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지대
- 임계를 모르는 인계철선들
1. 양파의 밑동을 물병에 담가놓고 보면 허연 잔뿌리들이 수없이 돋아나 물속을 기어 다니는 양상인데, 무얼 찾는 걸까? 어딜 가려 저리 허둥대는 걸까? 그렇다, 디딜 땅을 찾고 있는 거다. 정착이라는 '최소한의 소유'를 쟁취하려 저리 허방을 헤매고 있는 거다. 정착이 힘들다고 여겨지면 불안해진 뿌리는 그 수를 자꾸 늘리기 마련이고
이 '최소한의 소유'를 가장하여 길거리마다 건물마다 방방마다 뻗친 동력선, 통신선, 방송선, 인터넷선, 꽁무니마다 꿰져 죽자사자 따라붙는 CCTV 감시선까지, 무한욕구 무한증식만을 최고의 가치로 외쳐대는 쌍끌이 저인망식 線, 線, 線들 물병 안은 시방 필사적인 저 인계철선들로 초만원이다. 빅뱅이 도래하기 일보 직전이다.
2. 온통 뿌리로구나 온통 잔뿌리들로
넘쳐나는구나 세상 속을 봐도 세상 밖을 봐도
몸 누일 곳을 찾지 못해 부유하는 허연 잔뿌리들이
저들끼리 얽히고설켜 허방을 배회하고 있구나
저들끼리 씨 없는 난교 일삼고 금기시된 상피 파티도
서슴지 않구나 밤낮의 경계가 사라진 노상에서
노상 벌어지는 광란의 향연에 만족이란 없구나
그 턱에 알이 차지 않겠구나 무배란증 무정자증은
저 얽히고설킨 뿌리들 소행이겠구나
길거리에 사무실에 안방에 이불 속에 꿈속에
심지어 뼛속까지 파고든 저 허연 잔뿌리들
마약 같은 올가미에 걸려 일도 제대로 않구나
밥도 제대로 안 먹구나 잠도 제대로 안 자는구나
원초의 본능이자 의당당 도리인
인륜지대사업인들
괴사 일로의 연애세포들로 시동조차 어렵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