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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황수아 첫 시집 <뢴트겐행 열차>

by 정소슬 posted Sep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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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아의 열차에는 누가 탑승하고 있을까?

[주목할 만한 신간] 황수아 시집 <뢴트겐행 열차>

[오마이뉴스] 17.09.28 13:24 l 최종 업데이트 17.09.28 13:24 l 홍성식(poe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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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수아(37)에게선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파리를 휘청대며 걷던 초현실주의자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다. 황 시인의 첫 시집 <뢴트겐행 열차>(문학수첩)의 저자 서문을 살짝 고쳐봤다.

 

"마음의 발자국을 복원하며 생각했다. 삶은 우연이면서 선택이었고, 너무 쉬운 문제에 대한 오답과도 같았다."

 

좋은 시인은 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 황수아의 경우도 적지 않은 사회적·문학적 고민 속을 통과했던 청춘이 있었을 터. 그 때문일까. 1920년대 초현실주의자들의 그랬듯 황 시인 역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세계인식을 거부한다. 이런 노래를 통해서다.

 

성격이 급한 매미는 곧 집을 벗어 놓고 떠나갔다

나는 외로웠지만

행인들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표현했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소식을 전해왔다…

- 위의 책 중 '책갈피' 일부.

 

보통의 사람들은 매미에게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만을 읽어낼 뿐이지만,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울음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매미의 짧은 생을 자신의 삶과 동일화시킨다. 좋은 은유다.

 

등록금 고지서를 통해 발견하는 '실존'

 

이어지는 시 '우리는 실존주의 강의를 들었지'에서는 황수아의 시적 자각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일 년 중 가장 따스했던 날

우리는 실존주의 강의를 들었지

교정에 목련은 만발했고

학습의 목표는 실존이었어

우리의 우상은 한결같이 카뮈였지만

우리에게 실존은

등록금 고지서에 인쇄된 우주의 크기였지…

 

한 편의 잘 쓰인 소설처럼 기승전결을 갖춘 도입부다. 존재와 실존의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청년들의 화두 혹은, 고민덩어리였다.

 

그걸 알베르 카뮈나 장 폴 사르트르처럼 우회의 방식으로 어렵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등록금 고지서'로 직결시키는 황 시인의 위트가 발군이다. 쉽게 쓰인 시 같지만 긴 수련의 시간 없이는 쉬이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다.

 

<뢴트겐행 열차>엔 위에 언급된 두 편의 시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많이 탑승하고 있다. 존재의 비현실감을 노래한 '가방', 절멸하는 것들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실루엣', 우리가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들과의 불화를 담담히 읊조리는 '불확실성의 나비'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황수아의 시편들 곳곳에는 시인 특유의 자의식, 시에 대한 질문은 물론 시를 쓰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들이 함축돼 있다"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딱 한 마디만을 더 보태고자 한다.

 

"그 물음들이 황수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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