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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할머니의 리어카 외 1편 / 계간『포엠포엠』 2012년 겨울호

by 정소슬 posted Nov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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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리어카

 

yoyo201206152053480.jpg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가던 할머니,
길가에 대인 관광버스에 길이 막혀
버스에 오르는 행락객들을


…… 알록달록 쳐다보고 섰다


…… 물끄러미 쳐다보고 섰다


…… 하염없이 쳐다보고 섰다


관광버스는
유치원버스라도 되는 양 조잘조잘 소란스럽고
할머니의 길을 언제나 비켜줄지
도무지 철이 없다


욕설도 힘이 남아돌 때나 배설된다는 걸
저 젊은것들이
용케도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다.

 


- 계간『포엠포엠』 2012년 겨울호에 발표

 

image : http://news.zum.com/articles/2782751?c=07 (오승민 작가)





저승길을 묻다

- 지독지정舐犢之情

 


1176359965_1.jpg


화단의 수목이 울창할 땐 보이지 않던 꽁초며 잡쓰레기들이 가을이 깊어지면서 모습을 드러내 넝마집게 들고 그것들을 일일이 집어내고 있는데
지팡이로 땅을 톡톡 두들기며 옆을 서성이던 할머니, 기어코 그 지팡이로 날 돌려세우고는 길을 묻는다

여기 분밍 있었는디


무엇 말임니꺼, 할무이?
사진관 말다. 분미이 요기 있었제?
아, 그 사진관 말임니꺼? 이사갔심더. 삼 년도 더 지났는데예!
머라카노. 어딧따꼬?
삼 년 전에 이사, 딴 데로 갔다고요. 그보다 할무이 머할라꼬 그라는데예?
징밍사진 박을라꼬지.
아, 증명사진요! 요 위 3층 예식장에 사진관이 붙어있긴 한데 주로 잔치사진 찍는 데라서 될랑가 모르겠심더. 함 알아봐 드릴까예?
머라? 어따 씨냐꼬?? 영정사진으루 씰라카지!


그 말에 그만, 내 말문이 젖어버렸다
되긴 되겠다 싶다 안되더라도 할머니의 저 간절함이면 충분히 될 거 같아 하던 일 잠시 접어두고 할머닐 모시고 3층으로 올라가는데, 안 그래도 디는디 내 혼자 차저갈 수 있는디 연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신다


어머니께서 노상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나도 니 애비처럼 잠자다 콕! 가비리야 조을 틴디 지발 그래야 니들이 편할 틴디


올 때야 멋모르고 온 우리들이지만 갈 때는 남은 자식들 걱정 떨치기가 힘든 우리 인간의 지독지정 아니겠는가 저 할머니나 내 어머니나 자식들에 대한 그 지독지정 때문에 지팡이로 땅을 톡톡 찔러 봐가며 홀가분히 떠날 저승길을 묻고 있는 거다


*. 지독지정(舐犢之情) :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며 귀여워한다는 뜻에서, 어버이가 자녀를 사랑하는 지극한 정의 비유.

 


- 계간『포엠포엠』 2012년 겨울호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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