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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고재종 여덟 번째 시집 ‘꽃의 권력’ 출간

by 정소슬 posted Oct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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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신작시집···소외된 삶·상처 어루만지다

[광남일보] 2017. 10.07(토) 16:52

고재종 시인수첩 시인선서 ‘꽃의 권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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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전남 출신 대표적 농민시인이자 독창적 시세계로 현대시단에 한 획을 그어온 고재종 시인이 시집 ‘쪽빛 문장’ 이후 13년만에 신작 시집을 펴냈다.

 

지난 6월 간행에 들어간 ‘시인수첩 시인선’ 여섯번째권으로 나온 ‘꽃의 권력’(문학수첩 刊)이 그것으로, 그의 여덟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줄곧 추구해왔던 민중시 계열의 농촌시나 생태시, 그리고 실존 의식이라고 하는 문학적 카테고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갑을 맞아 바라본 소소한 풍경들에 대한 조우가 노정된다. 그동안 시집이 나오기까지 소요된 13년의 시간들이 오롯이 응축돼 담긴 이번 시집 64편의 시들은 더더욱 깊이있게 삶들에 천착하며 ‘말하고 싶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의 징후’까지를 녹여내고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농민이나 노동자 등 민중의 개념 밖에 존재하는 알코올중독자 등 소외된 자들의 삶과 상처에 도외시하지 않았다. 삶이 있으나 결코 삶이 상실된 자들의 아픔을 시인은 진솔한 시어들로 시적 형상과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향 아주머니 한 분은, 여름 내내 땡볕에 익은/ 서방님 몸보신시키려고 싱싱한 낙지 안주에 소주 한잔도/ 마련했다가, 감나무 그늘도 싱싱한 평상 위에서 온 몸을/ 비틀며 죽어가는 서방님을 보아야 했다’(‘고통의 독재’)거나 ‘산전수전 다 겪고 돌아와 이제는/요양원 마루 끝에 앉아서 텅 빈 눈을/먼 데 가까운 데 어디에도 두지 않는/노파의 무관심을 무엇이라고 부르랴(‘텅 빈 초상’)고 노래한다.

 

또 ‘슬픈 그에겐 취하는 길도 닫힌 채/ 철창 차에 실려 정신병동으로 떠나는 오늘/ 누가 그를 인간에 포함시켰는가, 차마/ 묻지 않을 수 없다면 이 또한 지옥 아닌가’(‘한 알코올중독자를 위하여’)고 묻는다.

 

이외에도 시인은 넓은 평수나 전망좋은 집이나 따지는, 물욕으로 점철된 삶이 아닌 시장통 네거리에 자리한 집에 대한 견고한 사유를 드러낸다. ‘거기 은빛 별들보다 리어카 위의 은빛 갈치가/ 물크러지는 밤, 그는 시장통 네거리의 집을 끌고/ 별 볼일 없는 집을 짓’(‘집’)는 풍경에 집중한다.

 

그의 시적 촉수들이 가닿는 곳은 그리움과 소외, 쓸쓸함이 씨실과 날실로 얽혀있는 형국이다. 시적 소재들도 주변에서 봐왔음직한 삶들로, 결코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는 시인이 격정의 한 시대를 살아내고 환갑을 맞아 다시 세상살이에의 초연함 그 안과 밖을 투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연으로 묘사된 것들마저 소외의 다른 이름으로 읽힌다. 소외에 대한 시적 화자의 오랜 진통과 고민의 행간인 셈이다.

 

시적 화자는 지금 삶이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하릴없는 꽃길에서는/꽃의 권력을 따’(‘꽃의 권력’)르거나 ‘노래하고 반짝이는 강물의 오랜 전통 하나는/타는 울음을 다독이며 멀리 세월을 빗’(‘강의 노래’)기를 소원한다. 이는 소외된 삶과 상처들을 보듬는 시인의 단촐해진 시각이 투영된 결과로 이해된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교수(서울여대)는 시평에서 “시 ‘시간에 기대어’를 인용, ‘사소한 마음 하나에도 수만 물비늘을 뒤채는’ 섬세하고 파란 강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서 “자신의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인간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사랑의 길이 무엇인지 답변할 수 있다. 이것이 시인이 오랜 진통과 고민과 사유의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면목”이라고 평했다.

 

한편 ‘시인수첩 시인선’에는 앞서 나온 임동확 시집 외에 고운기 유종인 김병호 황수아 김재홍 시인 등의 시집이 연이어 출간됐다. ‘시인수첩 시인선’의 주간에는 1971년 광주 출생인 김병호 시인(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이 맡았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출처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507362755268377025#07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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