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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은우 세 번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

by 정소슬 posted Sep 10, 2020

삶의 허무와 새로운 생의 의지 갈구

김은우 세번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 펴내

[광남일보] 입력 : 2020. 09.09(수) 18:37 |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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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생 김은우 시인이 세번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를 시산맥 시혼시인선 여섯번째권으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발자국 소리가 사라진 후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바람의 일부가 된 새들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미래가 불투명한 그 막막함을 사랑하기로 했다’, ‘고백을 하고 나면 꽁꽁 언 마음이 녹을까요’ 등 제4부로 구성, 산다는 것의 허무감과 새로운 생의 갈구가 중첩돼 시인만의 시적 메타포를 이루는 시편 55편이 실렸다.

 

표제작인 ‘귀는 눈을 감았다’와 ‘바다를 나르다’, ‘우울할 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등의 시를 제외하면 대다수 시편들이 명사형의 시제다. 울음과 통증, 적의, 난감, 피투성이, 어둠, 맹수, 죽음, 굴곡, 적멸, 원죄 등 삶의 근간에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단어들을 피하지 않는다.

 

시인은 시 ‘울음의 빛깔’에서 ‘가늘고 긴 머리칼을 닮은/울음은 캄캄한 잿빛이다/먹먹한 문장이다//어떤 문장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저 울음은 아린 기억을 다 쓰기 전에/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시적 화자는 터널과 새우잠이라고 하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또 시인은 시 ‘주사위처럼 던져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끌려갔다 되돌아오고 되돌아왔다 끌려가며/바람이 불어도 불지 않아도/매번 흔들렸다’고 읊는다. 어쩌면 삶이 흔들리지 않을 때가 없는 것처럼 근원을 채 인식하기도 전에 정글같은 현실에 주사위처럼 던져지는 삶의 허허로움이 짙게 노정된다.

 

시인은 시 쓰는 일이 마치 한 사람이 빠져나가면 한 사람이 들어오는 길목 어디쯤 정도로 인식한다.

 

다른 시가 물러가면 또 다른 시가 시인에게 찾아오는 이치처럼 말이다. 시인은 시가 ‘날마다 다른 얼굴’(‘샌드위치맨’)로 다가오는, 우리네 삶같은 것임을 일깨운 듯하다.

 

문학평론가 오민석 교수(단국대)는 추천사를 통해 “이 시집 속의 대부분의 시 제목은 명사형으로 돼 있다. 이는 그가 대상에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무언가 집중적인 작업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기호의 근본을 이루는 기표와 기의의 틈새로 들어가 상상력의 둥지를 만든다. 그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일(은유)보다 이름에 내러티브(narrative)를 부여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다.

 

김은우 시인은 1999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바람도서관’과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를 펴냈으며,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전남 광양에 머무르며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표(記標)와 기의(記意)는 소쉬르가 정의한 기호의 근본을 이루는 두 성분이다. 예를 들면 ‘나무’라는 문자 자체는 기표에 해당하고, 그 ‘나무’라는 문자의 의미, 혹은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개념은 기의이다. 이처럼 기표에 기의가 결합돼 기호로서의 단어 ‘나무’가 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출처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599644220365656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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