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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혜순 열세 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

by 정소슬 posted Apr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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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의 '새하는' 순서, 그 기록…시집 '날개 환상통'

[연합뉴스] 송고시간 | 2019-04-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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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이번엔 시가 나를 '새하게' 했다. 그런 다음 나를 날지 못하게 하고, 날개를 꺾었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뒷표지 글)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혜순 시인이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걸어온 40년을 담은 시집 '날개 환상통'(문학과지성사)을 출간했다.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 이후 3년 만에 낸 열 세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온갖 새에 대해 노래하지만, 오히려 새가 시인을 노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집에 처음 놓은 시 '새의 시집'은 이번 시집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 새하는 순서 / 그 순서의 기록 / 신발을 벗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 소매 속에서 깃털이 삐져나오는 / 내게서 새가 우는 날의 기록/ 새의 뺨을 만지며 / 새하는 날의 기록 // (…) // 이 시집은 새가 나에게 속한 줄 알았더니 / 내가 새에게 속한 것을 알게 되는 순서 / 그 순서의 / 늦은 기록'('새의 시집' 부분)

 

"시가 나를 '새하게' 했다"는 시인의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새하다'라는 말은 자연스럽지 못하게 들리나, 오히려 그 모호함이 이 문장을 시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새하다'는 주어와 목적어, 주체와 객체 사이의 완강한 문법적인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이 시집이 '새하는 순서'라면 '새하다'는 어떤 리듬의 현현이다.

 

이 시집은 새가 태어나는 리듬을 드러내는 공간이지만 새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광호 평론가는 "'새하다'라는 수행문을 통해 비로소 '새가' 구성된다"며 "'새'의 정체성 같은 것은 없고, '새'가 무엇인지를 묻는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실패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즉, '새하다'는 참과 거짓, 진실과 허구 같은 경계를 넘어서는 수행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이밖에도 수많은 '새'와 '새하다'에 대해 얘기한다.

 

'새와 새가 대화를 나누었다. 나무 위에서 지붕 끝에서 피뢰침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 // 새는 이별부터 먼저 시작한다는데, 이별과 이별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눌까.'('이별부터 먼저 시작했다' 부분)

 

'아빠, 네가 죽은 방에서 나는 새가 된다 / 갈비뼈가 동그래지고 /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는 새가 된다'('작별의 공동체-새의 일지' 부분)

 

'나는 새 속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 그 반대가 아니라 / 나는 새 속에서 죽었다고 했다 / 그 반대가 아니라 / 내가 태어나서 죽었다고 했다'('새의 반복' 부분)

 

김혜순 시인의 시 속에 나타난 '새'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광호 평론가는 "새는 미지의 것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것과 작별하게 만드는 어떤 새"라고 정의한다.

 

"새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 혹은 새가 된다는 것은 새의 형상을 닮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동물과 여성과 분자 같은 것들이 서로 구분될 수 없는 분화되지도 않은 잠재성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새-하기'는 가장 급진적인 수행의 사건이며, '새-되기'는 가장 뜨거운 생성의 사건이다."

 

그러면서 그는 "김혜순 시의 급진성은 '비정체성의 정치성'에서 온다"고 설파한다.

 

정치 운동은 대개 정치적 주체를 상정하지만 정치적 주체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한편으로 억압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는 '새'의 정체성이 주어져 있지 않으면서 '새-하기'가 강력한 정치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3부 작별의 공동체'는 14편의 시가 하나의 장시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아빠의 죽음'에 관한 시면서 작별의 존재론에 관한 시이기도 하다.

 

장시 한편으로 이뤄진 5부 '리듬의 얼굴'은 리듬을 통해 생성과 작별의 운동 방식을 보여준다.

 

독창적인 상상력을 가득 담은 이번 시집은 '김혜순 시학'을 확인하는 자리다.

 

1979년 등단한 김혜순 시인은 1980년대의 급진적인 도전과 1990년대의 다른 감수성의 등장, 그리고 최근 페미니즘의 요동치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 국면들을 뚫고 돌파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여러 젊은 시인에게 존경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김혜순 시인은 최근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더 그리핀 포이트리 프라이즈 2019'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bookmania@yna.co.kr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90411091600005?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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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t speaks in poetry only, this anecdote is the collection of poems. / 시인은 시로 말하고, 그 어록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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