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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용락 여섯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

by 정소슬 posted May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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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김용락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

천년의 시작 신간, 체험적 서정으로 잔잔한 가족애와 인류애 노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19.05.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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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등단 35년째인 김용락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천년의 시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페이지마다 서정성을 밑바탕으로 깔면서 세상 풍경을 인식론과 존재론에 근거해 시인의 내적 정서와 따뜻한 시선이 버무려져 잔잔하게 발산하고 있다.

 

시집의 공간적 배경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광폭 공간이동을 통해 바라보는 사물이나 순간도 결국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예술로서 속성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일제 신형 도요타 지프차로 17시간/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로는 3시간 30분/산속 중의 산속, 깊은 원시//오브스주州의 주도 울란곰은/멀리 설산을 배경으로/동화 속의 집들처럼 빨강 파랑/낮은 지붕들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저렇게 하염없이 지붕 낮은 집에는/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살 거라는 믿음을 주는 울란곰/시골 초등학교에 ‘땡큐 스몰 라이브러리’/작은 도서관을 지어주었다/착한 영혼의 등불을 한 채 켜주었다“(‘오브스州 울란곰’ 중에서)

 

접근성이 어려운 울람곰에 ‘동화 속의 집들처럼 빨강 파랑/낮은 지붕들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저렇게 하염없이 지붕 낮은 집”을 그린 풍경은 그대로 동화 속의 풍경화이다. 그 풍경 속의 ‘착한 영혼의 등불’도 아름답지만 바라보는 시인의 심성도 고울 수밖에 없다. 이 시가 시집 첫 장에 등장하는 순간, 이 시집의 색깔과 시인의 정서를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가난을 에워싼 환경에 대한 애증과 깊고 넓은 믿음. 그곳이 구축한 무한한 희망을 미루어 읽어내는 재간이 무궁할 터. “애초 돈과는 인연이 없고//야생마처럼 자라면서도/부와 명예에 그다지 매이지 않았으며//인생에 특별한 재주 또한 없어/시인이 되었으니”(‘시인’ 중에서) 가난한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생명력 잇는 꽃을 피울 여유와 여백이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인생에 특별한 재주 또한 없어/시인이 되었으니”가 아니라 시인만의 순박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영혼이 있으니 “일제 신형 도요타 지프차로 17시간/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로는 3시간 30분/산속 중의 산속, 깊은 원시”를 바로 읽어낼 능력이 상생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슬프고 절망이 절뚝이면서 눈물과 땀방울로 질척이는 환경에서도 시대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하고 재단하는 판단력은 시인 특유의 살아있는 눈빛의 힘이다. 그런 원천이 서정시인의 생명력이다.

 

“몽골 대평원에 양 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푸른 하늘에는 양떼구름이 유유히 흘러간다/이렇게 선한 것들이 남모르게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가 보다”(‘양’ 전문) 이 시에서 ‘광폭 공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시적 심미안에 감탄한다. 결국 시의 가락은 이처럼 체험적 정서에서 빚어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평화와 생명과 착함이 어우러진 몽골 대평원, 그것은 시인이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기는 근원적 사유에서 비롯된다. 소소한 풍경에 미적 공감과 공감하는 가락을 넣어 묘사하는데 한결 같이 쉬운 언어로 독자의 이해 폭을 넓혀준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정말 실감케 하는 것은 ‘캄보디아 시편 2’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100km 떨어진 상이용사촌 학교/초중고 전교생 2천여 명이/점심도 거른 채 하교를 늦추고 있다/한국에서 온 축구공과 학용품/그걸 기다리는 아이들의 피곤한 표정/경상북도 오지 단촌국민학교 운동장/미제美製 우유와 옥수숫가루 배급을 줄 서 기다리던/영양실조로 파리한 얼굴의 내 모습을/50년 만에 여기서 만날 줄 정말 몰랐다”

 

지역과 인종차별의 이분법적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순박함과 인류애가 잔잔하게 일렁이다. 앞서 ‘울란곰’ ‘몽골 대평온’에 이어진 자연과 인간 공간을 아우르는 시인의 눈빛은 우리네 60~70년대 풍경과 오버랩 된다. 농촌 벽지의 체험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공동체 문화와 시골의 평화와 생명 중시사상, 그런 신념과 가치관의 발로이다.

