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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정소슬과 함께 하는 힐링 포엠

by 정소슬 posted Apr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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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서재몽돌 詩 콘서트>>   ... 강의 : 1시간 30분



 

=== 정소슬과 함께 하는 힐링 포엠 ===

 

 

1정소슬.jpg

        정소슬 :

          · 1957년 울산 망성리 출생. (본명 정정길)

          · 2004년 계간 <주변인과 詩>로 작품활동 시작.

          · 2006년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 출간.

          · 2014년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 출간.

          ·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밥동인 등으로 활동 중.

          · 홈페이지 : http://www.soseul.pe.kr/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정소슬입니다.

먼저 저는 전문 강사도 늘 교단에 서는 교직자도 아니고 하여

오늘 할 얘기들을 이렇게 적어왔습니다.

이걸 초등학교 국어책 읽듯 읽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지목하여 시를 낭독하시는 분께는

사인이 된 제 시집을 곧바로 드리겠습니다.

이 자리는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드는 자리이니

많은 박수로 호응해 주시고 마음껏 즐겼으면 합니다.

 

 

 

<여는시>

 

키스 p.22   ...... 조윤숙 시낭송가 (초대 손님)

 

 

길을 가는데

길가 떡잎 하나, 땅에 묻힌 비닐을 뒤집어쓰고

누런 숨 몰아쉬고 있었다

누가 저런 시련을 주었나 사죄하듯이

비닐을 뜯어

그의 숨구멍 틔워주고 떠났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나의 길은

그 길로 새 길이 트여

그를 살펴야 편해지는 버릇이 생겼다

누렇던 떡잎은 금세 초록 잎으로 바뀌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더니

콩알만 한 노랑꽃을 피웠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작기만 한 그 꽃이

여름 볕이 시드는 날까지 나의 애인이 되었다

다가설수록 설레는

나만의

촉촉한 입술이 되었다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현재 울산재능시낭송협회 회장이신 조윤숙 시낭송가였고요

방금 전문가의 낭송처럼 잘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시범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으흠...

 

 

박하사탕   ......정소슬이 낭독

 

 

어느 시인은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이고 싶다 했는데

스탠드 불빛 아래 밤새워 읽혀지는

책장이고 싶다 했는데

 

나는

그대 혀끝에 녹아

가슴 쏴하게 퍼지는

詩이고 싶다

한 알의

박하사탕이고 싶다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이렇게...

 

흔히 시인은 시로 말한다 합니다.

오늘 이 자리도 제 말이 아닌 시로서 제 뜻을 전달해보고자 하오니

제 입보다는 시에 집중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시인들의 시 소개도 해볼까 했는데 시간 여건상

제 시만으로 엮으려 합니다. 양해바랍니다.

 

 

바닷가에서    ......손님 중 지목하여

 

 

서로 가슴 부비며 속살대는 자갈 소리

귀 대어 들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아픔을 말할 수 있으랴

시퍼런 머리 풀어헤치고

온몸으로 일렁이는 해조음을

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의 속사정 안다 할 수 있으랴

낮 내 해수에 젖어있던 바닷모래가

밤이 되면 은빛 속사정 늘어놓고

알알이 엎어져 우는 모습을 보았는가

그도 한 때는 바위만큼 큰 꿈으로 살았건만

깨어지고 부서지고 자갈로 닳아

이제 돌아서는 바람에도

흩날리는 모래알이 되었나니

어찌 속절없이 흐르는 게

바닷물 만이라 할까나

 

- 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에서

 

 

 

뭔가 다가옵니까?

 

위 시집은 2002년에 발간한 시집인데 제 본명 '정정길'로 출판하였고

지금은 절판되어 살 수가 없습니다.

그 후 수정 보완하여 제 홈페이지에 모두 올려두었습니다.

 

1차 시안을 만들어 몽장께 보냈더니 "재미지네!" 라면서

맛배기랍시고 그 일부를 공개했는데 하필이면

내 비장의 무기를 공개해버리는 통에 미리 무장해제 당한 기분이 드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드라마에 하도 중독이 되어 어지간한 소재로는 흥행을 못 하죠.

