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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관후 새 시집 ‘서천꽃밭에 계십니까’

by 정소슬 posted Sep 25, 2020

먹먹한 그 날 제주, 김관후 시집 ‘서천꽃밭에 계십니까’

[제주의소리 김찬우 기자 (kcw@jejusori.net) | 승인 2020.09.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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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을 소재로 꾸준히 시와 소설을 써내려 온 작가 김관후가 시집 《서천꽃밭에 계십니까》를 발간했다.

 

《서천꽃밭에 계십니까》(제주콤)는 시인이 제주4.3 당시 정뜨르비행장서 떠나보낸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과 역사적 흐름·인물에 대한 84편의 시가 담겼다.

 

서천꽃밭은 제주 이공본풀이에 담긴 무속신화로 인간 생명의 근원이 되는 온갖 꽃을 가꾸는 곳으로 표현된다. 시집 《서천꽃밭에 계십니까》는 △애기물매화 △4월 3일 △조선은 미국의 적 △너븐숭의 꽃밭 △북으로 간 김달삼 등 총 5부로 이뤄졌다.

 

시에서 김관후는 숨기거나 지우지 않고 역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선다. 시에 나타난 터질듯한 감정은 그가 겪어온 삶에 대한 통분이기도 하다. 분단 극복을 통한 통일 조국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집 말미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가해자들을 응징하기도 한다.

 

저자는 시인의 말에서 “그 울림을 들을 수 있을까. 그 소리가 꺾이지 않고 그 긴 세월, 내 심장을 후벼 파는 것을 언어로 옮길 수 있을까. 사방에 소리가 널려있음을 언제부터 인지했을까. 피 묻은 소리를 듣는 일은 나의 숙명일까.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후벼 파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서천꽃밭에 계십니까

     김관후

     

     당신은 어느 곳에 계십니까

     막막 저승을 향하여 떠나셨습니까

     저 아늑한 섬곶 끝자락에서

     보이셨다가 사라지신 무심한 당신

     어느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동쪽에서 숨죽이며 사시다가

     해지는 서쪽으로 떠나가신 당신

     광명과 생성을 상징하는 동쪽에서

     죽어서 영혼으로 떠난 서쪽으로

     그곳 서천꽃밭에서 죽은 이를 살린다는

    그 아늑한 환생꽃으로 피셨습니까

     검은꽃 노란꽃 빨간꽃 파란꽃 하얀꽃

     뼈와 살과 피와 숨과 혼을 살려내는

    그 꽃으로 피어 향기를 뿜고 계십니까

     눈물이 말라 흐르질 않습니다

     가슴이 막히고 말문도 막혔습니다

     총소리가 가슴을 후비고 지나는 날

     동백무리가 뚝뚝 꽃잎을 흩날리는 날

     동네 고샅길 넘어 동네 삼촌들 함께

     포승줄에 묶여 질질 끌려가신 당신

     비애 끓는 소소리바람 멀리 하고

     서천꽃밭으로 당신을 보내는 심정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빈 꽃상여 메고 저 멧부리 따라

     일가친척 영이별하고 산천벗님 영이별한

     당신은 그 꽃밭에서 영원하십니까

 

시인이자 제주작가회의 회장인 강덕환은 작품 해설에서 “김관후는 인정받지 못하고 죄인의 누명을 쓴 채 버려진 아버지의 죽음, 그 억울한 죽음과 상처를 망각과 무명의 어둠에서 불러내어 진혼하는 일, 무의미한 그 죽음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소개한다.

 

이어 “다시 말해 민중 수난의 말살된 기억을 되살리고, 그리고 그것이 다시는 망각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재기억시키는 일을 문학이 감당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김관후는 ‘왜 4.3의 희생자 3만의 죽음은 오랜 세월 한국 현대사에서 배제된 채, 그래서 진혼이 안 된 채 허공 중에 떠돌았는가?’, ‘왜 용공분자로 낙인찍힌 채 체포, 고문, 투옥됐는가?’, ‘왜 그들은 그 사건을 공식 역사에서 지워 버리고, 그 사건들에 대한 민중의 기억도 말살하려고 있는가?’ 등 물음을 가방에 넣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고 덧붙였다.

 

 

    그대 장례식

     김관후

     

    너무 멀리 있어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고

     나 뒤따를 수 없어

     마을 입구에 주저앉았지만

     멀리서 돼지 추렴하는 소리 들리고

     떠난 영혼 품으며 동네어른들

     술잔들을 건네는데

     더 이상 고개 마루 넘을 수 없어

     그대 장례식에 갈 수 없었다네

 

김관후는 제주에서 태어나 1949년 10월 2일 오전 9시 정뜨르비행장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다. 글쓰기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시작해 1991년 <자유문학> 시, 1995년 <우리문학> 소설로 등단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칼럼을 연재했으며, 시집 《썸곶 떠난 내 아비》, 《함덕리》, 소설집 《어허령 달구》, 《본풀이》, 그 외 《4.3과 인물》, 《4.3에세이집》 등을 펴냈다.

 

168쪽, 제주콤, 1만원.

 

출처 :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20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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