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박구경 시인 별세
[연합뉴스] 송고시간2023-03-04 14:00 이충원_독자부 기자
[박종국씨 페이스북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자가용은 너무나 미끈하고/ 핸드폰은 점점 작아지고/ 디지털의 표정,/ 그 생각은 너무나도 엉뚱해지고/ 그 꿈들은 세련되고 약아빠졌으니/ 육중한 열 량 스무 량의 기차가/ 거친 쇳내를 풍기며 들어서는 바닷가 역사驛舍/ 사람들이 사철나무 울타리에 깃들어/ 아침 햇살과 바다 물결을 길게 이고 지고/ 사람들이 왔다야! 하며/ 흥청흥청 장터처럼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2007년 작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중에서)
경남 사천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일상 속에 스민 여유와 정을 시로 표현해온 시인 박구경씨가 2일 오후 10시께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4일 전했다. 향년 66세(만).
1956년 8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상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한때 경남일보 기자로 일했고, 이후 사천시 사천읍 북사동 보건진료소장으로 근무했다. 1996년 '문예사조'에 '하동포구 기행' 등 5편이 실리며 등단했고, 1998년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사천 '마루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했고, 한국작가회의 이사,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대표작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으로서 자의식을 강하게 표현하는 시를 남겼다. 시 '나의 시'에서는 "나는 돼지고기 붉은 살점을/ 붉고 매운 고춧가루와/ 또 고추장과 마늘과/ 혀가 얼얼하도록/ 더 매운 풋고추를 썰어 넣고 볶아먹는 조선 년이다"라고 노래했을 정도. 2010년 12월 8일 사천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추도시 '역사는 진실이란 뿌리에 발을 담고 자란다'를 낭송했다.
시집 '진료소가 있는 풍경'(2000),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2008), '국수를 닮은 이야기'(2017), '외딴 저 집은 둥글다'(2020), '형평사를 그리다'(2021) 등을 남겼고, 고산 윤선도 문학대상, 경남작가상, 토지문학제 하동문학상을 받았다.
유족으론 남편 김재용씨와 사이에 1남1녀(김한아·김경민)와 사위 노현진씨, 며느리 장혜정씨 등이 있다. 4일 오전 삼천포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거쳐 사천시 동동의 선산에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유족 제공]
chungwon@yna.co.kr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30304028500505?input=1195m
(떠난 이의 향기)박구경 시인
민주.통일 염원 따뜻한 시인
[경남도민일보]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입력 2023-03-05 17:30 노출 2023-03-05 18:01
자유롭고 개성적인 화법 눈길
일상의 느낌 따뜻하게 풀기도
형평운동 시집 준비 중 영면
한국작가회의 이사와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경남작가상, 고산윤선도문학대상, 토지문학제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박구경 시인이 지난 2일 향년 68세로 타계했다. 사인은 지병이다. 빈소는 삼천포서울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고 4일 오전 11시 발인이 있었다.
고 박구경 시인.
그의 타계 소식은 지역 문학인들뿐만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에게 슬픔을 안겨줬다. SNS(페이스북)에는 그의 부고를 알리거나 추모하는 글이 쏟아졌다.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전 이사장은 박 시인의 부고를 알리면서 "박구경 시인이 별세했습니다. 지난해 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았고 사월에 시집 출판을 위해 서울을 오가며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부음에 황망할 뿐입니다"하고 애통해했다.
박종국 다원장르작가는 경남작가회의 결성 시기와 문학지기로 함께 했던 박 시인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명복을 빌었다. "많이 아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먹먹하게 보냈다. 박구경 시인의 시집을 다시 읽었다."
김유철 삶예술연구소장도 자신의 SNS에서 "시인 한 사람 갔다/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시집을 남기고/ 시인은 그 기차를 타고 간 것일까/ 폭탄주 서너 잔 족히 마시던/ 참 아름다웠던 날을 뒤로 하고/ 시인 한 사람 갔다/ 안녕"이라고 글을 올려 추모했다.
박덕선(박우림) 전 경남작가회의 회장도 "조만간 시집 나온다고 기다리라 하시던 분이 이렇게 황망히 가시다니…. 찬 새벽에 잠 못 이루고 서성이던 그 하늘 위로 별이지 듯 님이 떠나셨네요. 삶이 황망하고 봄밤처럼 혼몽합니다"라며 슬퍼했다.
빈소에는 최근 <줬으면 그만이지> 책과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 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김장하 선생도 다녀갔다.
고 박구경 시인은 산청군 출신으로 경상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경남일보 기자와 사천시 가천보건진료소장을 지냈다.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장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한국작가회의뿐만 아니라 마루문학회, 얼토 회원으로 활발한 문인활동을 펼쳤다. 시집으로는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형평사를 그리다> 등이 있다.
시인은 자유롭고 개성적인 화법으로 나라의 민주화와 통일을 바라는 시편들과 일상에서의 느낌을 따뜻하게 기술한 시편들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에는 1920년대 진주 등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난 '형평운동'에 관심을 두고 지난해 시집 <형평사를 그리다> 출간에 이어 올해엔 '형평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을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정현수 기자
출처 :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19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