그래서 선정적인 막장에 또 더한 막장으로 치닫는 추세인데

 

걱정입니다. 막장을 뒹구는 시가 없어서......

 

 

2선바위.jpg

(선바위)

 

 

망성리에서   ......손님 중 지목하여

 

 

달빛 고와서 밤길 나서면

그림자 하나

뒤따르고

 

풀 포기마다 매달린 별들이

발길에 채여

강물에 나뒹구는데

 

날 따르던 그림자

그 별

건져 줍느라 따라올 줄 모르네

 

- 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에서

 

 

3망성리.jpg

(망성리)

 

이 망성리가 제 고향인데요,

울산12경 중 하나인 선바위 바로 윗동네, 앞에는 강 뒤에는 산,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라 하는,

별星에 바랄望 '별을 바라보는 마을' 망성리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랐습니다.

 

무학산 : 우린 '서깟만디'라 불렀는데 삿갓 모양여서인지 서쪽에 있다하여 그랬는지 모르겠음. 무학산은 학이 춤추는 형상의 산이란 뜻. 울산은 학과 관련이 많지요. 학성... 무룡산은 용이 춤추는 형상...

벨또(별똥) : 어릴 적 기억에 유독 그곳으로 유성이 많이 떨어짐

망성봉 : 망성리는 별성인데 망성봉은  성스러운 성

조승수 : 욱곡 출신, 그 부친이 옷 태우다 큰불을 냄, 그후 북구청장, 북구국회의원 됨

사연댐 : 바로 산 너머

연화산 : 연꽃모양의 산

 

 

 

부뚜막 p.14   ......손님 중 지목하여

 

 

어머니의 된장에 호박잎 쌈

그 생각에

헐레벌떡 어머니 집에 들러

배고프다 졸랐더니

 

된장에 호박잎 쌈

그건 없고

어머니 드시라고 지난 달 사 넣고 간

굴비 구이에 쇠고기 국이다

 

또 어머니, 나 떠나고 난 뒤

 

숨겨둔 된장에 호박잎 꺼내

혼자만

허겁지겁

쌈해 드실 모양이다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나는 된장에 호박잎 쌈 그게 먹고싶어 헐레벌떡 달려갔는데

어머니는 그건 부뚜막 밑에 감춰버리고

어머니 잡수시라 사 넣고 간 굴비 구이에 쇠고기 국을 내놓는

우리들 어머니 맞지요?

여러분들도 모두 그 어머니들 아닙니까?

 

제 어머니 올해 여든 넷이신데...

남들 하는 거... 중풍, 암, 혈압, 부정맥... 다 하시고도 아직 거뜬하십니다.

 

이왕 읽는 거 하나 더 읽읍시다.

어머니 시를 읽었으니 아버지 시를...

 

 

 

새벽강 p.13   ......손님 중 지목하여

 

 

새벽강이 산을 업었다

 

덜 깬

잠 머리

수건 하나 질끈 동여매고

종- 종- 새벽길 간다

굽이굽이

자욱한 농무濃霧 길

휘돌아 간다

 

저 길 끝

아득히 멀어져 가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보다

크고 높고 푸르렀던

 

꼭두등짐.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등에 진 짐이 아무리 크고, 높고, 무겁고, 시리고 차갑더라도

새벽길 묵묵히 나서는 아버지!

그래야만 하는 아버지의 길이죠.

아버지의 운명이고 숙명이고 하늘이 지운 천형(天刑)이라는 거겠죠.

 

그럼에도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들이죠.

그 자랑이 아버지의 자존심이고,

그 자존심이 새벽마다 도도하게 흐르는 겁니다.

어디에? 여러분들 집에.

여러분이 생활하는 거실에, 방에, 침대에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는 강입니다.

 

그렇다고 수맥이 지나간다는 뜻 아닙니다.

 

아버지라 했지만 여러분들 남편이라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도저히 깊이가 요량 안 되는

아버지의, 혹은 남편의 새벽강!

