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새끼들허고 송편이나 해서 먹는지"

by 정소슬 posted Oct 05,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끼들허고 송편이나 해서 먹는지

[시골에서 시읽기] 박남준 <박남준 시선집>

[오마이뉴스] 17.10.04 17:46 l 최종 업데이트 17.10.04 17:46 l 최종규(함께살기)

 

 

 

x9791187490081.jpg

 

 

섣달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들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 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속에 묻어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끈뜨끈 불이 지펴지고

이불홑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 끝에 불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 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나

일 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 모여

떡국이나 한 그릇 허자고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 먹고 있는지 (떡국 한 그릇)

 

시선집을 읽습니다. <박남준 시선집>(펄북스 펴냄)은 시를 쓰는 박남준 님이 그동안 길어올린 노래를 둘레 벗님이 가리고 추려서 엮은 책입니다. 시집도 시집이지만, 그 시집 가운데 더 사랑해 주면 좋으리라 여기는 노래를 찬찬히 갈무리한 책입니다.

 

이 가을에 한가위를 둘러싸면서 어느 시보다 '떡국 한 그릇'을 다룬 노래를 읽어 봅니다. 아마 시인네 어머니일까요,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하고 읊는 어머니는 "못난 것 같으니라고" 한 마디를 털어놓습니다.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나" 하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아이들이 제금을 나서 저마다 제 뜻을 펴고 살 적에는 '뜻을 이루기'를 바랄 뿐입니다. 뜻을 이룬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품은 뜻을 이루는 삶이란 돈만 많이 버는 삶이 아니에요. 걸어가려는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적에 뜻을 이루어요. 즐겁게 웃고 기쁘게 노래하는 하루를 지을 수 있을 적에 뜻을 이룬다고 할 수 있어요.

 

개울물 소리 저리 시리도록 푸르른가

동지 까만 밤 부쩍이나 귀는 밝아져서

산 아랫마을 뉘 집 개가 짖는다 먼 장닭이 운다

눈이 오는가 누가 오는가 (동지 밤)

 

설날에 어머니한테 찾아가지 못하는 아이를 두고서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 먹고 있는지" 하고 근심을 하는 마음을 읽습니다. 한가위를 앞두고는 "새끼들허고 송편이나 해 먹는지" 하고 걱정을 하는 마음이 되겠지요. 여느 때에는 여느 때대로 밥술 넉넉히 뜨면서 식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하는 대목에 마음이 쓰일 테고요.

 

어버이 마음은 아이 마음하고도 같습니다. 어버이는 다 큰 아이들이 돈만 많이 벌기보다는 착하면서 참되고 고운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요. 다 큰 아이들이 새롭게 어른이 되어 낳은 아이들한테 즐거운 사랑을 물려주면서 살림을 짓기를 바랍니다.

 

아이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신나게 뛰놀 수 있으면 좋아요. 까르르 웃고 개구지게 뛰고 달릴 수 있으면 좋지요. 아이들은 자가용을 달려 어디 대단한 놀이공원에 가기를 바라지 않아요. 뭔가 값비싸거나 값진 장난감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어머니 아버지하고 눈을 맞추면서 소꿉놀이를 하거나 한 손씩 맞잡고서 나들이를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리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 하다

소한 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랫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썩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겨울 풍경)

 

한가위에 설에 서로 한 자리에 모입니다. 한가위나 설이 아니어도 틈틈이 한 자리에 마주앉습니다. 맛난 밥을 먹거나 으리으리한 잔칫밥을 먹을 뜻이 아닙니다. 서로 즐거이 잘 사는가 궁금한 마음을 나누려고 모입니다. 서로 오붓하게 둘러앉아서 그야말로 이야기꽃 이야기잔치 이야기마당을 누리려고 마주앉습니다.

 

겨울날 빨래하는 이야기가 밥상에 오를 만합니다. 아기를 낳아 돌보면서 빨래하느라 얼마나 등허리가 휘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밥상에 오를 만하지요. 뒤집고 기고 서고 걷고 달리면서 활짝 웃음을 짓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흐름을 지켜본 이야기가 밥상에 오를 만하고요.

 

굽이굽이 휘돌지 않는 강물이 어찌

노래하는 여울에 이를 수 있는가

부를 수 있겠는가 (마음의 북극성)

 

<박남준 시선집> 한 권을 읽으면서 달빛하고 별빛을 어림합니다. 보름달은 한가위를 앞두고 얼마나 밝을까 하고 어림합니다. 눈부시게 밝은 보름달 곁에서 별빛은 또 얼마나 반짝거릴까 하고 어림합니다.

 

아이들하고 마을 어귀 빨래터를 치웁니다. 아이들은 빨래터를 다 치우고서 물놀이를 합니다. 가을이 깊으나 낮에는 볕이 퍽 뜨겁습니다. 물놀이를 할 만합니다. 함께 빨래터를 치운 저는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시집을 읽습니다.

 

시집에 흐르는 "굽이굽이 휘도는 물줄기"를 그려 봅니다. 여름에 마르지 않고 겨울에 얼지 않는 마을 빨래터 물줄기를 나란히 그려 봅니다. 노래하는 여울이 되는 물줄기를 그려 보고, 노래하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마을 빨래터를 새삼스레 그려 봅니다.

