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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최영철 열두 번째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출간

by 정소슬 posted Jul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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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게 하는 시인의 담담한 위로

12번째 시집 낸 시인 최영철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입력 : 2018-07-17 18: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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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기회’ 용케 피하며 살아

- 지금까지의 시간만으로도 감사

 

-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오는 것

- 오지 않으면 과감히 내려놔야

 

나의 취미는 고독, 장기와 특기 역시 고독, 하도 오래 벗하며 살아서인가 나의 장래 희망 역시 고독, 고독 고독에 에워싸여 무르익으면 마침내 완성될 독거, 독거 독거의 마지막 결실 고독사(‘고독사를 꿈꾸며’ 중)

 

부산 중견시인 최영철이 새 시집을 냈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최영철의 이번 시집에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시가 많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것, 삶에서 죽음으로 초월하는 것이, 슬퍼하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 든다고 할까.

 

금방 잿더미가 될 줄 알면서/싸늘하게 말라 버린 얼굴에/누가 자꾸 분을 발라주고 있었어… 너도 이해하지? 웃어도 시원찮을 판에 웬 눈물, 웬 통곡… 그 일에 동조한 몇 사람/수수방관한 여러 사람/산더미 같은 증빙서류 찢고 불태워 날렸어… 하하, 모든 물적 증거는 태어날 때 이미 소멸되었다는 것도 모르고(‘화장의 기술’ 중)

 

시신을 화장(火葬)하기 전 화장(化粧)하는 의례, 서류와 유품을 정리하는 절차, ‘아이고, 아이고’ 유족의 곡성이 모두 덧없이 느껴질 만큼 죽음은 빠르고 정리는 신속하다. 어떤 시에서는 유쾌하기까지 하다. 평소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느냐고 묻자 시인은 말했다. “많이 생각하죠. 그러나 두려움은 없어요. 10대 때 큰 사고를 당해 죽음 직전까지 가보았고,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어요. 죽음의 ‘기회’가 많았는데, 용케 잘 피해온 거죠. 이 정도의 시간이 허락된 것만 해도 충분히 고마워요.”

 

이번이 12번 째 시집이다. 시인은 그 말만은 좀 빼달라고 했지만. “등단은 1986년에 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썼으니 반세기네요. 내게 시는 ‘기다려야 오는 것’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시가 내게 다시 와 줄까’ 늘 초조했어요. 물론 어거지로 꾸역꾸역 쓰면 뭔가 나오긴 하겠지만 그건 이미 시가 아니죠. 밀도와 함량이 떨어지는 걸 시라며 발표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시가 찾아와서 시집을 냈는데, 이제 정말 안 올 것 같아요.” (아내인 조명숙 소설가가 옆에서 “순 거짓말”이라며 웃었지만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열두 권 이라니 너무 남발했어요. 지금 우리 나라에 시가 너무 많아요. 내 반성이기도 해요. 너도 나도, 이것도 저것도 시라고 내놓으니 품질이 담보 안 되고, 결국 아무도 안 읽어요. 안 그래도 안 읽는 시를. 게다가 어느 정도 명망을 확보한 시인들은 자기표절과 동어반복을 거듭하죠. 문단 내 기득권만 행사하며. 시가 와 주지 않으면 과감히 내려놓는 게 아름다워요.”

 

그는 요즘 젊은 시인의 작품에서 미처 꿈도 꿔보지 못한 상상력을 발견한다며, 그런 시가 주는 즐거움만 누리며 살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웃기면서도 냉담한, 담담하면서도 펄펄한 그의 시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니, 그의 시집이 이번으로 끝난다는 걸 쉽게 믿지는 못하겠다.

 

의사는 뿌리까지 썩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공중에 위태롭게 뜬 어금니/하부에 숨어/녀석들이 해해 웃으며 떠받들고 있는 상부… 충치는 내 오랜 친구/틈새나 비집고 다니게 놔두는 건데/칫솔질 너무 열심히 한 탓/숨 못 쉬게 탈출구 막은 탓/누구든 숨다숨다 안 되면 땅굴을 파는 법… 여차하면 거기 들어가 숨어도 되겠다(‘내 몸의 방공호’ 중)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80718.2202000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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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t speaks in poetry only, this anecdote is the collection of poems. / 시인은 시로 말하고, 그 어록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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