그 강에 종이배 띄우듯 여러분의 사랑을

띄워 보시죠? 오늘밤 당장

아버지의, 남편의 두터운 손을 한번 꼬옥 잡아보시고,

내키면 퉁퉁 부운 발도 한번 씻겨 드리세요!

아마 뜨거운 용돈이 주어질 것이고,

숨겨두었던 비상금이 고스란히 넘어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제 내린 꽃비 p.62   ......손님 중 지목하여

 

 

어제 내린 꽃비

한나절 덩싯덩싯 꽃춤 추어대더니

땅속으로 다 스며들고

강물에 다 떠내려가고

진창에 고인 물로만 희붉게 남았습니다

어제 그 꽃비의 흔적은 오로지 저 진창뿐입니다

저 진창만이 어제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영화를 증거해야 할 진창엔

어느새 잠자리가 알을 낳아 유충들로 득실댑니다

뾰족한 식성을 앞세워

저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동족상잔의 아수라장입니다

하루 사이 꽃비의 추억은 까마득합니다

저급한 바람으로 변절했습니다

너덜너덜

저질의 장신구가 되었습니다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이런 노래가 있지요?

이 나라의 굉장한 기념일(?)이지요.

형제간에 쌈박질을 했는데 그걸 기념일로 삼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이겼다면서.. 서로 원수라면서... 암튼

 

1950년 6월 25일이 아니고

 

1994년 5월 24일!

 

이 날이 제겐 그 날입니다.

제 생애에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원수의 날입니다.

내 전부가 무너진 날...

내 생애가 하루아침에 파산선고 당했던 날...

당시 내 나이 서른 여덟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날이었습니다.

말만 듣던 '뇌졸중'이란 고매하신 어른께서

저를 불쑥 찾아오셨던 날입니다.

 

원하잖은 그 분과의 조우로

병원생활 3개월,

통원치료 2년을 엄숙하게 이수하고...

(2년이면 석사 과정은 되지요?)

부산 양정동에 있는 동의대병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부산에 있었던... 직장, 직업, 친구들 다 버리고

이곳 울산으로 낙향하게 됩니다.

 

 

 

풍경 달다 p.79   ......손님 중 지목하여

-낙향일기1

 

 

40년 도시생활 접고

아버지의 기침 소리 눅눅히 밴

사랑채 토방에다 짐을 푼다

손수 흙을 빚어

그 안의 주인이 되셨던 아버지는

일찍이 떠나시고

―없고

평생 즐기시던 담뱃진 냄새도

그간 비워둔 세월이 다 가져가고

―없고

문풍지 뚫어 빼꼼

바깥 손(客) 내다보시던 구멍으로

바람만 주인인 양 드나드는데

그 바람 이제 더는 안을 기웃대지 말라고

문 앞 추녀 끝에다

풍경을 단다

40년 따라다니던 잡귀들을 향해

금구禁具를 친다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4풍경 달다.jpg

(망성리 제 집 사랑채입니다)

 

 

이 풍경은 경치를 말하는 풍경이 아니지요?

제가 요양하던 시골 방 앞에 매달았던

댕그랑~ 댕그랑~ 그 풍경인데요

같은 제목의 정호승 시인의 시도 있습니다만

제가 매달았던 풍경은 어쩐지 슬픈 소리들만 내더라고요

 

시집 4부에 실린 '낙향일기'가 다 그 시들입니다.

 

 

 

마침내 p.39   ......손님 중 지목하여

 

 

사람들은 모르지

눈꺼풀 들어 올리는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걸

바람 타는 잠자리, 힘이 있어 가능하다는

뜰 안 꼿꼿한 풀, 오로지 힘으로 서있다는

아아 언제였던가 뇌신경이 파괴되어

사지가 마비된 후에야 알았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소중함을

날 에워싼 가족들 보기 위해

눈꺼풀 들어 올리는데 사흘이 걸렸고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눈짓 한번 보내는데

보름이나 끙끙대야 했지

곁에 가족이 있고 종종 찾아와준 친구들 있어

마침내, 가능했지

 

그대의 발길이 무심코 지나간 지하도에

쓰러져 누운

저 힘, 저 미약한 힘

세상의 눈꺼풀을 함께 들어 올려야 할

마침내, 그 힘이 아니던가 아니던가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막상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갓 중학생이 된 큰애,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는 둘째, (여섯 살 터울입니다)

뭐든 해서 먹고 살아야할 거 아닙니까.

