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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신진련 첫 시집 ‘오늘을 경매하다’

by 정소슬 posted Sep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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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자갈치 삶, 시로 건져 올리다

[부산일보] 이재찬 기자 chan@busan.com | 입력 : 2019-09-11 18:06:42 | 게재 : 2019-09-11 18: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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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다. 시를 쓰는 ‘자갈치 아지매’ 신진련(사진) 시인의 첫인상이다.

 

시인은 자갈치시장에서 오징어 중도매업을 하고 있다. 1998년 오징어 중도매업을 하는 시아버지를 잠시 도와주러 나왔다가 그때부터 자갈치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공판장에서 오징어를 수매해 구매자에게 넘기거나, 냉동창고에 보관하는 일을 한다. 어선의 선주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소유한 어선이 어획한 생선 경매에 참여해 어획물을 처리한다. 이렇듯 자갈치는 그에겐 일상의 공간이자 예술의 꽃을 피워내는 공간이다.

 

시 쓰는 자갈치 아지매 신진련

 

첫 시집 ‘오늘을 경매하다’ 펴내

 

신 시인이 대산창작기금 수혜 작품집으로 펴낸 첫 시집 〈오늘을 경매하다〉(책펴냄열린시)에는 자갈치를 소재로 한 60여 편의 시가 실렸다. 어시장 공판장의 경매 현장과 노점상 풍경 등을 담은 시 속에 삶의 생동감이 펄떡인다.

 

‘경매사가 종을 울리는 공판장/지친 트롤선이 마악 부려놓은/생선 비린내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이 있다/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기지개 켜듯 피어나는 꽃잎들/자갈치 꽃이 핀다’(‘오늘을 경매하다’ 중). 시인은 자갈치 공판장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포착했다. 경매사 손끝에서 가격이 결정돼 어획물이 팔려나가는 과정을 꽃이 피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대평동 선박 수리 조선소/독에 올려진 아픈 어선 한 척/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식은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중략)/바다를 실어 나르느라/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어버린/아버지처럼/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배/깡, 깡 쇠망치 소리에도/곤히 잔다/만선을 꿈꾸는지 코 골며 잔다’(‘창 밖’ 중). 시인은 자신이 일하는 자갈치 사무실에서 남항 건너편 영도 깡깡이 마을에 있는 수리조선소를 보았다. 수리조선소에 올려진 배를 보면서 어선 통신사로 일하다 은퇴했던 부친의 모습을 떠올린다.

 

시집에는 흥미롭고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자갈치 풍경이 자주 나온다. ‘노점상 할머니가/갓 받아 온 갈치를/좌판에 펼쳐 놓았다//지나가던 남자가/삐져나온 갈치 꼬리를 밟았는지/할머니 입에서 욕설이 쏟아졌다//까만 봉지에/손질한 갈치와/잘못 디딘 발자국을 구겨 넣은 남자가/잘라낸 꼬리지느러미를 툭/발로 차고 간다’(‘욕갈치’ 중). 자갈치 난전을 지나다가 꼬리를 밟아 갈치를 사게 된 남자의 사연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수협 직원이 젖은 지폐를 입금받아 돈을 말리는 모습을 그린 ‘지폐 물고기’도 흥미로운 시다. ‘모녀상회’ 등 실제 가게 이름이 시에 자주 등장해 자갈치를 알리는 데도 유용한 시집이다.

 

김상훈 기자 neato@,

 

출처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09111806420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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