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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원양희 첫 시집 '사십계단, 울먹'

by 정소슬 posted Sep 06, 2021

우주를 울리고 마음을 데우는 감성

원양희 시인 첫 시집 <사십계단, 울먹> 출간

‘사십계단, 울먹’ 등 53편의 시

마음에 와닿고 공명하는 서정시

“솜씨 감춘 채 세상 응시해 온 줄 몰랐다” 평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 입력 : 2021-09-06 14:16:17 | 게재 : 2021-09-06 16: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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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계간 <시와정신>을 통해 등단한 원양희(50) 시인의 첫 시집 <사십계단, 울먹>(전망)은 서정시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발견하는 시집이다. ‘40계단’ 같은 우리 오랜 삶의 곡절이 울먹하게 하는 시집이다. 53편의 시는 공감, 내어줌, 감쌈, 느낌, 공명이 있는 시들이다. 광주의 임동확 시인은 “솜씨를 감춘 채 세상을 응시해 온 줄 몰랐다”라고 놀라워한다.

 

원 시인은 남편 서정원 시인이 대표로 있는, 부산 중앙동 40계단 근처 ‘도서출판 전망’의 안주인이다. 겸양조로 자신들의 출판사가 신통찮다며 ‘저러고도 사는데 내가 왜 못 살겠나 삶의 조그만 위안이 되실 겁니다’(‘전망 좋은,’ 중에서)라고 썼다. 이를테면 ‘저러고도 사는 평범의 위안’을 주는 것이 경주 남산의 ‘싱거운 마애불’이다. 그 마애불은 ‘너부데데한 얼굴에 두툼한 입술 / 올려다볼수록 싱거운 아저씨처럼 푸근하다 / 그래 그런 부처도 있을 것이다 / 평범하여 없는 듯 살다가 / 어수룩 모자란 듯 살다가 성불하는 / 그래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의 서정시는 이렇게 ‘평범의 진미’를 내민다.

 

그는 시에서 출판사에 들르면 반품도서를 공짜로 주겠다고 했는데 또다시 ‘망망의 길 지나는 이 짧은 동안 / 가진 것 없는 내가 무엇을 줄까’(64쪽)라고 묻는다. 그렇게 묻는 것이 ‘내가 온기를 품고 잠시 지상에 머무는 이유’(39쪽)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는 어느 날 ‘모서리가 상한 밥상 앞에서 밥을 먹다 멍이 든 정강이를 본다’(‘쌈배추’ 중에서). 부딪치고 깨어진 상처를 느끼며 그는 ‘마른 밥을 삼키다 울컥, 소스라친다’. 그리고는 ‘내 몸을 한 겹씩 한 겹씩 뜯어 / 몰캉몰캉하게 삶아내어 / 겹으로 겹으로 감싸주고 싶다’고 말한다. 시 ‘수제비’에서도 ‘눈 속의 시린 심장 시린 뼈 막막함의 온도를 알겠다’며 ‘내 몸을 꽃잎처럼 한 장 한 장 뜯어 넣고 / 몰캉몰캉 끓여내어 / 호호 불어가며 한 숟갈씩 떠먹이고 싶다’라고 썼다.

 

이렇게 따뜻한 시를 쓰는 이유는 어릴 적 기억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 부모가 몹시 심하게 싸우던 날, 조그마한 아이는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을 끌고 ‘풀의 모서리들’에 ‘정강이를 찔’리며 집을 나와 어디선가 ‘밤기차의 경적에 까무룩 혼절’해 있었는데 그때 언니가 그를 깨웠던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새이(언니)의 그렁그렁한 눈빛 속에 내가 담겨 있었다’(‘새이’ 중에서). ‘새이의 그렁그렁한 눈빛’은 말하자면 따뜻한 별빛이다. ‘애초에 우리가 거기서 왔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66쪽),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그런 별빛이다. 누워서 그런 별빛을 바라볼라치면 ‘귓바퀴 너머로 눈물이 별똥처럼 떨어’(67쪽)지는 것이다. 저 별빛 속에서 우리의 가련한 생명이 아득한 시절에 쏟아져 나왔다는 것을 새이의 그렁그렁한 눈빛은 알려준 것일 테다.

 

그는 노래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광활함을 견디는 일인가요 (중략) 우리가 나누는 이 낡은 서정이 어쩌면 지금 막, 우주를 울릴지도 몰라요’(‘책장을 넘기다가’ 중에서). 시에서 필요한 것은 잘난 지식, 남모를 언어가 아니라 우주를 울릴, 우리 마음을 데울 감성이다. 오래된 미래, 낡은 서정이 그것이다. 그는 시 ‘이번 봄날에는’에 찬찬히, 그리고 또박또박 적었다.

 

‘멍하니 / 하루, 이틀, 사흘 보내겠다 // 무엇이든 / 하염없이 바라보겠다 // 길게 침묵하겠다’.

 

출처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9061416172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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