 

캄보디아는 킬링필드의 잔혹한 역사와 밀림오지 여행지로 인식되곤 하지만 시인에게는 전혀 다른 축의 이야기이다. 우리네 고향의 이야기, 고향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로 공유된다. ‘상이용사촌 학교’, ‘축구공과 학용품’은 ‘경상북도 오지 단촌국민학교 운동장/미제美製 우유와 옥수숫가루 배급을 줄 서 기다리던” 순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준다. “영양실조로 파리한 얼굴의 내모습”을 반세기 만에 이곳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이러한 시적 공간 연출은 시집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더욱 구체화 되는데 마침내 시인의 가족사와 맞닿는다. 앞서 제기한 인식론에서 존재론적 기원에 근거한 대목이다. “농사짓던 경북 안평 큰누님이/보내준 잘 찧은 쌀로 한때 살았다/그 누님 폐암으로 돌아가시자/퇴직 후 고향에서 농사짓던/안동 소산리 셋째 매형이 보내준 쌀로//역시 한 시절을 먹었다/매형 교통사고로 불의에 가신 뒤/나는 쌀이 없어 밥을 못 먹었다/아니 쌀이 생겨도 밥을 못 먹었다/그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아, 영원할 것 같은 이 슬픔이여”(쌀’ 전문)

 

자서전적 시에서 서서히 잊혀진 ‘쌀’이라는 단어는 중년 독자들에게는 모두의 가족사이고 고향의 역사로 눈물겹게 다가선다. ‘쌀’은 단지 ‘한 톨의 쌀’이 아닌, 그 이상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의 모든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것은 우리네 생명이고 운명이었다. 쌀 때문에 좌우익으로 갈리고 가족갈등으로 갈리고 가난과 부자로 갈리고, 진학과 중퇴와 가출과 분가로 갈렸다. 시대가 변해도 ‘쌀’이라는 키워드는 더 큰 함축이고 은유이며, 이제는 국경을 초월하고 남북 이데올로기를 넘나드는 질기고 강력한 상징어이다.

 

시인은 “서울에 와서/내 시詩의 목표가 상실됐다”고 고백했다. “울분과 분노의 표적이 없어졌다/대구에서 60년간 싸웠던//그 지독한 투쟁 의지가/허공에 메아리쳐 날아갔다//서울 사람들한테는/있는지 없는지 볼 수가 없다//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고민이”(‘서울 시편 3’ 전문)

 

그렇게 시인은 순수함으로 싸웠고 싸워왔다. 오직 내 자신과 가난을 위하여. 그러나 안타깝다. 서울은 반추보다 반격이 난무해서. 의성과 서울의 차이는 ‘주적’의 가치성이 달라졌다는 점.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 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고민’이라는 단봇짐을 하나 더 울러 멨다. 그러나 어쩌라. 땅과 쌀 대신 말과 속도가 횡행하는 시대의 한복판을 횡단하는 것이 시인일진대.

 

시집 해설을 쓴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시인의 작품들은 “자신의 고백적 발화에서 펼쳐지고 완성”되는데 “구체적 삶의 맥락을 통해 서정시가 가지는 타자 지향의 원심력과 자기 회귀의 구심력을 동시에 보여 주는 확연한 실례”라고 평가했다.

 

“살구꽃 봉오리가/봄 하늘을 향해 연분홍 입 열어/막 말을 건네고/들판의 보리 이삭이/비릿한 보리 향기를/초가 동네 입구로 옹알이하듯 흘려보낼 때”, “너는 그 어느 낯선 곳에 어린 육신을 묻었는지/여태 돌아오지 못했구나/혹여 돌아왔다 한들/위안부라 불리는 상처 입은 영혼이 되었구나/태양이 환한 대낮에는 붉은 꽃으로 피고/칠흑같이 깜깜한 밤에는 푸른 별로 피어/부디, 가난한 이 민족의 이마에 오래 빛나라”(‘살구꽃 봉오리’ 중)

 

시어의 평이함과 향토성이 팽팽히 줄을 이어가며 참 치밀하게 짰다. 굳이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은유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살구꽃 봉오리가/봄 하늘을 향해 연분홍 입 열어”, “태양이 환한 대낮에는 붉은 꽃으로 피고/칠흑같이 깜깜한 밤에는 푸른 별로 피어/부디, 가난한 이 민족의 이마에 오래 빛나라”라고 저마다 속으로 함성을 지르게 한다. 지를 수밖에 없게 한다. 아무리 시골 물에 젖어 사는 시인일지라도 “서울에 와서/내 시의 목표가 상실”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도 서정시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락 시인은 1959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1984년 창비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시간의 흰길’, ‘산수유 나무’등이 있고 시선집 ‘단촌역’, 평론집 ‘예술과 자유’, ‘민족문학논쟁사연구’, ‘지역, 현실, 인간 그리고 문학’, ‘나의 스승, 시대의 스승’, ‘문학과 정치’ 등이 있다. 경북외대, 경운대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원장이다.

 

출처 : http://www.dailysportshankoo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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