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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그네 집 반려견 '워리'는 외 1편 / 계간《창작21》 2018년 겨울호

by 정소슬 posted Jan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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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집 반려견 '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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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옆에 살 붙여야 잠드는 '워리'는
제가 개라는 걸 꿈에도 모르는 '워리'는
집밖에만 나가면 영역표시 해대느라 똥오줌 못 가리는 '워리'는
민중들은 개돼지라며 망언 짖어대길 개껌 씹듯 즐기는 '워리'는
그러다, 개만 보면 자지러지는 '워리'는
동족이랄까 짖다 짖다 까무러치기까지 하는 '워리'는


줄이란 줄은 모조리 은총의 동아줄로 여기는 '워리'는
밥 줄 때면 어김없이 뱅글뱅글 동아줄 감는 '워리'는
산보 나가느라 목줄 걸 때면 콩콩 마사이 춤으로 맹종맹동을 다짐하는 '워리'는
걸핏하면 목줄에 뒤엉켜 캑캑대다 자빠지기 일쑤인 '워리'는
'THAAD'라는 신종 목걸이를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던 '워리'는






개를 끌고 간다





여자가 개를 끌고 간다
목줄에다 수만 년 전 야성을 묶고
누가 보호자인지 피보호자인지 모를
아리송한 길을
서로 당기며 끌리며 간다
종착지는 언제나 그들의 집, 개밥그릇과 나란히
그녀 주전부리 접시가 놓인 그 자리
늘어뜨린 그의 귀엔 바코드 박힌 첨단 인식표가
귀걸이로 달렸는데
당장의 생사가 걸린 목줄보다야 훨씬 이성적 장신구라
개도 별 불만이 없어 보이고
등에 매단 가방 안엔 혹시 있을 난감한 일에 대한
그들 공동의 품위 방어 도구가 들어있을 터, 그러나
공 한번 튀어 오르면 발딱 일어나 뛰어야 하고
개껌 하나면 한나절의 부복 대기가 자동 통보되는
어디까지나 주종간의 엄연한 종속 관계
데려오던 날 눈빛 교환 한 번으로 동숙이 합의되었고
서로 의지할 우정이 되었고
서로 지켜줄 동지가 되었고
함께 울고 웃는 연맹으로 발전되었다지만
이 계약들 모두
그의 복종을 담보하기 위한 그물들이고
야생으로부터 그를 격리하기 위한 엄한 사슬들
어쩌다 그가 그녀를 본체만체 지나치거나
이빨이라도 드러낼라치면
우호적 관계에의 적대행위라 심각해진 그녀는
외딴 곳으로 그의 유기를 궁리하거나
안식사라는 독한 결심을 행사하게 될지도 모르는


- 계간《창작21》 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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