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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불임지대

by 정소슬 posted Dec 12, 2019
불임지대
- 임계를 모르는 인계철선들



1. 양파의 밑동을 물병에 담가놓고 보면 허연 잔뿌리들이 수없이 돋아나 물속을 기어 다니는 양상인데, 무얼 찾는 걸까? 어딜 가려 저리 허둥대는 걸까? 그렇다, 디딜 땅을 찾고 있는 거다. 정착이라는 '최소한의 소유'를 쟁취하려 저리 허방을 헤매고 있는 거다. 정착이 힘들다고 여겨지면 불안해진 뿌리는 그 수를 자꾸 늘리기 마련이고
이 '최소한의 소유'를 가장하여 길거리마다 건물마다 방방마다 뻗친 동력선, 통신선, 방송선, 인터넷선, 꽁무니마다 꿰져 죽자사자 따라붙는 CCTV 감시선까지, 무한욕구 무한증식만을 최고의 가치로 외쳐대는 쌍끌이 저인망식 線, 線, 線들 물병 안은 시방 필사적인 저 인계철선들로 초만원이다. 빅뱅이 도래하기 일보 직전이다.

2. 온통 뿌리로구나 온통 잔뿌리들로
넘쳐나는구나 세상 속을 봐도 세상 밖을 봐도
몸 누일 곳을 찾지 못해 부유하는 허연 잔뿌리들이
저들끼리 얽히고설켜 허방을 배회하고 있구나
저들끼리 씨 없는 난교 일삼고 금기시된 상피 파티도
서슴지 않구나 밤낮의 경계가 사라진 노상에서
노상 벌어지는 광란의 향연에 만족이란 없구나
그 턱에 알이 차지 않겠구나 무배란증 무정자증은
저 얽히고설킨 뿌리들 소행이겠구나
길거리에 사무실에 안방에 이불 속에 꿈속에
심지어 뼛속까지 파고든 저 허연 잔뿌리들
마약 같은 올가미에 걸려 일도 제대로 않구나
밥도 제대로 안 먹구나 잠도 제대로 안 자는구나
원초의 본능이자 의당당 도리인
인륜지대사업인들
괴사 일로의 연애세포들로 시동조차 어렵겠구나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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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3rd Poetry collection 『Rag』 / 제3시집 (예정)

  1. 07
    Jan 2015
    11:50
    notice

    당신은 누구의 미필적고의로 버려진 걸레입니까?

    이 그림은 니콰라과 판화가 Carlos Barberena de la Rocha(b.1972)의 작품으로 "Herido de Muerte(치명적인 부상)"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절망하는 이들이 급작스레 늘고 있다. 도저히 대처 불가한 천재지변이라기...
    By정소슬 Views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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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2
    Dec 2019
    16:20

    시집 표지

    본 시집은 울산문화재단의 '2018 예술로(路) 탄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하였습니다. 구입 처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SearchTarget=All&SearchWord=%C1%A4%BC%D2%BD%BD+%B0%C9%B7%B9&x=0&y=0 교보...
    By정소슬 View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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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2
    Dec 2019
    16:18
    No Image

    시인의 말

    시인의 말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 AI에 제압당하는 시대, 경제라는 거대 공룡은 우리 아우성 따윈 아랑곳없이 품에 안은 AI의 재롱만 즐기고 있다. 공룡이 꿈적거릴 때마다 우리 삶터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그때마다 내 일자리는 여지없이 유린당한다. 언제...
    By정소슬 Views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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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12
    Dec 2019
    16:17
    No Image

    ======== 1부 ========

    1부(16) 낙엽 아라리 걸레 춤추는 아파트 그녀의 누드 엽기의 식탁 식사에 대한 예의 불임지대 프리스비 구부려 박은 못 피카소가 웃고 있다 비밀 KEY 노크 거리의 복병으로 나선 꽃 난 좋은 사람? 호사다 호사
    By정소슬 Views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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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2
    Dec 2019
    16:16
    No Image

    낙엽 아라리

    낙엽 아라리 간다 간다 모가지 끊어져 길 잃은 낙엽 흙탕길 빙판길 가릴 겨를 없이 갈팡질팡 허우적거리며 간다 품이란 품은 모조리 바위가 되어 돌아앉은 긴, 기-인 호한 삼동 길 제 모가질 목발인 양 질질 끌고서 비틀비틀 비틀거리며 간다 절뚝절뚝 절뚝거...
    By정소슬 Views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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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2
    Dec 2019
    16:15
    No Image

    걸레

    걸레 나는 걸레다 나는 비정규직이다 반란을 꿈꾸는 비전향장기수이다 노동의 독이 밴 노동중독자이다 나를 충동질하여 내 노동을 빨아먹는 그들은 걸핏하면 내 귓등 간질이며 사랑을 주절거리고 가랑이에다 기름을 부어 떡메질 일삼는다 그럴 때면 그의 거친 ...
    By정소슬 Views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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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12
    Dec 2019
    16:14
    No Image

    춤추는 아파트

    춤추는 아파트 경비실 앞 배롱나무 이파리에서 떨어진 땡볕이 아파트 마당을 조잘조잘 디디고 다니며 끄덕끄덕 아파트를 춤추게 할 때 경비아저씨 鄭씨의 고개도 덩달아 춤을 춘다 게슴츠레한 鄭씨의 눈이 한 번씩 뜨일 적마다 아파트의 춤은 잠시 멈추지만 발...
    By정소슬 Views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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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12
    Dec 2019
    16:13
    No Image

    그녀의 누드

    그녀의 누드 그녀가 벗어놓고 간 누드, 옷이 스쳐 간 자리마다 녹이 뻘겋다 목걸이와 팔찌가 머물렀던 자리엔 이랑이 패여 강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귀걸이 걸었던 곳은 아예 떨어져 나가고 없다 매니큐어 발랐던 손톱과 발톱 립스틱 칠했던 입술 어느 곳 하나...
    By정소슬 Views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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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2
    Dec 2019
    16:13
    No Image

    엽기의 식탁

    엽기의 식탁 달이 찬 만삭의 소가 검은 포도 위를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다 내 유년만 해도 저 소가 산을 낳아 풀과 나무를 키우고 논밭에 물과 이랑을 낳아 우리 일용할 곡식과 채소를 키웠다 그뿐이랴, 집 집 땔감과 퇴비를 낳았고 지금 그가 걷고 있는 신작...
    By정소슬 View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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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12
    Dec 2019
    16:12
    No Image

    식사에 대한 예의

    식사에 대한 예의 중남미 인디오들은 카메라가 영혼을 뺏어간다고 믿기 때문에 한사코 사진 찍히기를 거부한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장미밭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여자, 저 여자가 장미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 찰칵찰칵 연사에다 놓고 모조리 퍼담고 있다 ...
    By정소슬 View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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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12
    Dec 2019
    16:10
    No Image

    불임지대

    불임지대 - 임계를 모르는 인계철선들 1. 양파의 밑동을 물병에 담가놓고 보면 허연 잔뿌리들이 수없이 돋아나 물속을 기어 다니는 양상인데, 무얼 찾는 걸까? 어딜 가려 저리 허둥대는 걸까? 그렇다, 디딜 땅을 찾고 있는 거다. 정착이라는 '최소한의 소유'를...
    By정소슬 Views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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