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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이상교 신작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

by 정소슬 posted Jul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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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들의 위대함 깨우는 老시인 동시집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2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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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방찰방 밤을 건너 / 이상교 시, 김혜원 그림 / 문학동네

 

누군가 시를 읽는 시간이면 시계는 그 시의 속도를 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인다. 단 몇 행의 시를 읽는 동안 백 년이 흘러가기도 하고 마지막 한 구절에 하루가 가득 실리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처음에 말을 배울 때 긴 문장을 쓰기 전에 짧은 시를 먼저 쓴다. 시의 통로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열려 있다.

 

‘찰방찰방 밤을 건너’는 1973년부터 동시를 써왔던 이상교 시인의 신작 동시집이다. 시인의 나이 스물네 살이었을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46년간 동시를 써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이상교 시인의 동시에 힘입어 자신의 마음을 노래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시인은 어린이 독자들을 향해서 쓴 이 신작 시집의 서문에 “고요하다가 아프다가 눈물 나다가 철들다가” 쓴 시라고 고백한다.  

 

시인은 얼마 전쯤에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를 꽂고 누워 있었다. 그는 그 경험을 하늘나라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 회의에서는 “철이라곤 들지 않는 키다리 시인이 오면 그 긴 다리로 겅중대며 조용한 하늘나라를 온통 휘젓고 돌아다닐 게 뻔해!”라고 하면서 시인을 데려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허물어진 몸을 추스르면서 침대 벽에 기대앉아 여러 날을 보낸 시인의 귀는 “막내 생쥐가 자면서 내는 이빨 가는 소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섬세해졌다. 이 동시집은 그 귀로 들었던 말들, 아침에 창을 열면 쏟아져 들어왔던 참새 소리까지 담아낸 귀한 작품이다.

 

이 시집 안에서 우리는 홀로 긴 밤을 건너는 작은 존재들의 위대함을 만날 수 있다. 봄밤에 민들레가 돋아나면서 콘크리트 길바닥을 가를 때 쑥부쟁이와 꽃다지는 “우리도 거들었지”라고 종알거리고 맹꽁이는 맹이 먼저인가 꽁이 먼저인가를 온밤 지새도록 우기고 우긴다. 시인은 그들을 그럴듯하게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털어놓는 자존감을 귀 기울여 듣는다. ‘아파트 안을 쏘다니며 간지럼 태우던 고양이들이 떠나자’ 아파트는 딱딱해지고 벽은 더 굳어진다. 모퉁이는 아예 돌아앉고 만다. 이상교 시인의 동시 안에서는 앞산 뻐꾸기도 눈치 안 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운다.

 

김유진 평론가는 해설에서 “숙련된 발레리나의 흐트러짐 없이 아름다운 스텝”에 이 시집을 비유한다. 철 지난 아이다움을 앞세워 자랑하는 것은 동시인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이 한 권의 시집에서 배운다. 어린이 독자를 위한 목소리를 살리는 아름답고 귀한 시집이다. 120쪽, 1만15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교수  

 

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1201032712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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