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누드
그녀가 벗어놓고 간 누드,
옷이 스쳐 간 자리마다 녹이 뻘겋다
목걸이와 팔찌가 머물렀던 자리엔
이랑이 패여 강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귀걸이 걸었던 곳은 아예 떨어져 나가고 없다
매니큐어 발랐던 손톱과 발톱
립스틱 칠했던 입술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다
황홀했던 그 날들의 흔적은 이제 모두
그녀의 상흔으로 둔갑해 있다
온전한 것이라곤
겨드랑이 털과 흉물로 변해버린 주름과
바싹 말라버린 태초의 샘 배꼽, 그리고
구조적으로 손닿질 않아 도도함으로 무장했던
등뼈의
초췌해진 능선만이
그녀도 누드를 벗어 던질 때까진
까맣게 몰랐을 거다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 거다
제 것이 아니었다는 걸
타인의 봉토였음을
마법에 걸린 몽유였음을
에덴동산 뱀과 놀아난 동고리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