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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냉소의 앞니가 드러나 버린 변방 냄비들 (채수옥의 <앵무새> 감상평)

by 정소슬 posted Mar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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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16 여름, 창간호] 내가 읽은 변방의 시 한편


 

 

앵무새 / 채수옥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를 낳고, 낳는데


저녁은

간혹

버려진 유령의

흉내를 낸다.


이 축축한 혓바닥이 닳아 없어져야 똑같은 문장이 사라지겠지.


수십 년 전에 죽은 할머니 엄마들을 갈아입고 언니들이 신생아실에서 태어난다 빨간 립스틱 위에 할머니와 엄마를 바르고 시장에 간다.


- 《포엠포엠》 2015년 겨울호에서



<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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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충남 청양 출생. 200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비대칭의 오후』. 부산작가회의 회원.



<감상>



반란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앵무새의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의 백화요란(百花燎亂)이 판치는 세상에서 '빨간 립스틱 위에 할머니와 엄마를 바르고' 나타난 어느 '언니'의 도도한 변복을 「전설」이라 해야 할지 「우국」이라 해야 할지는 오로지 그들만의 권력 '다르게 우는 법' 안에서의 작은 내분일 뿐, 잠시의 소요였을 뿐.
우린 다만
그들 불난리에 냉소의 앞니가 드러나 버린 변방 냄비들,
'유령의 흉내'를 야료질할 혓바닥조차 모진되고 없는 적빈무의들!            


그랬다. 여름날의 뜨거웠던 그 소란은 갔다. 수다의 가을도 쓸리듯 지나가고, 겨울은 겨울답게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새싹이 돋기 시작한 봄에 이르러서야 <교보문고 북뉴스>의 '지난 10년간 소설 누적판매량 조사 발표'가 있었는데 (2016.3.2일자 배포자료)


1위, 베르나르 베르베르(프랑스)
2위, 무라카미 하루키(일본)
3위, 히가시노 게이고(일본)
4위, 기욤 뮈소(프랑스)
5위, 신경숙(한국)
6위, 김진명(한국)
7위, 공지영(한국)
8위, 파울로 코엘료(브라질)
9위, 조정래(한국)
10위, 조앤 K.롤링(영국)


단연 주목되는 작가가 한국인 최상위에 올라있다.
이것인가?
종북빨갱이니 간첩이니 아니면 전쟁이니 위기니 하는 안보 스캔들로 정권을 유지해온 보수정권 집단들. 자극적인 누드화보 또는 불륜 스캔들로 왕년의 인기회복을 노리는 연예인 스타들……. 너무나 흔하게 봐온 풍경들이 아니던가.
그거로구나 스.캔.들!
우리 모두 그들의 '스.캔.들 프레임'에 농락 당했구나. 떠들썩한 여론몰이에 꼼짝없이 '본방사수'를 성공시켜준 꼴이구나. 아!
잠시 냉소를 드러내 보인 앞니가 쓰라리고 민망하다. -정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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