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꼭대기까지 오르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생강나무까지만 가자“
[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9월 22일 14시44분
'빗소리 듣기 모임(지은이 이종수, 출판 걷는사람)'은 살아내야 하는 오늘에 전하는 쉬어 가도 된다는 응원, 그리고 빗소리처럼 푸른 생명력이 전하는 무소유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시인은 ‘꿈, 기본소득, 투명인간’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고뇌하는 사람’의 면모를 보여 준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방법을 통해 자아 성찰을 겪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거울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표제작 「빗소리 듣기 모임」처럼 실제 경험담을 담은 시는, 시를 읽는 독자 역시 빗방울의 정서와 템포에 맞추어 “속도가 느려지는” 체험을 통해 지금의 삶을 잠시 쉬어 가게 만든다. 잠시 쉬어야만 마땅히 갈 수 있는 ‘소풍’을, ‘꼭꼭 씹’어 먹음으로써 삶이 얹히지 않는 정화淨化의 시간을 그려낸다. 갈급한 이들에게 떨어지는 다디단 빗소리 같은 시집이다.
시인의 시는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광대노린재, 붉은산꽃하늘소, 늦털매미/호랑꽃무지, 검정파리매, 멋쟁이딱정벌레”(‘시인의 말’) 등과 “산수유나무 아래 죽은/밀화부리”('밀화부리')의 존재가 눈에 띈다. 이러한 존재 호명을 통해 생명력을 부각시키면서도 사소한 상상으로 그쳤을 일을 무궁무진한 서사로 끌어 가는 면모를 보여준다. 뿐 아니라 이 시집에는 비판의식에 힘을 실어 주는 섬세한 언어적 표현들이 살아 있다.
송진권 시인은 “세상에 상처받아 속이 속이 아닐 때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어 보자.”라며 이 시집이 지닌 원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청한다. 해설을 쓴 박다솜 문학평론가는 “목표에 연연하지 않는 삶의 태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심껏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는 각오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이종수만의 무(無)목적적 삶의 미학 같은 것이 도도록하게 떠오른다”고 했다./이종근기자
출처 :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57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