김해에 있던 아파트 팔고 사고위로금 몇 푼 받은 걸로

통닭 가게를 차렸죠.

웬걸, 시작자마자 IMF가 터져 1년도 안 되어 망했습니다.

 

우리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먼저 망했는데

그 때문에 걸었던 가맹비조차 모두 날아가고

빈손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할 게 없었어요. 이제 더 투자할 돈도 없고...

그래서 공공근로를 다녔습니다. 한 달에 고작 오십 몇 만 원...

 

그런데 공공근로를 같이 다니던 한 친구가

날 끌고 어느 은밀한 곳을 찾아갔는데

그곳이 어딘 줄 압니까?

 

성.인.용.품.점!

 

거기 사장이 자기 친구라더군요.

월 500만원을 번다는 겁니다. 그 가뭄에...

혹했죠. 로또 아닙니까?

다음 날 덥석 계약했습니다.

세상에 로또가 어디 있습니까. 망하거나 타락하는 게 로또인데...

가게 보러 여럿 다녀갔다는 그놈들 말에

눈이 뒤집혔던 거지요.

 

한 달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다음 달부터 매출이 팍팍 줄기 시작했습니다.

반으로... 다음 달에 또 반으로...

속았구나...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하루 종일 남아도는 게 시간뿐이었으니 말입니다.

 

 

 

공치는 날   ......정소슬이 낭독

 

 

어제는

마른날에 春雪 뿌리더니

 

오늘은

오라는 손님은 없고

 

황량한 바람만이

문틀에 목을 맨 종을 울린다.

 

휘---

딸랑 딸랑……

 

- 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에서

 

 

 

이런 글이나 썼죠. 매일 이 일 외엔 다른 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중 알 게 된 양반이 여기 이기철 관장인데

이 관장 그때 손오공이 뜬구름 잡는 식의

'달님별님 문화공동체'라는 걸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나 내나 신세가 비슷했죠.

 

 

 

이러다, 이러다 가지!   ......손님 중 지목하여

- 은현리 이기철 시인 집에 놀러가서

 

 

이러다, 이러다 가지

달빛 별빛

뚝뚝 떨어지는 뜰

거닐다 거닐다 가지

살랑살랑 솔바람

마시다 마시다 가지

마당 한켠에 퍼질고 앉아 상추 쌈

즐기다 즐기다 가지

찾는 벗들과 파전에 막걸리

나누다 나누다 가지

널러서, 널러서 작아 보이는 밤하늘

반짝이다 반짝이다 가지

달님 별님

초롱초롱 초롱대는 은현리에서

 

- 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에서

 

 

 

같은 꼴의 우리 둘 친구가 되었죠.

도.원.결.의 그런 거 따윈 없었습니다.

서로 밑이 훤히 보이는데 기대할 게 뭐 있었겠어요.

정말 한번도 도와주지 않더군요.

제겐 좋은 물건들이 엄청 대기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 한잔 마시고....

 

**************************************

 

 

 

사타구니가 가렵다 p.18   ......손님 중 지목하여

 

 

사타구니가 가렵다

사랑의 등고선이 접히는 그곳

이제 서로의 체온조차 짐이 된 그곳

도심 공터처럼

애증의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 그곳

마른 검불이 솟대처럼 서서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는 그곳

등고선 지워진 지난 맹세들이

고도가 오고 있다며 잠꼬대를 해대는

 

그곳이 가렵다

너와 나 天命으로 잇댄

사타구니가 가렵다

둘 사이 접힌,

 

접혀

아등바등 구겨진 사랑이 가렵다

 

* 고도(Godot) :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에서

 

 

 

국어시간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타구니가 어딜까요?

