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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노을단상 외 1편 / 5.18광주민중항쟁 40주년 기념시집

by 정소슬 posted Apr 30, 2020
노을 단상
- 2004년 망월묘역에서



퀭한 달빛만이 우리의 희망이었나
우리가 기댈 유일함이었나
당시 횡행했던 캄캄한 말들
산하를 장악한 시커먼 터무니들이
골목골목 기어 다니고
그에 맞서던 어린 혈기들이 무자비 도륙당하던 밤
참혹했던 그 밤
날뛰는 심장을 똥통 속에 처박아야 했던
당시 우리의 나약한 사랑

어언 수십 년이 흘렀건만
풀릴 길 막막한 이 곤곤함
산야가 그날 밤 그 초상집처럼 초로하게 드러누운
저 낭자한 핏빛 행렬을
아름답다 아름답다 노래만 해댈 텐가
다시 또 저기 검붉은 어둠이
군홧발로
저벅저벅 다가서고 있는데


255FFE47556D669305.jpg

*. 사진 출처 : https://skyblue119.tistory.com/entry/20150518-%EA%B4%91%EC%A3%BC%EC%9D%98-%EB%85%B8%EC%9D%84

                  '2015.05.18 광주의 노을'이라 합니다.





노을 단상 2
- 2019년 광화문광장에서



조작된 과거를 세뇌하던 이가
진실이 들통나던 날
태극기를 흔들더군 애국가를 부르더군
초대형 스피커로 광장에 도랑을 낼 듯 외쳐대더군
그 굉음을 민심이라 우겨대더군
오로지 기댈 언덕, 섬겨야 할 나라라며
성조기를 펼쳐 들었더군
태극기보다 한참 크더군 모두 그 은총이라며
몸에 껴 두르고 덩실덩실 춤추더군
굽실굽실 절까지 해대더군

성조기 있는 곳에 화염이 있고
화염 있는 곳에 피의 강 흐른다는 걸
다 아는 세상인데
그 화염이 좋아라 그 피가 좋아라
거리낌이라곤 없는 자들

유다의 땅도 아닌 한반도에서
예수를 팔아 사대맹종 개독교를 차리고선
별 빼곡한 십자군기 앞세워
가난한 노인들 지갑을 털고 있는
대낮 날강도 짓의, 그 뒤로
그들의 광배가 된 노을이 오늘도
시뻘건 화염으로
골고다 광장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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