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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피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외 1편 / 울산작가30호

by 정소슬 posted Oct 31, 2020

피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 비대면의 비대칭 대화법
 
 
 
비대칭이란 말, 귀에 못 박힌 지 오래지
생소한 비대면이란 말까지 이렇게 횡행할 줄이야
초유의 생면부지와 나날 싸워야 하는 우린 모두 비대칭으로 기운 저울 위에 올라앉았어 서로 입술도 보지 않고 말해야 하는, 구술화법은 이미 폐기되어 난감한 반어법만 횡행하네
구연동화도 눈으로만 해야 한다네 눈의 초점과 심도로 말을 읽어낸다는 전신 마비 환자에게나 활용되던 특수 대화법이 현실이 된 거야 그 개발자마저 이리 빨리 범용화될 줄은 몰랐다며 묘한 미소짓네
 
모두가 마스크라는 가면 속에 숨겨져 원치 않았던 무도회장에서의 이 불편한 춤, 언제까지 추어야 할까 술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비대면의 황당한 숨바꼭질 놀이에 입술의 윤곽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어 그 색깔도 촉감도 별 볼 일 없는 치장이었던 것처럼 멀어지고 있네
아니나다를까 초상화에서도 입술이 지워졌어 콧방울도 사라지고 턱 모양도 반이나 뜯겨나갔어 눈과 이마와 머리칼 색깔만 남아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지 마스크만 넓적하게 그려 넣으면 되니까
 
익숙한 건 모두 버려야만 해 눈익은 갈피마다 오염이 진행되어 만질 수 없다는 빨간딱지가 붙어 있고 바코드라는 철조망으로 쾅쾅 못질해 놓았어
생산 현장은 더 심각해 밥줄이라며 악착스레 매달려 왔던 효율이니 생산성이니 그딴 것 다 개나발이 되어버렸고, 오로지 생존만이 유일 화두가 된 원시시대로 회귀했어 와중에 잠복기라는 모호한 처방이 수시로 숨통을 옥죄어 오네
 
앞 정권을 망하게 한 "그 자리 꼼짝 마!"란 겁박이 먹혀드는 시대가 온 거지 비대면의 비대칭 대화법은 이미 절대 권력이 되었고, 사소한 하나라도 어기며 대들었다간 그 즉시 분리 결박 감금에다 빙장(氷葬)에 이르고 마는 신 빙하기가 도래한 거야
 
피에로는 우릴 보며 하하호호 웃어대지만
정작 우린
피에로를 보며 웃어 답할 수가 없네
 
 
Covid-19.jpg

 

 
나무는
 
 
 
 
나무는
만유인력 따윈 느끼지 않는가 보네
인류의 어쭙잖은 과학 논리를
비웃으며
마음껏 벌린 팔
결코 내리지 않네
 
(많이 아플 텐데 말야)
 
고목이 되어
몸뚱이가 썩기 시작하고서야
반은 흙이 된 그 팔을
 
뚝, 분질러
 
땅으로 내리네
한세상 잘 빌려 썼노라며
 
공손히 반납하네
 
- 울산작가 30호
ulsanjakka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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