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꽃송이 눈송이
아무도 널 닮지 않았네
같은 송이인데
너는 어찌 가시까지 달았나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왠지 아니
넌, 그 가시 탓에
세상의 온갖 비난받다가도
터져서야 제 모습 보여주니까
속엣것 미련 없이 내어놓으니까
그래서 널 가시라 않고
송이라 부르나 봐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Illusion's collection 『The river's flows is saddens me(2002, 2006 rev.)』 / 정정길 미망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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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Mar 201017:46
표지
미망시집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제1부 빈 화병은 없다 제2부 시인은 시보다 아름답다 제3부 망성리에서 제4부 만남보다 더 설레는 이별 제5부 추억을 말하자면 흙은 천년을 살고... 제6부 바람이었나 제7부...By정소슬 Views2219 -
13Mar 201017:40No Image
[여는 시] 바닷가에서
여는 시 바닷가에서 서로 가슴 부비며 속살대는 자갈 소리 귀 대어 들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아픔을 말할 수 있으랴 시퍼렇게 머리 풀어헤치고 온몸으로 일렁이는 해조음을 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의 속...By정소슬 Views2177 -
13Mar 201017:39No Image
난꽃
난꽃 당신이 내 눈 속에서 걸어나갈 땐 눈썹을 건드리지 마세요 눈물이 나요 도도한 당신 눈물까지 닦아주고 갈 리 없잖아요 손수건 한 장 훌쩍 던지고 돌아서는 모습 그것도 싫어요 가실 때도 올 때처럼 소리 없이 소리 없...By정소슬 Views2234 -
13Mar 201017:38No Image
빈 화병은 없다
빈 화병은 없다 꽃 시들어 앙탈만 남은 가지 꺼내고 헛짓했다고 낯빛까지 고약해진 물을 부어 버리면 화병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데 슬쩍 두드려보면 그 안을 메운 공기들이 그간 빨아먹은 사연들을 花花花花…… ...By정소슬 Views1978 -
13Mar 2010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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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Mar 201017:37No Image
튜울립
튜울립 오므려도 오므려도 속으로 타는 사랑 어쩔 수 없나 보네 보듬어도 보듬어도 자꾸만 삐어져 나오는 연모의 향 어쩌지 못하나 보네 저기 저 붉은 사랑 속으로 들어가 다소곳 잠들었으면 황홀하겠네 언...By정소슬 Views1835 -
13Mar 201017:37No Image
봉숭아
봉숭아 너 여태 거기 있었구나 울퉁불퉁 토담 길 모두 시멘트로 바뀌고 다 떠난 줄 알았더니 갈라진 돌담 틈새 용케도 숨어 있었구나 손가락마다 빨갛게 동여매고 종일 담 밑에 웅크려 있던 순이는 LA로 이민 가서 소식조...By정소슬 Views1966 -
13Mar 201017:34No Image
밤송이
밤송이 꽃송이 눈송이 아무도 널 닮지 않았네 같은 송이인데 너는 어찌 가시까지 달았나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왠지 아니 넌, 그 가시 탓에 세상의 온갖 비난받다가도 터져서야 제 모습 보여주니까 속엣것 미련 없이 ...By정소슬 Views1912 -
13Mar 201017:33No Image
소낙비
소낙비 터질 듯 터질 듯이 칭칭 감아 안은 욕정 기다릴 듯 기다릴 듯이 한꺼번에 터지는 피로한계점 넘어선 용수철의 방사, 그 갈구로의 마침내 ……해방. 아, 저 자유의 아우성이여, 그 포효들이여! 군집의 장...By정소슬 Views1390 -
13Mar 201017:33No Image
신록
신록 나는 파릇한 너의 풋가슴 보고 있노라면 발가벗고 달려가 덥석 네 옆에 눕고 싶어진다네 어찌해야하나, 망령스런 이 로망(roman, 老妄이라 읽어 주십사)을!By정소슬 Views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