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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임수현 시집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by 정소슬 posted Jul 29, 2021

누군가 떠난 자리를 간직하는 시인의 인사

[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7월 28일 16시09분   

임수현 시집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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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지은이 임수현, 출판 걷는사람)'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일에 대해 묻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특유의 다정한 어법으로 ‘우리’로 명명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나의 기침이/너의 안부가 되지 않기를//한밤중에 일어나/창밖을 내다보는 일이/우리의 안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시인의 말처럼, 작가는 누군가 머물렀다 떠난 자리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기꺼이 그 공백을 기억한다. 이는 안녕을 건네는 방식으로 다가올 내일을 기약하는 시인의 결심이자 성장이다.

 

서윤후 시인은 해설을 통해 “시인이 보내는 작별은 우리에게 다가올 다음을 위한 가장 투명하고 건강한 인사”라고 말한다. ‘투명하고 건강한 인사’란 불가항력의 이별이 아닌 스스로 용기를 낸 작별의 주소지이다.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난 시인들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자기야 내가 꿈을 꿨어 낭독회를 하는데 김희준 시인과 내가 낭독자래 김희준 시인은 등받이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예전하고 똑같더라”('얼룩덜룩'), “진흙 더미를 넘어 25번 게이트로 갔을 때, 허수경 시인 아니세요? 고고학을 연구한다고 들었어요. 그나저나 얼마 전에 부고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그러니까 나이지리아') 같은 대목이나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그의 부재를 호명하는 '요가 강습' 등이 그렇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 불가분의 영역 속에서 그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는 행위는 독자로 하여금 묘한 기시감을 시적 화자와 함께 경험하게끔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꿈의 풍경을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무의식 너머에 잠재된 상상력을 환기시킨다.'영원이다 싶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서'일까, '좋은 곳에서 만나면 더 좋은 얼굴이 되겠지' 라고 말하며 다가올 내일을 위해 '작별 인사는 짧게' 건네는 시인의 태도는 슬픔으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만남을 기약하게 하는 따뜻함이고 동시에 주변을 헤아리는 사려 깊은 보폭이다.

 

한 권의 시집을 만나 페이지를 펼치고, 끝끝내 완독해 책장을 덮는 일 또한 ‘우리’의 ‘안녕’이 아닐까.

 

출처 :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19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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