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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그의 근황 외 1편 / 울산작가29호

by 정소슬 posted May 15, 2020
그의 근황




돈이 아니지
사랑도 아니지
느슨한 여유일 때도 있고
심심한 군맛일 때도 있고
바람 한 자락에 풍덩, 우수에 빠지고 마는
낭만일 때도 있지

꽤 되었지
오랜 퇴적에 깔려
생 화석이 되고만 거야

슬그머니 발 긁으며 다가서는 풀벌레소리를
숨 저미게 품어 안을 수 있는 건
그만의 행복인 거야 남은 삶의
여백, 담백한 덤인 셈이지

그 덤 모두 쓰고 나면
무덤이라는 새 집까지 생긴다니, 흐흐
이런 횡재가 어디에 있겠나
사랑은 다 그를 버렸지만
돈도 명예도 죄 떠나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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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爲自然[무위자연]은 노자 사상의 핵심이랄 수 있으며

이 말은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 그냥 그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해석된답니다.)



돈오돈수, 나는 자연인이다!
- 무위無爲의 거처



내버려둬 꺼내려 들지마
미리 들어앉았을 뿐이야 체념을 체념한 것뿐이라고
인간사의 곰살맞은 호르몬, 행복이란 거 공감이란 거
그 따위 것들 다 뭔디
생을 환하게 비춰주는 햇살인 양 지껄여들 대지만
사실은 무상의 뒷간에 내린 그늘일 뿐이지
허무를 등뒤에 감춘 써늘한 신기루라고

다 떨치고 다 버리고
무위의 거처에 발을 들여봐
가만히 누워 귀를 닫아봐, 닫는 것이 곧 여는 것!
세상 잡것들에서 해방되어 보라고
훌훌 탈출해보래도
망아의 空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상개공無相皆空에 젖어보게
무위를 품어보라고
무위로의 적요를, 적멸을
품 흥건하도록 안아보래도!

*. 무위(無爲) : [불교] 생멸(生滅)의 변화를 떠난, 그 경지.


울산작가2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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