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면… 시가 쓰인다
[강원도민일보] 기자명 김진형 | 입력 2022.12.09|
가족·현대인 고뇌 담긴 시 모아
송병숙, 고향 얽힌 기억 풀어내
시는 함축된 언어다. 그래서 시인들이 쉽게 설명하고 싶어도 차마 풀지 못하는 언어들도 있다. 간혹 시인들의 산문이 그들을 더욱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시인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분량에 상관없이 독자들과 마음껏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오늘도 자신의 시를 읽거나, 타인의 시를 읽는다. 읽는다는 것은 쓰는 일의 첫 걸음이다.
■ 송병숙 ‘태(胎) 춘천, 그 너머’
춘천 출신 송병숙 시인의 시적 고향은 양양이다. 강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후 양양으로 첫 발령을 받은 시인은 고 이성선 시인의 권유로 시를 쓰게 됐다. 일기 외에 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던 시인은 여러 문학잡지를 필사하며 시를 공부했고 198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꽤 오래 시와 멀어졌지만 퇴직 즈음에 ‘문턱’을 넘어 다시 시의 뿌리를 찾는 일에 매진했다. 시 ‘양양’에서는 “식은땀을 흘리는 동안 양양은 뼈 속 깊이 나를 삼키고 두통보다 아픈 시를 뱉어 놓았네”라고 기억한다.
‘태(胎) 춘천, 그 너머’는 시인의 시와 산문이 일대일로 연결된 시산문집이다. 산문으로 풀어냈기에 기존에 시인이 써온 시 보다는 편안한 계열의 시들이 수록됐다. 세상을 비틀어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인의 고향인 서면 방동리부터 청평사·김유정문학촌·삼악산·고산·소양강·캠프페이지 등 춘천의 풍경들이 아릿하다. 지역에 얽힌 역사와 설화 등 시인 나름의 감상들을 엮어 춘천의 내밀한 속살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기억은 과거지만 그리움은 현재”다. 어머니의 가락지를 보면서 낡은 물건 속에 담긴 삶을 추억한다.
시인은 “지나간 것, 버려진 것,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가치를 생각한다.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통해 개인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다. 김진형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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