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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저승길을 묻다

by 정소슬 posted Nov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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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을 묻다 / 정소슬

- 지독지정舐犢之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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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의 수목이 울창할 땐 보이지 않던 꽁초며 잡쓰레기들이 가을이 깊어지면서 모습을 드러내 넝마집게 들고 그것들을 일일이 집어내고 있는데
지팡이로 땅을 톡톡 두들기며 옆을 서성이던 할머니, 기어코 그 지팡이로 날 돌려세우고는 길을 묻는다

여기 분밍 있었는디


무엇 말임니꺼, 할무이?
사진관 말다. 분미이 요기 있었제?
아, 그 사진관 말임니꺼? 이사갔심더. 삼 년도 더 지났는데예!
머라카노. 어딧따꼬?
삼 년 전에 이사, 딴 데로 갔다고요. 그보다 할무이 머할라꼬 그라는데예?
징밍사진 박을라꼬지.
아, 증명사진요! 요 위 3층 예식장에 사진관이 붙어있긴 한데 주로 잔치사진 찍는 데라서 될랑가 모르겠심더. 함 알아봐 드릴까예?
머라? 어따 씨냐꼬?? 영정사진으루 씰라카지!


그 말에 그만, 내 말문이 젖어버렸다
되긴 되겠다 싶다 안되더라도 할머니의 저 간절함이면 충분히 될 거 같아 하던 일 잠시 접어두고 할머닐 모시고 3층으로 올라가는데, 안 그래도 디는디 내 혼자 차저갈 수 있는디 연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신다


어머니께서 노상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나도 니 애비처럼 잠자다 콕! 가비리야 조을 틴디 지발 그래야 니들이 편할 틴디


올 때야 멋모르고 온 우리들이지만 갈 때는 남은 자식들 걱정 떨치기가 힘든 우리 인간의 지독지정 아니겠는가 저 할머니나 내 어머니나 자식들에 대한 그 지독지정 때문에 지팡이로 땅을 톡톡 찔러 봐가며 홀가분히 떠날 저승길을 묻고 있는 거다


*. 지독지정(舐犢之情) :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며 귀여워한다는 뜻에서, 어버이가 자녀를 사랑하는 지극한 정의 비유.

 


- 계간『포엠포엠』 2012년 겨울호에 발표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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