수시로 묻는다.

스스로에게 따지듯 다그친다.

 

―이대로 행복하냐고?

―이대로 즐겁냐고?

―이대로 만족하냐고?

 

그 답은 늘 허영의 굴레에 압박 받아온 만성적 배고픔이며 불평 불만족이며 무한 집착에 빠진 탐욕이다.

필시 새처럼 훨훨 날지 못하는 이유가 이 탐욕의 무게 때문일 거다.

 

'땅 보다는 흔들리는 잠에 마음 뺏긴'

'한 그릇 고봉밥 같은'

'세상의 어떤 화폐로도/ 팔기도 사기도 힘든'

'딱 그만큼의 쓸모로 만들어진'

'전력도 없이 보일러도 없이/ 마냥 따뜻한'

'허가도 필요 없고/ 상수도 하수도도 건설되어 있지 않지만/ 360도 와이드 전망과/ 저 넓은 하늘을 지붕으로 두고/ 셀 수 없는 별들의 전등이 켜지는'

 

이 얼마나 우리가 고대하고 염원하던 환상의 집인가?

오늘도 이런 환상적인 집을 지어드릴 테니 어서 보러 오라는 전단지가 문틈으로 날아든다.

방문하기만 해도 사은품이 주어지고 계약자들에겐 특별 추첨을 통해 집 값과 맞먹는 외제 승용차를 준다는 파격적 꾐까지 등장한다. 갖가지 감언이설에 지금 당장 그 집을 계약하지 않으면 몇 천 몇 억을 단번에 손해볼 것 같은 문구도 어김없이 박혀 있다.

 

'쓸모가 다하면/ 바람이 다시 풀어가'도 아쉽지 않고

'그해 내린 첫눈이 마음 놓고 녹아'내려도 그저 마음 푸근하기만 한

'첫 꽃잎의 낙하를 받기도 하는/ 아, 내 어릴 적 온 식구가 북적이던/ 단칸방 같은'

 

이렇듯 이렇게 정감 넘치는 감성적 '쓸모'의 집에도 왜 우리의 가슴은 만족되지가 않는 걸까?

우리들 욕구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번식을 위해 봄내 지었던 새의 '둥지'를

풀어 없애는 바람의 손길이 바빠진 이 계절,

출산율 최하위라는 오명의 이 나라는

휘황한 오명의 집합체인 집들을

왜 이리도 많이 필요로 하는 건지

 

저-어-쪽

 

기장군 장안읍 고리 하늘을 눈여겨보게 된다.

분명 저 하늘 희뿌연 어딘가에 그 답도 함께 숨어있을 것만 같아…….

 



박무웅 시인

park_mu_woong.jpg

1995년 《심상》 등단. 시집 『공중국가』외. 2015년 한국 예술상 수상. 현 월간 《시와표현》 발행인 겸 편집인. 도서출판 「달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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