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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진눈깨비 /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엔솔로지 2014년

by 정소슬 posted Mar 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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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 정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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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늘을 구겨 줴짜고 있다
질질 줴짜진 국물과 툴툴 털린 먼지가 함께 뒤섞여
헛, 헛, 흩날리고 있다
재개발 공고 이후 텅 비어버린 아파트, 그 위로
털, 털, 털, 내리는 비, 아니 눈
사람 하나 안 사는 유령도시가 된 지 벌써 삼 년째
겨울에 시작하여 겨울 둘을 겨우 다독여 보내고
다시 쳐들어온 겨울이 그들 위를 덮었다
호화판 아파트를 호언장담하며
인감도장 받으러 뻔질나게 뛰어다니던 조합장은
수십억 챙겨 해외로 달아나 버리고
이후 나타난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수억을 꿀꺽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 있고
아파트 평수의 두 곱 세 곱 자꾸 늘어나는 부채에
아예 넋을 놓아버린 원주민들
아파트 벽면에 붙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이란 현수막이
뜯길 대로 뜯기고 찢길 대로 찢겨
눈엣가시로 펄떡대고 있고
비인지 눈인지 모를, 아니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진눈깨비가
빚 독촉하는 사채업자의 공갈협박장같이
집집의 빈 대문을 모질게도 두들겨댄다

 

- 2014년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엔솔로지『내가 뽑은 나의 시』


*. image : http://www.cangzhouw.cn/a/tushuocangzhou/3491.html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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