 

이 가을 한가위에 집집마다 아이들하고 오붓하게 송편을 빚어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와 설날이 다시금 찾아오면, 설날에는 집집마다 떡국 끓이는 구수한 냄새가 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5060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2'
?

시끌시끌, 혹은 시시콜콜한

Noticeable poem or poets / 詩끌時끌하거나 詩時callcall한 소식들......

  1. 20
    Oct 2017
    12:17

    최계선 세 번째 시집 ‘동물시편’ 펴내

    자연 속 삶의 가르침 되짚는 ‘동물시편’ 춘천 출신 최계선 시인 시 92편 생태습성·시공간 느낌 동심 자극 [강원도민일보] 최유란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소금쟁이부터 장지도마뱀,누치,무당개구리,할미새까지. 동물들이 시가...
    By정소슬 Reply0 Views5
    Read More
  2. 20
    Oct 2017
    11:57

    송일순 세 번째 시집 `아이스크림 찬미' 펴내

    실존하는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시 [강원일보] 2017-10-20 (금) 18면 - 이하늘 기자 횡성 출신 송일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아이스크림 찬미'를 펴냈다. 총 4부로 나뉜 이번 시집에는 60여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은 어...
    By정소슬 Reply0 Views2
    Read More
  3. 20
    Oct 2017
    11:48

    한학자 김용숙(84)씨, '소암 한시선' 발간

    평생의 한시작품 한권으로 소암 한시선 | 김용숙 저 | 샘물출판 [전남일보] 입력시간 : 2017. 10.20. 00:00 호남 유림 원로이자 한학자인 김용숙(84)씨가 평생 써 온 한시를 한데 모은 '소암 한시선'을 최근 발간했다. 소암 선생...
    By정소슬 Reply0 Views4
    Read More
  4. 20
    Oct 2017
    11:37

    [박용열 시인] 승려·의사·시인으로 걸어온 삶 이야기

    승려·의사·시인으로 걸어온 삶 이야기 박용열 시인 문학 조명 강연회 [강원일보] 2017-10-19 (목) 18면 - 고달순 기자 설악문화예술포럼 주관 21일 개최 박 시인 손주들의 시 낭송 등 진행 승려와 의사, 시인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By정소슬 Reply0 Views6
    Read More
  5. 20
    Oct 2017
    11:32

    정성수 22번째 시집 ‘혓바닥 우표’ 출간

    정성수 시인 ‘혓바닥 우표’ 출간 [전북도민일보] 김영호 기자 승인 2017.10.18 우표는 감성을 배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림이다. 정성수 시인이 자신의 22번째 시집인 ‘혓바닥 우표’(고글 출판사)를 출간했다. 이번 ...
    By정소슬 Reply0 Views2
    Read More
  6. 20
    Oct 2017
    11:24

    장봉천 첫 번째 시집 『눈물 꽃』 출간

    장봉천 시인, 사별한 반려견과의 애틋한 사랑 담은 시집 『눈물 꽃』 출간 [중도일보] 입력 2017-10-18 11:48 수정 2017-10-18 11:48 사진작가이자 수필가인 장봉천 시인의 첫 번째 시집『눈물 꽃』이 출간됐다. 2010년 월간『...
    By정소슬 Reply0 Views4
    Read More
  7. 18
    Oct 2017
    10:24

    나태주 산문집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1일 1책]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시인의 전하는 가을의 위로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입력 : 2017.10.18 00:07:00 | 수정 : 2017.10.16 11:07:2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구절이 담긴 시 ‘풀...
    By정소슬 Reply0 Views10
    Read More
  8. 18
    Oct 2017
    10:10

    옥천군청 천기석 첫 번째 시집 '바람이 달아나는 길'

    옥천군 친환경농축산과 천기석씨 시집 발간 '바람이 달아나는 길' 시 90편 수록,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려 [충북일보] 손근방 기자nearshon@hanmail.net | 최종수정2017.10.17 14:05:18 ▲천기석씨 시집 바람이 달아나는 길. [충북...
    By정소슬 Reply0 Views7
    Read More
  9. 18
    Oct 2017
    09:59

    울산 김만복 첫 시집 ‘그림자 지우기’ 출간

    김만복 울산 우신고 교장 첫 시집 ‘그림자 지우기’ 출간 출판기념회 23일 펠리체컨벤션 [경상일보] 승인 2017.10.16 22:10:52 교육인이자 문학인인 김만복(사진) 우신고등학교 교장이 첫 시집 <그림자 지우기>(서정시학 시인선141)를...
    By정소슬 Reply0 Views11
    Read More
  10. 18
    Oct 2017
    09:49

    수원 박경숙 세 번째 시집 ‘물의 거처’ 출간

    [새로나온책] 물의 거처 [중부일보] 황호영 alex1794@naver.com 2017년 10월 17일 화요일 물의 거처/박경숙/천년의시작 수원문인협회에서 활동 중인 박경숙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물의 거처’를 출간했다. 박 시인은 2003년...
    By정소슬 Reply0 Views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9 Next
/ 159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