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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이병률 새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by 정소슬 posted Sep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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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 말하는 우리에게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등록 : 2017.09.28 15:30 수정 : 2017.09.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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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ㆍ144쪽ㆍ8,000원

 

심보선 이전에 이병률이 있었다. 문학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스타 시인의 계보에. 서정시도 패션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계보에.

 

훈훈한 외모, 다정한 말투도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만 무엇보다, 자아성찰을 순정하게 풀어내는 시작(詩作) 스타일이 대중의 보편 감성을 건드린다.

 

‘터미널에서 스친 한 노인이/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마음이 아파서인지 몸을 반쯤 접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순수하게 했는데/ 나한테 이러믄 안 되지/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들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집으려는 것’ (‘지구 서랍’ 부분)

 

2006년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 시인은 자신의 연보를 이렇게 정리했다. ‘영화사 전전, 방송사 전전, 잡지사 전전, 출판사 전전, 기획사 전전, 음반사 전전, 아니 전력을 다해 세계를 전전.’

 

압축된 연보를 풀면 이렇다. 한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차에 통장을 털어 단편영화를 제작했고, 프랑스 파리영화학교에서 2년을 보낸 이병률은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지만 해외에 있어 청탁 한 번 받지 못했다. 대신 전력을 다해 세계를 전전했고 돌아와 다시 방송사와 음반사와 출판사를 전전했다. 여행에서 쓴 글과 찍은 사진을 엮은 ‘끌림’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타 작가가 됐다.

 

“중요한 것은 옥탑방과 장도여행이 이병률 시의 두 축을 이루고 있으며 그 둘이 싸우고 화해하면서 친밀성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에 접근하여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에 붙인 고 최하림 시인의 해설 이후, 이병률의 시는 줄곧 ‘고독과 방랑’으로 요약됐는데 다섯 번째 시집도 이 거푸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시인은 이제 ‘고독과 방랑’을 통해 사람의 자리를 묻고,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겁니다’(시 ‘이별의 원심력’)

 

신작은 이런 단정한 기다림과 고백의 기록들이다.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 60편을 읽고 나면 “멍이 몸 바깥으로 홀연히 나가고 있는”(김소연 시인) 듯한 위로를 받는다. 시집 뒤 표지에 붙인 산문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c9504584bfd946f58721f5cbef94bb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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