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비
보소, 갱비! 갱비 아저씨!
화단 잡초를 뽑고 있던 南씨, 그 소리에 경기驚氣하듯 허리 일으켜 부리나케 달려간다 사십 중반이나 될까 한 아파트 총무의 목소리는 하도 앙칼져 단박 알아듣는다 시집간 큰딸이 저 나이쯤일 텐데 올해 몇이더라 달려가며 온통 그 셈뿐인데
채 셈 끝에 당도하기도 전, 저쪽 빗자루와 쓰레받기 들고 와욧! 매몰찬 호통에 방향을 틀어 다시 헐레벌떡 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소리 너머 총무의 잔소리 표독스럽다 뉘 집 개가 여기다 똥을 싸발맀노? 이거 하나 치울 줄도 모르고 갱빌 없애고 씨씨티뷜 달든지 해야지 원! 정신없이 뛰던 南씨, 결국 쓰레기통 앞에서 주저앉는다
어쩌겠는가, 주인이 날리는 원반을 헐떡대며 물어오는 개는 그 짓 재밌어서 그러겠는가 걸핏하면 욕설과 발길질 서슴지 않는 주인이 뭐가 좋아 매번 그 앞에 꼬리 흔들겠는가 포도청보다 더 무서운 목줄에
옴짝달싹 묶인 南씨, 개똥 칠갑이 된 원반을 헐레벌떡 물고 와 경비실 뒤에 파묻으며 두어 됫박도 넘음직한 울분도 함께 처넣어
지근지근 밟는다
월급날이 며칠 남았더라 꾹, 꾹, 손가락셈 짚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