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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성선경 열두 번째 시집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by 정소슬 posted Jul 28, 2020

생각이 커지는 비움의 미학…성선경 시인 ‘네가 청둥오리…’

교직 명퇴 후 만난 삶의 아득함

단출한 삶과 생각을 담은 시편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 입력 : 2020-07-26 17:41:33 | 게재 : 2020-07-26 17:46: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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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년에 이른 성선경 시인의 시집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파란)는 아름다운 시집이다. 텅 비워 버리는 삶의 진공묘유(眞空妙有)가 허허로운 시편들이다.

 

그는 몇 년 전 교직을 명예퇴직했다. ‘퇴직 이후/안경을 벗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11쪽)고 한다. 삶의 ‘아득함’을 알고, 마음조차 놓아 버리는 ‘방심’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문예지를 읽기가 싫어졌다네/(중략)/이제 나는 눈이 나빠 그 싸움엔 끼어들기가 싫어’(16쪽).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의 갑년이면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어느 정도 살아 본 것이다. ‘세상에는 참하게 마땅한 건 없어’(27쪽).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것들이 너무 많’(39쪽)은 것이 삶이다. 그걸 체득하고 수긍하는 것이 갑년의 삶일 것이다.

 

그런 삶의 지점을 표현하는 단어가 ‘넓적하게 생긴 독’이란 뜻의 ‘드므’다. 인생의 ‘드므’ 속으로는 온갖 것들이 들고 난다. 하지만 큰 생각의 독 안에는 실은 별거 없다. 생각은 커지면서 그 속은 허허롭게 비워져 가는 것이다. ‘다 살고 남은 거란 아들 하나 딸 하나/등 굽은 아내와 다 기운 집 한 채’(90쪽) 정도이다. 그만큼 삶과 생각은 단출해지는 것이다. ‘세상 사는 일이란/(중략)/우리 사는 일이란,(중략)/고봉으로 담아 한 상을 차려 내는 일’(‘적막 상점 11’ 중). 그런 것이다.

 

그런 우리 삶을 표현하는 단어가 ‘하염없다’이다. 거기에서는 아득한 우리 삶처럼 아득한 정조가 묻어난다. ‘사랑초를 옮겨 심고 나는 하염없네/(중략)/사랑초 사랑초 나는 하염없네’(41쪽). 사랑초를 화분에 옮겨 심듯이 사람들 마음에 사랑을 심고서, 우리는 그냥 하염없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텅 빈 졸음을 졸면 되는 것이다. ‘내 꿈은 잠시 조는 것/점심 전이거나 저녁 전/아무 생각 없이 잠시 조는 것/고향 뒷산의 소나무를 생각하거나/오래전 내가 올랐던 배바위를 생각하며/아주 잠깐 조는 것/책을 읽거나/글을 쓰거나/기도를 하지 않고/내 꿈은 잠시 조는 것’(66쪽).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72617404276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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