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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자연으로 글을 빚는 한상식

by 정소슬 posted Apr 08, 2021

자연으로 글을 빚는 한상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4-07 13: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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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식 작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저에게 한 글자는 한 걸음이고 한 걸음은 한 글자입니다. 행여 발을 헛디딜까, 떨리는 걸음으로 긷는 글들은 때론 저를 힘들게도 하지만 기쁘게도 합니다.

 

글 속에서 나는 언제나 여행을 떠납니다. 그 여행 속에서 여러분을 만나기도 하지요. 봄이 옵니다. 봄은, 겨울이 있기에 더 아름답듯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봄을 두 팔 벌려 안아 보세요. 여러분도 꽃이 되게요."(한상식 작가 동화책 '엄마의 얼굴' 내용 중 일부)

 

2020년 말 사무실로 온「엄마의 얼굴」이란 동화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한 글자가 한 걸음이라는 것에서 작가의 글쓰기는 바로 삶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속에서 여행을 하며 세상을 만나는 것에서 작가의 장애를 짐작케 한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봄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 꽃이 될 수 있다고 도닥거려 준다.

 

한상식 작가의 동화 속에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공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밖에 살 수 없는 하루살이지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바람이 불어야 이동할 수 있는 민들레 씨앗일지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모두 복잡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잘 이겨 내면서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야기 6편이 동화 이상의 인생철학을 겸손하게 독자들에게 전해 준다.

 

작가는 그 어느 순간에도 자연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와 함께 남의 입장이 되어 보는 배려의 마음으로 모든 존재들과 진심어린 소통을 한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참다운 행복이다. 행복은 자기가 줄 수 있는 것을 정성껏 나눔으로써 가꾸어진다는 것을 조용히 깨닫게 한다.

 

나는 포로가 되었다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평지에서도 작은 돌에 넘어지더니 계단을 오를 때 발이 올라가질 않아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무척 힘이 들었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장애를 예견하고 있었다. 2남 2녀 가운데 누나와 형이 이미 근육병으로 똑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1975년 양산에서 태어난 한상식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셔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일본 강제징용자로 노동에 시달리다가 다행히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결혼을 하셨는데 다시 한국전쟁으로 고달픈 시기를 보내셨다.

 

시대적 아픔과 장애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이지만 서로서로 힘이 되며 성장하였다. 한상식은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후 10년 동안은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국어 교과서를 외우다시피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를 했다. 그 당시는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빌려 읽을 수도 없었다. 장애인도서관인 새날도서관에서 솟대문학을 보내 주었는데, 솟대문학이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다.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생기자 글을 쓰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꾸준히 작품을 투고하여 3회 추천을 받고 2003년 3회 추천자 가운데 1명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솟대문학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2003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도 수상하여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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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식 작가가 펴낸 시집 '어떤 중매' 표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문인으로 산다는 것은

 

제대로 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구대학교 국문학과에 응시하여 합격은 했지만 도저히 통학을 할 자신이 없어서 31세에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로 입학하였다. 학교에서 문학기행을 갈 때 따라가서 학우들과 밤이 새도록 문학에 대한 토론을 하며 문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글 공부를 하고 작품을 쓰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신춘문예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상식이 동화를 쓰게 된 것은 시 부문은 기존의 틀이 너무나 완고하여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춘문예 도전을 동화로 하게 되었다. 2시간 만에 쓴 동화였는데 컴퓨터 오류로 순간 다 날아가서 다시 써야 하는 고통 속에서 완성된 동화 <엄마의 얼굴>이 아동문학가 강기홍 님의 극찬을 받아 한상식은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작가가 되는 줄 알았지만 작가가 되려면 다양한 문학회에 가입하여 이러 저러한 행사에 참여하며 회원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원고 청탁도 들어오고 출판 제안도 들어오는 것이 우리 문단이었다. 하지만 중증장애가 있는 한상식으로서는 물리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문학회에 가입하려면 가입비와 1년 회비를 내야 해서 경제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시집「어떤 중매」는 『솟대문학』에서 출판해 주었고 첫 번째 동화집은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출간을 하였지만 책이 전혀 판매되지 않아 아무리 글을 써도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문인으로 살리라

 

지금도 한상식은 글을 쓰고 있다. 구상 중인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2019년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서울에 온 적이 있고, 2007년 구상솟대문학상 대상을 받고 시상식에 참여한 것이 전부였던 서울나들이 목적은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장편동화이다. 가제로 <도라지꽃>이라 붙였는데 그 내용은 바로 그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강제징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한국사의 가장 불행했던 시기를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화는 어린이들이 독자인데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우리 역사관을 바르게 심어 주고 싶기 때문에 하루에 5장씩 흰 종이에 연필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한상식은 산과 강 그리고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혼자서 배시시 웃게 되고, 책을 덮으면서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은 그의 작품에 인간의 순수한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떤 중매

한상식

 

늦가을이 되어서야 배추에게 허리띠를 둘러 주었다

금세 허리가 오드리 헵번처럼 날씬해진 배추 아가씨들

옆 고랑에 서 있던 무뚝뚝한 경상도 무 총각들이 힐긋힐긋 눈길을 주니 새침한 배추 아가씨들 슬쩍, 딴청을 부리며

넓은 배춧잎으로 내 종아리를 툭, 툭 친다

평소 심드렁하게 배추 아가씨들을 바라보던 무 총각들

한층 날씬해지고 예뻐진 배추 아가씨들을 보며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다듬느라 분주하다

내 한 끼 허기를 달래기 위해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와 무도

때가 되니 서로에게 이끌려 한 홉의 사랑을 하려 하는구나

그날 밤이었다, 방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배추 아가씨와 무 총각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렘으로 물든 그 음성에 별이 핑그르르 돌아앉던 가을밤이었다

올해도 나의 중매는 성공이다, 여느 해처럼.

 

한상식의 시 <어떤 중매>는 시가 얼마나 황홀할 수 있는 지를 잘 말해 준다. 시골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를 보고 시인은 아주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배추 아가씨는 탤런트 이나영, 무 총각은 원빈으로 이입하기도 하고, 꼭 이런 스타가 아니어도 자기 주변에 있는 처녀총각을 모두 갖다 붙이고 있을 것이다.

 

배추가 이렇게까지 섹시한 줄 몰랐다. 무가 이토록 남성미 넘치는 줄 이 시를 보고 처음 느꼈다. 시인은 마술사이다. 그 흔한 배추와 무를 아름다운 밀당의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 시인의 상상력은 무죄이다.

 

시인은 자신을 중매장이로 설정하였다. 자신이 그 사랑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의 몸속에 근육병이 번지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시인은 근육병이 많이 진행되어 현재는 전신마비 상태이지만 근육이 빠져나갈수록 시인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넓어진다. 시인은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시를 쓰는 마술사가 되었다.「장애인문학론」(방귀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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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식 작가가 펴낸 동화책 '엄마의 얼굴' 표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한상식

# 주요 경력

시흥문학상, 순리원아동문학상 수상 구상솟대문학상 최우수상(2003)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시(2003) & 동화(2006)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2005) 구상솟대문학상 대상(2007)

시집「어떤 중매」, 동화모음집「행복한 숲」, 동화집「엄마의 얼굴」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

 

출처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30&NewsCode=00302021040615373625800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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