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나이가 들자 어딘지 모르게
자꾸 가렵다
서로 감추기에 급급해온
사타구니뿐만 아니다 온몸이 가렵다
혀끝이 가렵고 정수리가 가렵고
삶의 행간마다 경쟁심을 부추겨온
사랑, 땅, 이념, 관습들이 가렵다
난질난질 속절없이 가렵다
이제 긁으면
주름으로 남거나 상처로 둔갑하기 십상인
이 가려움을
나는 차마 속이 터져 막무가내 긁어본다
평소 힘 못쓴다고 구박만 해온
왼손으로
피나도록 긁어본다
여러분도 함께 시원했으면 참 좋겠다
2014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