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풀을 베면서
- 땅의 권리장전
퍼렇게 자란 논두렁 풀을 벤다
벤다는 건
살생본능의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분출하는 일
죄뿐인,
부실부실 죄밖에 키우지 못한,
죄 많은 풀이
뎅겅뎅겅 목이 잘려
의문의 변사체가 된다
무리 지어 남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한
특수주거침입죄,
합법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의 권위를 도모하려 한
모반반역죄,
땅의 질서를 문란케 만든
내란선동죄까지 더해져
너희 모두는 가차 없는 극형, 능지처참이니라
본디 이곳, 너희 땅이었다는 따위 항변치 마라
나는 내 이름이 박힌 토지등기필증과
꼬박꼬박 바친 납세영수증만으로 내 권리는
충분하고 완벽한
요새 위 철벽 장전이로다
봐라! 쌀이 되고 밥이 되어야 할
위민爲民의 법, 구민救民 장전이
무소불위 총부리가 되고
신성불가침 권좌가 되는
이 땅의
초월적 땀 비린내 앞에선 이마 위 바람도
저리 맹렬하잖느냐 시취 덮겠다고 동원된
안달복달 부채질이
꼭 북 광장에 운집한 시뻘건 박수 행렬 같구나
- 2017년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엔솔로지『내가 뽑은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