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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노을 단상 / 광주항쟁40주년 걸개 시

by 정소슬 posted May 22, 2020

노을 단상
- 2004년 망월묘역에서

 

 

 

퀭한 달빛만이 우리의 희망이었나
우리가 기댈 유일함이었나
당시 횡행했던 캄캄한 말들
산하를 장악한 시커먼 터무니들이
골목골목 기어 다니고
그에 맞서던 어린 혈기들이 무자비 도륙당하던 밤
참혹했던 그 밤
날뛰는 심장을 똥통 속에 처박아야 했던
당시 우리의 나약한 사랑

 

어언 수십 년이 흘렀건만
풀릴 길 막막한 이 곤곤함
산야가 그날 밤 그 초상집처럼 초로하게 드러누운
저 낭자한 핏빛 행렬을
아름답다 아름답다 노래만 해댈 텐가
다시 또 저기 검붉은 어둠이
군홧발로
저벅저벅 다가서고 있는데

 

-광주 오월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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