 

 

 

   ......손님 중 지목하여

 

 

나무와 흙과 풀과

바람과 구름과 빗방울과

품한 땀으로 짓던

그 집을

 

천년을 살 것처럼

 

쇠꼬챙이와 돌멩이와 석회가루로

궁전을 지어

화학 치장품을

바르고 깔고 덧씌우고는

 

바람과 구름과

가슴들이 드나들던 구멍들 모조리

쇠창살로 틀어막고서야

겨우 들어가 눕는

 

그래서, 천년을 죽는……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는 한 권 밖에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시집도 시중 서점에서 구할 수 없고, 그 이유는 여러분 추측에 맡기고

제 홈에 들어가시면 읽을 수 있습니다.

 

 

 

무관심에 대하여    ......손님 중 지목하여

 

 

어느 집 대문 앞을 지나가는데

개 한 마리 꼬리를 친다

나를 안다는 걸까, 알 거 같다는 걸까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개여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등을 보이는 순간

와락, 짖어댄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자

벌써 이빨엔 게거품이 물려 있고

핏대선 눈깔로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

크르렁크르렁

저놈을 묶은 쇠고리라도 풀리는 날이면

내 발뒤축쯤이야

단박에 물어 뜯어버릴 것 같은,

 

나는 날마다

그 개가 묶인 앞을 지나간다

 

혹은, 그 개가 되기도 하면서…….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이 개 무섭죠?

여러분도 이 개일지도 모릅니다.

 

 

 

4월이 가네    ......손님 중 지목하여

 

 

요란한 꽃 잔치

꽃술 비틀어 단물 빼먹은

4월이 가네

 

영구차 가득 송이송이 꽃송이

이미 죽은 것을 산 것처럼

산 것들로 장식한

잔인한 꽃 잔치의 4월

 

꼬리 꼬리 죽은 영혼 동여매고

산 영혼마저 끊어 먹어라, 창공 높이 날려 올린

사금파리 줄 먹인 4월이

울먹거리는 꼬리 끊어버리고

 

그냥,

 

그냥 가네.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얼마 전 몽장께서도 팽목항에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

4.16이 끝났습니까?

거기 수장된 300여 영혼들... 그걸로 끝입니까?

아직도 진행형이고 지금도 수장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처가 맹골수도이고 눈물의 팽목항입니다.

다음이 바로 내 차례거나 내 가족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방관과 무관심이 그 주범이요 가해자입니다.

 

지금 이 정부는

'울먹거리는 꼬리 끊어버리고

그냥,

그냥 가려 합니다.

 

 

 

과메기    ......손님 중 지목하여

 

 

사람 속에서 사람이 그립다

비린 갯바람에 등창이 꿰여

거꾸로 매달려 살아온 내 청춘

이제 그 보채던 기름기도 다 빠져나가고

한잔 술 끝에 씹히는 무슴슴한 고독만이

얇아진 몸피 밖에 드러누웠다

젊은 한 시절, 살 속에다 꾸역꾸역 구겨 넣었던

비린 언어들이 옆구리를 들쑤시며

호시절을 얘기하자는데, 나는 오늘

바람막이가 달아나 버린 주막에 앉아

속절없는 배뇨에 전율하는

어느 여인의 미라를 헤집으며

사랑 속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사람 속에서 사람이 그립고

사랑 속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정호승 시인이 '수선화에게'란 시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고 했듯이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人間'이지요.

 

 

 

번지점프    ......손님 중 지목하여

 

 

 

위험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라고

아찔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라고

 

모두 하늘을 향하여

우아한 비상을 꿈꿀 때

날개를 꺾고 무작정 추락하면서

자신을 베러온 낭끝 공포에

환희하는 역병

천길 아래 거꾸로 매달린

홉뜬 숨소리

 

누구나

수첩 깊숙이

팔팔 끓는 전화번호 하나쯤

후들거리는 난간 끝에 매달고 싶을 때가

있다

 

- 시집 『내 속에 너를 가두고』에서

 

 

 

다 아실 유머... 혹시 모를 한 분을 위해

읽어드릴게요. 크크

 

에어로빅을 마친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자가 남자 팬티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옆의 여자가 물었습니다.

"아니, 왜 남자 팬티를 입고 다녀?"

