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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김수영의 시와 산문 전집 2권 출간

by 정소슬 posted Mar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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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절규… 현실에서 건져올린 詩

김수영의 시와 산문 전집 2권 출간

[세계일보] 입력 : 2018-03-02 03:00:00 |수정 : 2018-03-0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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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1921~1968) 시인 사후 50주년을 기념한 전집이 출간됐다. 이른바 ‘시인들의 시인’으로 시인들이 더 좋아하는 김수영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시집과 전집으로 출간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팔리는 독특한 현상을 보였다. 이번에 이영준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사진)가 엮은 시와 산문 전집 2권은 그동안 잘못 표기된 내용을 바로잡고 새로 발굴된 시와 산문을 추가했다.

 

“우리의 사랑이 죄악이라는 것은/ 시를 쓴다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꾸짖는 것이나 같은 일// 오랜 시간을 두고 찾아오는 이 귀중한 순간의/ 한복판에 서서/ 천천히 계속하던 일손을 멈추고 너를 생각하니/ 오-나의 몸은/ 가난한 나라의 빈 사무실/ 한복판에 앉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랑의 궁극에 대하여 차라리/ 늬가 냉담하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잊어버리기 위한 사랑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성에 대해 다른 대상과 현실을 대하는 김수영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진솔함을 드러낸 이 시편 ‘겨울의 사랑’은 ‘연꽃’ ‘김일성 만세’와 더불어 이번 전집에 추가된 미발표시다. ‘음악’ ‘그것을 위하여는’ ‘태백산맥’ ‘너……세찬 에네르기’ 등은 새로 발굴된 시편으로, 이번 전집에 추가된 시는 모두 7편이다. 시가 아니라 잡지 화보 글로 판단한 2편은 제외했다. 여기에다 미완성작을 수록한 노트에서 정리한 작품 15편을 부록으로 추가했다.

 

이영준 교수는 “현재 한국 시의 많은 부분은 김수영에게 빚지고 있다”면서 “실생활과 떨어진 시적 언어 현실에서 일상어도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예술이 박물관이나 독방에 있는 게 아니라 실생활의 거리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김수영이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수영 시는 마침표와 전쟁을 벌여 한국 현대시의 관습을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친 시인”이라면서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업시인이 존재하는 ‘시의 제국’인 한국이 시에서 마침표를 빼면 그것이 곧 현대시의 전범이 될 수 있다”고 자부했다.

 

2권 산문 전집에는 22편의 산문과 일기 21편, 편지 1편 등 새로 발굴된 작품들이 추가됐다. 특히 김수영이 6·25전쟁 중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해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힌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산문들은 공백으로 남아 있던 시절을 보충하는 것이어서 시인의 의식세계를 탐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해군’ 1953년 6월호에 기고한 ‘시인이 겪은 포로생활’에서 김수영은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는 나의 욕망과 철학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것을 만족시켜 준 것이 이 포로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포로가 되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지금쯤은 이북 땅 어느 논두렁에서 구르고 있는 허다한 시체 속에 끼어 고향을 등지고 이름도 없이 구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안도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영준 교수는 이 산문에서 김수영이 포로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성서를 읽었다는 대목을 적시하면서 대표 시로 알려진 ‘풀’은 초월적 세계를 그린 종교적 측면에서 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소설 쓰기에 대한 지향도 지녔던 김수영의 산문 2편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꽁트라고 특별히 표기했다. ‘어머니 없는 아이 하나’와 ‘해운대에 핀 해바라기’에 나오는 사창가 이야기와 유부녀와의 연애담은 김수영의 소설 창작 욕구가 빚어낸 허구일 따름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산문집 말미에 수록된 ‘일기초·편지·후기’ 항목에서는 ‘고은에게 보내는 편지’가 새삼스럽게 눈에 띈다. 김수영은 1965년 12월 24일 이렇게 썼다.

 

“시화집 ‘이삭을 주울 때’에 나온 고은의 시와 노트를 지독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중에선 내가 보기엔 고은, 김영태, 이수복, 이제하가 좋더라. 그중에서도 고은을 제일 사랑한다. 부디 공부 좀 해라. 공부를 지독하게 하고 나서 지금의 발랄한 생리와 반짝거리는 이미지와 축복받은 독기가 죽지 않을 때, 고은은 한국의 장 주네가 될 수 있다. 철학을 통해서 현대 공부를 철저히 하고 대성하라. 부탁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출처 : http://www.segye.com/newsView/2018030100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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