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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2020 박인환상, 조창환 시집 ‘저 눈빛, 헛것을 만난’

by 정소슬 posted Sep 10, 2020

[2020 박인환상]“현실 그 너머 초월적 세계를 시로 쓰고 싶었다”

[경향신문]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입력 : 2020.09.08 21:38 수정 : 2020.09.08 21:50

시 부문

조창환 시인‘저 눈빛, 헛것을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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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박인환상

 

박인환 시인(1926~1956)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된 박인환상의 첫 수상자(시 부문)로 <저 눈빛, 헛것을 만난>을 펴낸 조창환 시인(75·아주대 명예교수)이 선정됐다.

 

강원 인제군 출신으로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의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한 박인환 시인은 1949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박인환상은 강원 인제군과 인제군문화재단·경향신문·박인환시인기념사업회추진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며, 시 부문 상금은 3000만원이다.

 

‘동물 시집’이지만 우화시 아냐

고독과 인내·명상과 초월 등

생명과 우주와의 영적 교감 그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 선정

“숨은 신의 시대, 세속의 난경에도

잃어버린 근원을 되찾는 서정시

그의 시는 여전히 한국 시의 중심”

 

‘물고기가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 2020년 박인환상 시 부문 첫 수상자인 조창환 시인은 시를 이렇게 비유했다. “허공으로의 도약, 물고기는/ 번뜩이는 허무를 향해 제 목숨을 내어던진다/ 저 힘, 수직의 환상으로 솟구쳐 오르는/ 적토마의 갈기털이다.”(‘허공으로의 도약’) 석양의 바다,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물고기는 중력을 거스르려는 자유 의지를 지닌 존재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작업실에서 만난 조창환 시인은 “나에게 시 쓰기란 곧 추락하더라도 허공으로 도약하는 물고기처럼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과 같다”며 “제 시에 담겨 있는 그런 생각을 발견하고 귀하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들과 상을 제정한 인제군문화재단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지난 5월 자신의 열 번째 시집인 <저 눈빛, 헛것을 만난>(사진)을 펴내기까지 시인은 존재와 생명의 근원을 깊게 탐구하는 시를 써왔다. 수상작인 시집 <저 눈빛, 헛것을 만난>에는 ‘동물 시집’이란 부제가 붙었다. 시집은 동물을 모티프로 했지만, 그렇다고 동물 그 자체에 대한 우화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동물에 빗대어 존재의 고독과 인내, 명상과 초월에 대해 노래하거나 생명과 우주와의 영적 교감의 세계를 그린다. 조 시인은 “동물을 통해 발견되는 생명 존재의 신비와 영적 교감, 세태 풍자와 우화적 묘사 등이 중심이 된 시집”이라며 “동물 시집이라고는 하지만 동물에 관한 시집이 아니라 영혼에 관한 시집이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다룬 동물들은 호랑이나 고래, 개, 늑대나 고니 등 흔히 떠오르는 동물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뱀, 자벌레, 송충이, 민달팽이, 거미 등 지저분하고 더럽고, 천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한 것, 짓밟히는 것, 더러운 것, 징그러운 것, 그래서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것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남루한 형벌/ 허무한 노동/ 지척도 천국보다 먼/ 묵언수행”. 민달팽이가 가파른 바위틈을 기어오르는 여정을 묘사한 시 ‘민달팽이’는 고된 실존의 운명을 짊어진 존재를 그린다. 조창환 시인의 시에서 삶은 형벌을 짊어진 알몸의 존재와 같다. 표제시인 ‘저 눈빛, 헛것을 만난’은 링컨콘티넨털 리무진의 “장중하고 위엄있는 흐린 그림자”가 서서히 길게 움직이는, 누군가의 장의 행렬을 묘사한다. “유기견 한 마리가 퀭한 눈빛으로 허공을 훑어본다/ 저 눈빛, 헛것을 본 모양이다/ 헛것을 만난 목숨들은 기가 질려있다/ 한 생애 땀 흘려 헛것을 따라다닌/ 지나간 목숨 하나만 평안히 누워있다/ 아무것도 아니군, 티끌만도 못 하군/ 링컨콘티넨털 리무진에 누워있는 헛것이 혼자 중얼거린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삶의 허무를 자각하는 인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에 녹아들었다. 조 시인은 “현실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시인이 아니”라며 “생명 존재가 영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생각, 설명하기 어려운 초월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로 쓰고 싶었다”고 했다.

 

심사위원단(이건청·한영옥·신용목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은 “이른바 ‘숨은 신(神)’의 시대에, 세속의 난경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정시를 통해 잃어버린 근원을 되찾고 궁극에는 원초적 통일성을 상상적으로 회복하게 해주는 그의 시는 여전히 한국 시의 중심”이라며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반세기 가까이 시를 써온 원로 시인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문학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얄팍한 상업주의나, 문단의 흐름을 좇아다니다가 무슨 아류로 남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불행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에 영합하려 들지 말고 제 고집대로 살아야 합니다. 위대한 문학은 작품이 독자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작품을 따라오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문학에 형이상학적 사고에 입각한 작품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대 국문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해 교편을 내려놓은 뒤에도 활발한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는 시인은 앞으로의 창작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나는 늙었으니 인생을 관조하며 한 걸음 물러나 지낸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더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야지요. 어느 날 시가 나에게로 절대 오지 않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같은 계열의 시만 계속 쓰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시 쓰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자기 쇄신을 해야 하죠. 지금은 크게 두 가지 경향에 관심이 있는데, 타인에 대한 봉사나 공동선의 구현,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미학을 시의 주제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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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082138005&code=9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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