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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티눈 외 1편 / 계간 《사이펀》2017년 봄호

by 정소슬 posted Apr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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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




발바닥 굳은살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도저히 걸을 수 없게 되고서야

알았네

내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없는 듯이 감겨있던
이미 퇴화한 걸로 착각했던

바닥의 눈에

핏대가 서서
틔눈 하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광어
- 故 백남기 선생 영전에



그 날도 촛불로 도심을 옴팍 불사르고 오던 밤이었다 이미 자정이 넘었지만 행렬에 동참한 열기가 가게마다 성황이어서 우린 겨우 어느 허름한 횟집에다 자리를 잡아야 했는데
이런 날은 도다리를 뼈 째 썰어 먹는 새꼬시여야 한다는 쪽과, 얼마 전 운명하신 광장 어르신의 소천식을 겸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눠 옥신각신했으나 결국 후자의 포레족 전통의식을 행하기로 타결보았으니

쟁반 상여에 담겨 나온
오롯한 광어, 참 넓다 참 넓기도 하여
떠나면서까지 풍요로운 보시를 행하시는
광장 어르신의 대자대비 옆으로 비장하게 둘러앉은
동지들 눈 눈에 벌써 눈물 글썽인다
오로지 바닥에서 왼쪽만 바라보며 살아온 일생의
슴벅슴벅한 눈에선 아직 결기가 넘쳐흐르고
굳게 다문 묵적의 입에선
포기하지 마라! 져주지 마라! 기어코 이기리!
생전의 구호들 선연하다
결코 닫지 못할 저 큰 귀로는
우리들의 조곡 낱낱 듣고 있음을 알기에
혀끝에 씹히는 살점 살점의 맛이
도다리 가시 맛보다 아프고 쓰라리고 뼈저리다
누가 제 아비의 살점을
이토록 뽀도독뽀도독 씹어 먹어야 하나
찢고 찧어 달게 삼켜야 하나
고추냉이에 발린 눈물을
어항 속 도다리가
숨어서
숨 졸이며 보고 있다

* 포레(Fore)족 : 죽은 이의 용맹성을 기리기 위해 친족에 대한 식인풍습이 최근까지 성행해왔다 전해지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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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사이펀》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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