"입어 보니 편해서."

"언제부터 입었는데?"

"남편이 내 차에서 남자 팬티를 발견하고부터 쭉∼"

 

 

* 부부가 우시장에 갔다! *

 

첫 황소의 안내문에는

" 지난해 교미 50번"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 일년에 50번을 했대요!

당신도 배워요.!!" 라고 했다.

 

다음 황소는..

" 지난해 65회 교미 " 로 적혀 있었다.

"한달에 다섯번도 더 되네요.

당신도 배워야 해요." 라고 했다.

 

마지막 황소에는

" 지난 해 365번 교미 "

라고.. 적혀있었다.

 

여자는 입이 딱 벌어지며

" 어머!! 하루 한번이네요.!!!!!

 

당신은 정말 배워야 해요." 라며 남편에게 ?또 다시 말을 하는 것 이였다.

 

그러자..

아내의 말만 듣고있던 남편이

은근히 화를내며?아내에게 말하였다.

.

.

.

어디! 그 황소...

365일을 똑 같은 암소랑 했는지 가서~ 물어 봐봐..!!!! "

 

 

 

화사무花蛇舞   ......손님 중 지목하여

- 당선소감,  Pen is...

 

 

너도 이제

용이 되겠다는 꿈에

기어이 불붙은 저 하늘 길로 승천하려는 거지

가시덤불 뻘 진창 피하여

금잔디 곱게 누워

걸음질마저 폭신거릴 저 비단길로

 

하마 길 엇들까

혀끝에 꽂고 다녔던 이정표들일랑

이승 가시밭에 던져버리고

저토록 욱신거리는

꽃구름 타고서…

 

아서라, 네 몸피에 새겨진

꽃은

꽃이 아니니라, 요란한 무늬를 두른

꼬치니라

 

음탕한 무기, 페니스(Penis)니라!

 

- 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에서

 

 

5화사무(유혈목이).jpg

(花蛇 : 유혈목이)

 

 

흔히 꽃뱀이라 하는 화사(花蛇)는 표준어로 '유혈목이'라 하는데

울산에선 '너굴대'라 부르지요.

이 놈이 먹이를 호리거나 짝을 꼬실 때 춤을 추는데

그 춤이 '화사무'지요.

 

그 얄궂은 춤을 우리 시인들이 종종 춘다는 거 아닙니까?

(김상중 목소리로) 그런데 말입니다...

 

영어사전에서 'pen'은 찾아보면 글을 쓰는 도구 말고도

'가축의 우리(cage)', '교도소', 이런 뜻도 동시에 나옵니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단어입니까?

 

'펜'을 잘못 굴렸다간

'가축 우리'에 들어갈 수도 있고,

'교도소'에 갇힐 각오도 해야한다는 말 아닐까요?

 

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말입니까?

 

이런 비장한 심정으로 평생 곧은 시만을 써오신 분이 계십니다.

가수 김원중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직녀에게'의 원작자

문병란 선생님이신데 광주에 살고 계시고요,

올해 여든 둘이시지만 아직도 왕성한 시 활동과 통일·만남 운동을 펼치고 계시는

팔팔한 청년이십니다.

그 분의 시 '詩'라는 시를 한번 감상해 보겠습니다.

 

 

 

시(詩) / 문병란   ......손님 중 지목하여

 

 

-앞부분 생략-

 

아직도 낡은 연미복을 입은 시인아

이제는 시들은 꽃다발은 던져버려야 한다

가냘픈 피리는 내던져버려야 한다

詩는 詩가 끝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아직도 한밤중

흉중에 뜨는 명월을 안고

아쉽게 매아미 껍질을 어루만지는 손아

황홀히 보석을 들여다보는 공허한 눈아

언어를 사랑할 때

언어는 이미 연금술사의 마술

증발한 맹물 속에 詩는 없다.  

 

시인아!

詩를 버려라, 연연한 마음 속에

이미 詩는 없고

부드러운 혀끝에 박힌 까시,

천년의 여의주는 깨어졌다.  

