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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환경미화원 금동건의 세 번째 시집 '詩를 품은 내 가슴'

by 정소슬 posted Jan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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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시인이 된 청소부’ 김해 환경미화원 금동건 씨

새벽 거리 쓸어내며 詩 한 구절 쓸어담죠

[경남신문] 기사입력 : 2019-01-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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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매달린 색 노란 은행잎/ 노란 비를 뿌려주는 그 아름다움/ 누가 싫어하겠는가/ 주워 담아 뒤돌아보니 본래의 모습/ 멈출 수 없는 빗자루질 욕구에/ 팔목은 시리고 아파도/ 청소부가 된 시인이 바라본 풍경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장관/ 육신은 허기가 지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시 한 구절 머릿속에 넣어 왔으니/ 시인이 된 청소부는 외롭지 않네’

 

‘환경미화원 금동건’이라는 시다. 운율에는 환경미화원의 애환과 그 속에서의 만족감이 묻어난다. 작가는 정식으로 문학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환경미화원이라는 생업을 이어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시를 통해 표현해낸다. 시인이 된 청소부, 금동건(58)씨 이야기다.

 

금동건씨는 20년 차 환경미화원이다. 비질로 낙엽을 쓰는 일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까지. 청소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한국문인협회 소속으로 여태껏 세 권의 시집을 냈지만, 그는 시를 배운 적이 없다. 문학과의 연을 이을 수 있었던 계기는 순수했던 유년 시절의 연애편지였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공부를 위해 10살 때 부산으로 내려왔다. 떠밀리듯 짐을 싸서 내려오는 바람에 초등학교 단짝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안동과 부산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수단은 오로지 편지였다. 그렇게 하루 한 장, 꼬박 3년을 편지를 써 보냈다. 말미에는 ‘답장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글귀도 썼다. “어릴 적부터 멀리 있는 짝지에게 매일 한 장씩 편지를 썼습니다. 덕분에 글을 쓰는 것에 있어 거부감은 없었죠. 매번 답장이 안 오다가 하루는 안동에서 답장이 온 거예요. 너무 기뻐서 뜯어보니 그 친구 오빠가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내용이었어요(웃음).”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펜을 놓지 않았다. 고된 일과 이후에도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반드시 일기를 썼다. 일상을 풀어놓은 일기장은 점점 두꺼워졌다. 의미를 함축한 글을 써 보고 싶은 욕구에 산문 형태의 일기는 점차 시로 바뀌었다. 그 탄생 과정을 알 수 있듯 그의 작품 밑에는 날짜가 적혀 있다.

 

제법 두꺼운 습작 노트가 쌓인 것은 2006년이었다. 누군가에게 검증받고 싶었다. 그는 자기가 쓴 글에 대한 조언을 받기 위해 ‘시사문단’에 몇 편의 시를 보냈다. 이때까지도 자신이 시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이 한 일이 환경미화원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잘 들어온다’,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심사평이 있었어요. 후일담이지만 심사위원 한 분이 제가 환경미화원이라는 이유로 박한 점수를 줬다고 들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환경미화원이 제일 자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는 그렇게 시인이 됐다. 시인이 된 환경미화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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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환경미화원 금동건 씨.

 

그가 처음부터 환경미화원을 천직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산까지 유학을 올 만큼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건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부모의 슬하에서 떨어진 탓이었을까.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영양실조를 앓았다. 지금은 별미로 먹는 왜간장과 버터를 섞은 비빔밥을 매일같이 먹었다. 폐결핵도 따라붙었다. 7년이란 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병마와 싸우면서 젊은 시절을 소진했다. 그는 겨우 몸을 추슬러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영업용 택시, 자동차학원 강사, 외판원, 젖소 농장 일까지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나이 서른여덟, 또다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거의 쓰러질 듯한 상태로 병원에 간 그는 뇌에 작은 구멍이 뚫리면서 중풍 초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게다가 안면이 마비되는 구완와사가 함께 왔다. 삐뚤어진 입을 가리기 위해 길렀던 긴 수염은 지금까지 남았다. 수백 번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옆에는 사랑하는 아내, 딸이 있었다.

 

그는 세상을 예사로 보지 않았다. 시집에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동에서 내려와 부산 앞바다를 본 기억을 산골 마을의 사내는 잊지 않았다. 드넓은 바다의 공허함, 발 디딜 틈 없는 자갈치 시장의 번잡함은 습작 노트에 기록됐고 2006년 ‘자갈치의 아침’이라는 시로 탄생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은 뭇 사람들에게는 볼거리지만, 제 명을 다하고 떨어진 꽃잎을 치우는 일은 그의 몫이었다. 어느 봄날, 김해 흥동의 샛길에 떨어진 벚꽃잎을 쓸어 담으며 느낀 감정들을 두 번째 시집 ‘꽃비 내리던 날’에 담았다. 청소 일을 하며 봤던 풍경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그의 메모장에 기록됐다. 그렇게 모인 글감들은 늦은 밤 그의 집에서 습작 노트로 옮겨지고, 회사에 들어가는 날이면 디지털 형태로 컴퓨터 속에 저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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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건씨의 습작노트

 

그의 시 대부분은 일상과 연관돼 있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얕지 않다. 세 번째 시집 ‘詩를 품은 내 가슴’에는 유독 ‘미화원’이라는 제목의 시가 많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쓰레기를 더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처리하는 음식물쓰레기는 가축의 먹이, 혹은 퇴비로 쓰입니다. 쓰레기가 가득 실린 차를 운전할 때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거지요.”

 

금동건씨는 빗자루로 도로를 쓸며 주운 동전들을 10여년 전부터 기부해오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손톱만한 봉사’다. 그러나 동전을 줍기 위해 수만 번 허리를 숙인 수고를 생각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는 7년간 주운 동전 15㎏, 20만원을 2013년 성금으로 기탁했다. 동전 뭉치 안에는 외국 동전, 지폐를 비롯해 지금은 보기 힘든 토큰도 있었다. 거리에 버려지며 닳고 때가 묻은 동전이었지만 주방용 세제로 때를 벗겨 마치 새 동전같이 만들어 기부했다. 동전 기부는 2014년과 2015년, 2018년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갈수록 동전 사용량이 줄고 그도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무로 근무환경이 바뀌면서 기부하는 동전은 점차 줄었다. 빈 동전의 공백에 그는 하루 일당과 맞먹는 10만원을 얹어 기탁하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그는 도로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동전도 누군가의 주인이 있다고 했다. “도로에 낙엽을 쓸다 보면 ‘땡그랑’ 소리가 납니다. 국적 모를 동전도 있고 구멍 뚫린 토큰도 있어요. 어차피 주인을 못 찾아 준다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는 거지요. 동전을 기부한다고 하니 주변의 동료들이 주운 동전을 건네주기도 했죠.”

 

내후년이면 그도 환갑이다. 세월의 무게 탓인지 허리 통증이 그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일도, 시를 쓰는 일도 쉽사리 놓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도 있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년 후, 환갑쯤에 네 번째 시집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감을 모으는 기간도 한 이유지만, 출간에는 제법 목돈이 들기 때문이다. “시를 배운 적은 없지만 제 나름의 창작법으로 글을 써 왔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시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입니다. 네 번째 시집을 준비하면서 조금 더 성숙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저의 일터에서 맞이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출처 :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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