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 시인’ 송경동의 꿈
[한겨레] 등록 :2022-04-29 04:59 | 최재봉 기자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지음 l 창비 l 1만1000원
‘투사 시인’ 송경동의 네번째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싸움의 현장에서 쓰였다.
“자결한 수많은 이들의 영결식장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추모시를 읽는 게/ 일상이기도 했지”(‘‘결’자해지’ 부분)
시집에는 유성기업 조합원 한광호의 자결,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황유미 추모제,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 추모제, 세월호 참사 추모제, 백남기 농민 추도식,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영결식, 촛불 항쟁 소신공양 정원 스님 추모, 종로고시원 쪽방 희생자들 추모, 재야 투사 백기완 영결식 등에 즈음해 쓴 추모시들이 여럿 들어 있다. 전국노점상대회,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30주년, 인권 운동가 박래군 석방 촉구 문화제,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 복직 등을 다룬 시들도 함께 들었다. 시의 말미에는 해당 사안에 관한 설명을 각주로 달아 놓아 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었다/ 사라진 자는 있는데/ 감춘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가는 길 험난하여도’ 부분)
“이 불의한 세상은/ 어떻게 세정해야 할까/ 어떤 방진복을 입어야/ 우리의 삶은 안전할 수 있을까”(‘다른 세계를 상상하라’ 부분)
치열한 싸움과 비통한 애도의 현장에 온몸을 던져 참예하며 그는 슬픔과 분노를 변화의 질료로 삼고자 한다. 때로는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부분)라며 결기를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목소리에 대한 명상’), 그의 바탕에는 어디까지나 시인의 심성이 깔려 있다. 그의 시 ‘혜화경찰서에서’를 떠오르게 하는 다음 작품을 보라.
“그런 나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어디엔가 더 깊이깊이 연루되고 싶다/ 더 옅게 엷게 연루되고 싶다//(…)/ 이젠 선선한 바람이나 해 질 녘 노을에도/ 가만히 연루되어보고 싶다”(‘연루와 주동’ 부분)
이번 시집의 표제작 역시 싸움과 시 쓰기를 병행하는 시인의 딜레마와 각오를 보여준다. 얼핏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제안들을 내놓을 때마다 그는 투쟁 동료들의 이견에 맞닥뜨렸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꿈을 꾸겠다고 다짐한다.
“꿈꾸는 소리 좀 그만하라는 질책과/ 비웃음을 듣곤 했지만/(…)/ 나는 계속 꿈꾸는 소리나 하다/ 저 거리에서 자빠지겠네”(‘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부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40883.html
곡성군서 조태일 시인 추모 문학축전 개최
9월 3일 오후 3시 곡성군 조태일시문학관 …제4회 조태일 문학상에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브레이크뉴스] 이학수기자 | 기사입력 2022/08/28 [19:19]
(곡성=브레이크뉴스) 이학수 기자= 오는 9월 3일 곡성군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2022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개최된다.
이번 조태일 문학축전은 곡성 출신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의 23주기(양력 9월 7일)를 맞아 ‘나의 가장 소중한 생명으로’를 주제로 열린다. 시 낭송과 공연, 시화전, 제4회 조태일 문학상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학 축전에서는 권혁소 시인과 곡성 어린이들이 함께 조태일 시인의 추모 시를 낭송하게 된다. 또한 조태일 시인의 제자인 손병현 소설가가 이야기 손님이 되어 학창 시절 조태일 시인과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지역 음악 단체 ‘담소’에서는 조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공연을 선보인다. ‘오 솔레미오’, ‘축배의 노래’, ‘우정의 노래’ 등 바리톤 황성철, 소프라노 임현진 성악가의 축하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조태일시문학기념관 일대에서는 추모 시화전이 열린다. 조태일 시인 대표작과 박남준, 손택수, 이대흠 등 역대 조태일문학상 수상 시인 작품을 비롯해 전국 시인들의 시 50여 편을 상설 전시한다.
제4회 조태일문학상에는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창비 간’)가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과 함께 조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시’를 새긴 정병례 전각가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수여한다.
이번 조태일문학상은 지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공모와 추천을 통해 접수된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에는 고영서(시인), 김청우(시인, 문학평론가), 이은규(시인), 임헌영(문학평론가), 곽재구(시인), 박남준(시인) 참여했다.
심사위원회는 “조태일 시인의 문학 정신과 얼마나 그 연결의 수평적 고리가 닿아 있는가. 거기에 더하여 또한 시대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있는 시인의 문학적 실천성은 얼마나 담보되어 있는가를 살펴봤다.”라며, “송경동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심사의 기준에 맞춤처럼 딱 들어맞는 시집이다. 12권의 시집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무척 길었으나 그에 비하면 수상작을 뽑는 심사위원들의 결론을 일치시키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송경동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제가 감히 조태일이라는 이름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 여전히 갈라진 우리의 땅과 우리의 하늘과 우리의 가락을 위해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國土序詩」 중에서) 용기도 없는 자가 감히 선생님의 영전 앞에 설 수 있는지 초조해지기마저 한다. 덜컥 이 상을 받고 나면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결국 이렇게 조태일이라는 짐을 져야 한다면 어디에서 꺼꾸러지든, 자빠지던 작은 풀씨 하나 되어 후회 없이 주어진 이 길을 걸어가 보겠다.”라고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시집 ‘꿀잠》(2006),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2009),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2016),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2011)가 있다.
1992년~2004년 구로노동자문학회, 2008년 기륭전자비정규직 공대위, 2009년 용산철거민참사 진상규명범국민대책위, 2014년 노동법개악저지 ‘을들의 국민투표’ 공동상황실장, 2014년 세월호 만민공동회, 문화예술인 연장전, 2016년~2017년 광화문 캠핑촌 촌장, 2017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 총괄간사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상임일꾼,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breaknews.com/919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