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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고명자 두 번째 시집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

by 정소슬 posted May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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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고명자 시인 두 번째 시집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 입력 : 2018-05-08 18:51:57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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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그라는 나무/한 그루만 있었다는 듯/그 밖은/그의 밖은/두꺼운 적막이어라//꽃 피고 꽃 지는 일/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안부’중)

 

고명자라는 시인은 눈길 가는 모든 구석의 미세한 고통을 감지하는 시인이다. 그가 두 번째 시집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천년의시작)를 냈다. 그에게 사랑은 불같이 뜨거운 정열이며 ‘으깨진 장미들처럼, 서로의 살점을 나눠먹는’ 제어불가능한 제의적 고통일 수도 있다. 고통에 결코 무감해질 수는 없지만, 표출하기보다 감내하는 것이 익숙한 시인은 꽃 피고 지는 일을 ‘심심한 일’로,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봄을 ‘참 심심한 봄날’로 미뤄 버린다.

 

깔치로도 살아봤단다/제 살점 한칼 끊어/술국을 끓이는 것이라/뱃사내들의 신앙이었다… 살결곱던 그 여인 칼칼한 성질머리 다 죽고/수평선 열어놓고 낮 밤을 바꿔 살아봐도/파도만 건달처럼 우쭐거릴 뿐/어깨 실팍한 사내 돌아오지 않았다(‘갈치’ 중)

 

비린내 나는 포구에는 한때 아름다웠던 주막 여인이 있다. 그가 사랑한 사내는 배를 타고 돌아오지 않고, 여인은 하릴없이 그를 기다리며 뭇 뱃사내에게 갈치국을 끓여 판다. 고명자의 시에는 부재하는 연인이 있다. ‘달콤하고 뜨겁고 사납게’ 사랑했지만 지금은 곁에 없고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어서 사랑 자체를 고독과 고통으로 만들어버린다.

 

시인의 새 시집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첫 번째 시집 ‘술병들의 묘지’에서 속으로 속으로 파고들던 시선을 들어 봄이 범람하는 바깥 세상을 내다본다. 자전적인 시들이 주를 이룬 전작과 다르게 눈에 들어온 주위 풍경에 시선을 오래 둔다. 고통, 사랑, 연민, 우울의 감정이 표나게 격해졌다. 시집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지만 고명자의 시선을 내면에서 세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세월호다. 충격과 가누지 못할 슬픔은 ‘타인의 입술’이란 작품에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부음과 부름사이/한숨처럼 걸어왔네/무덤가 꽃은 수명을 다할 줄 모른다기에/알록달록 플라스틱 슬픔을 들고 문상을 왔네 … 함께 비를 맞았으나 도무지 따뜻해지지 않는 죽음이었네

 

시인 자신은 이 시집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헝겊 인형’ 연작도 그렇고, 길에 버려진 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나 봐요. 버려진 슬리퍼 하나에까지도 눈길이 갔으니까.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감당하기 힘든 일이 많았는데,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그런 일들이 만나 슬픔이라는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어요. 죽음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한 것 같고,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아무리 울어줘도 따뜻해지지가 않았죠. 아마 그런 감정이 시집에 많이 담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귀영 기자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80509.2202401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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