 

보다 뜨거운 가슴을 위하여

보다 피아픈 운율을 위하여

시인아 詩를 버려라

시인아 詩를 배반하여라  

 

그대 교과서 속에서

그대 애인의 눈동자 속에서

진정 그대 시집 속에서

죽어가는 詩의 껍질을 버리고

정수리를 퉁기는 까시가 되라

복판으로 날아가는 창끝이 되라.

 

 

 

 

왜 선생께서 '시인아, 시를 버려라' 했을까요?

안도현 시인처럼 절필선언을 하고 펜을 꺾으라는 뜻일까요?

그게 아닐 겝니다.

지금 쓰고 있는 시를 버리라는 뜻일 겁니다.

 

비경 절경 찾아다니며 술과 함께 읊는 풍류의 시,

잔치상 쫓아다니며 진상하는 축시, 아부 아첨의 시,

피카소 그림도 아니고 고흐 그림도 아니고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난해시,

도를 넘어선 실험시, 말의 기교에 빠진 시들...

 

뜨거운 가슴은 없고

입과 머리의 재롱으로 꽉 찬 그런 시들에 함몰되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굵고 곧은 시를 써자는 당부일 겁니다.

사대주의 맹목주의로 비롯된 분열 분단 아집에서 화해 화합 통일로 가는

보다 큰 만남의 시를 쓰자는 호소일 겁니다.

 

 

 

<닫는 시>

 

프리스비 / 정소슬(신작시)   ......박순희 시낭송가 (초대 손님)

 

 

"이봐요, 갱비! 갱비 아저씨!"

화단 잡초를 뽑고있던 南씨, 그 소리에 경기驚氣하듯 허리 일으켜 부리나케 달려간다 사십 중반이나 될까한 아파트 총무의 목소리는 하도 앙칼져 단박 알아듣는다 시집 간 큰딸이 저 나이쯤일텐데 올해 몇이더라

달려가며 온통 그 셈뿐인데

 

채 셈 끝에 당도하기도 전

"저쪽 빗자루와 쓰레받기 들고 와요!" 하는 매몰찬 호통에 방향을 틀어 다시 헐레벌떡 뛴다 턱에 걸린 南씨 숨소리 너머 총무의 잔소리가 매몰차다 "뉘집 개가 여기다 똥을 싸발맀노? 이거 하나 치울 줄도 모르고… 갱빌 없애고 CCTV를 달든지 해야지, 원!" 정신 없이 뛰던 南씨, 결국 쓰레기통 앞에서 주저앉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주인이 날리는 원반을 헐떡대며 물어오는 개는 그 짓 재밌어서 그러겠는가 먹을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욕설과 발길질 서슴지 않는 주인이 뭐가 좋아 매번 그 앞에 꼬리 흔들겠는가

포도청보다 더 무서운 목줄을 맨

 

南씨, 개똥 칠갑이 된 원반을 헐레벌떡 물고 와 경비실 뒤에 파묻으며 두어 됫박이나 됨직한 그의 울분도 함께 처넣어 지근지근 밟는다

월급날이 며칠이나 남았나, 손가락 짚어가면서

 

- 신작시

 

 

 

방금 닫는 시를 낭독해 주신 분은

울산재능시낭송협회 전임 회장님으로 현재 경담문화클럽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감사의 박수를...

 

 

 

<마치는 말>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시인은 시로 말한다 하지 않습니까.

시로 말할 수밖에 없는

그 시,

시의 완성은 시인이 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하고

시대가 하고

역사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신을 완성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시인은 선지자요 선각자요 예언자들이었습니다

예수도 공자 맹자도 니체도 마호멧도 석가모니도

다 시 정신으로 자신의 가슴 속 말들을 설파하였습니다.

 

지금 시를 쓰고 계시고

시를 쓰겠다 공부하고 계시는 분들께

 

감히 호소합니다.

 

말의 기교가 아닌 가슴으로 시를 씁시다!

저도 그럴려고 무던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서트 풍경>

http://www.soseul.pe.kr/xe/moonhak_album/102332
http://www.soseul.pe.kr/xe/moonhak_album/103884
http://www.soseul.pe.kr/xe/moonhak_album/1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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