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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병호]쉬운 시, 잘 팔리는 시, 어려운 시

by 정소슬 posted Mar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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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쉬운 시, 잘 팔리는 시, 어려운 시

[대전일보] 2018-03-06기사 편집 2018-03-06 08:42:30

 

 

 

 

 

20180306221303322.jpg

 

 

한 젊은 시인의 시집이 1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같이 시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놀랄만한 일이다. 출판계에서 이렇게 대박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일은 심심치 않으나 주로 실용서나 감성 자극형 생활서, 부드러운 인생 훈계 지침서 같은 부류이다. 문학에서는 유명한 외국작가에게 선인세를 듬뿍 안기고 판권을 사온 소설이 대부분이다. 이런 판세에서 시집이 많이 팔렸다는 소식은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시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무지막지한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거칠게 말해 예술은, 시는 이 세계의 비밀을, 우리 삶의 근원을 훔쳐본 누군가가 풀어놓은 주장이다. 그들이 해석한 장면이며 그들이 들은 선율이며 그들이 잡아낸 구절이다. 그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대단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하는 일이다.

 

이런 예술의 특성상 예술의 결과물은 지독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듣고 본 것을 내가 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술은 주관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대중적이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시가 그렇다. 시가 어렵다는 말은 난해해서가 아니라 보통 이 주관성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시들도 있다. 이 성공은 쉽게 전달되는 언어와 더불어 여러 번 접했기 때문이다. 모든 시는 다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번 읽으면 느낄 수 있다.

 

시가 쉽게 읽히면서 좋은 전달력을 가지는 일은 분명한 미덕이다. 그러나 시가 가진 미덕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계의 비밀과 인생의 본질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 인생의 개수만큼 존재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얼굴만큼 다양하다. 이것들은 하나의 미덕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다양해야 한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의 전략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변이를 일으켜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특성을 가진 후손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에도 자신의 종이 살아남는다. 이 다양성의 중요성은 일순간 지구에서 사라진 공룡이 웅변한다.

 

시도 그렇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시가 존재해야 한다. 쉬운 시, 잘 팔리는 시, 어려운 시, 눈으로 보는 시, 귀로 듣는 시, 머리로 읽는 시, 가슴으로 느끼는 시, 애끓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 사회의 모순에 일격을 가하는 시, 우주의 비밀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 그리고 허공을 헤매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시 모두.

 

김병호 시인

 

출처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30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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