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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고경옥 두 번째 시집 ‘서랍 속에 눕다’

by 정소슬 posted Jan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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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 징그럽게 아름다운 생

<133> 고경옥 시인 ‘서랍 속에 눕다’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입력 : 2018.01.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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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월미도에 간다. 월미도는 화자가 사는 우체국보다 좀 먼 곳에 있다. 월미도 바닷가 카페는 한적하다. 카페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행위는 찻잔에 바다를 건져서 채우거나 엽서에 옮기는 것으로 감각화 한다. 그런데 유리창에 날아와 부딪혀 추락하는 갈매기. 여기서 화자는 앞만 보며 열심히 살다 추락한 아버지를 떠올린다. 추락한 갈매기와 아버지의 생을 동일화한다.

 

이처럼 고경옥 시의 비유적 방식은 쉽고 명료하며 독자에게 잘 읽힌다. 잘 읽힌다는 것은 장점이다. 표현의 숙련과 관련된다. 시 ‘까치발’에서는 “생강나무 가지를 올려다 본다// 먼저 도착한 햇살과/ 집 나온 나비와/ 누군가 두고 간 손수건에/ 닿아보려고// 볼이 파래지도록/ 허리가 위태롭게 흔들리도록/ 안간힘으로 발끝을 올리고// 혼자 물끄러미 서 있는 제비꽃”이라고 하여 생강나무 아래 껑충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제비꽃을 까치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으로 의인화한다.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한 시인은 동두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시 ‘동두천’에 유년기의 경험이 자세히 실려 있다.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고, 2014년 첫 시집 ‘안녕, 프로메테우스’를 냈다. 이번이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몸과 성적 은유는 드물지만 이번 시집에서도 독자를 매혹시킨다. 시 ‘열쇠’는 문을 여는 열쇠를 사람의 몸을 여는 ‘당신’으로 의인화한다.

 

황금 열쇠로도

 비밀번호로도 절대 열수 없는 문

 

 언젠가 템포를 넣을 수 없을 만큼

 미묘하게 단단한 문

 

 주인인 나조차 열수 없지만

 당신은 열수 있는 문

 

 살짝, 나비 날갯짓 같은 터치만으로

 스르르 열리고 마는 몸

- ‘열쇠‘ 전문

 

 템포는 물속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여성 생리대다. 내가 스스로 열수 없는 몸은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내 몸은 나를 여는 너의 것이다. 시 ‘자궁근종’ 발화점은 병든 몸이다. 아름답고 튼튼한 몸보다 병든 몸이 시가 되게 하는 힘이 있다. 화자는 “고양이가 꽃잎 소리로 그늘 속을 기어 다니듯/ 속살 가장 깊은 곳에서/ 속살 가장 붉은 곳에서/ 가지 끝에 매달린 연시의 까치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근종은 가 닿기 힘든 자궁 “속에 들어와 턱 하니 막무가내로 싹을 틔”운다. 그러나 화자는 근종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래, 이왕 내게 왔으니 꽃이나 돼라”고 수용하고 긍정한다.

 

시 ‘징그럽게 아름다운’은 시인이 생활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여 쓴 것이다. 화자가 보는 음식물 쓰레기통은 “혼숙인지 스와핑인지 모를 묘한 체위를 동원해/ 교미하는 호박, 생선가시, 떡 쪼가리들”로 표현된다. 한 통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물찌꺼기들이 섞여 있는 것을 교미하는 것으로 비유한다. 쓰레기들이 썩어가며 열을 내는 것을 “체온으로 후끈하다”고 한다. 산란하고 있는 구더기를 징그럽게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반어다.

 

물론 그의 시에 성애적 비유와 상상과 표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 ‘달개비’는 꽃잎을 “푸른 입술”로 묘사한다. 화자는 달개비를 “땅에 뜬/ 별 같기도 한/ 달 같기도 한/ 비가 온 다음 날은 눈물 같기도 한// 시린 한 방울”로 형상한다. 겨울날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쉽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 고경옥의 시집을 들고 햇살 앞에 앉아보자.

 

서랍 속에 눕다=고경옥 지음. 현대시학 펴냄. 126쪽/9000원

 

2.jpg

 

출처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10517344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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