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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박몽구 새 시집 ‘황학동 키드의 환생’

by 정소슬 posted Aug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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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 인간의 탐욕과 무지, 죽음을 경고

<113> 박몽구 시인 ‘황학동 키드의 환생’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입력 : 2017.08.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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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몽구 시인은 이렇게 서울의 한복판 종각 일대를 헐고 세운 빌딩숲 사이에 심어놓은 병든 메타세콰이어를 통해 인간의 병과 죽음을 경고한다. 인간은 개발이익을 위해 자신의 전통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옛날을 보전하기보다 기존 상가를 헐고 빌딩을 세우는 데 혈안이 돼있다.

 

그렇지만 이런 빌딩숲도 봄이면 훌쩍 크는 메타세콰이어를 누를 수 없다. 메타세콰이어는 도심의 스모그를 뚫고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에게 푸르름을 선사한다. 이런 다섯 그루의 나무 가운데 두 그루가 4월이 되어도 새잎을 피울 생각도 안 하고 링거액을 달고 있다. 새벽 도시락을 싸다가 몸져누운 화자의 어머니에 비유된다.

 

나무가 병든 원인은 땅을 온통 시멘트로 덮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마가 져서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물이 땅에 스미거나 고이지 않고 하수구로 쓸려나간다. 나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나무를 위해 작은 샘 하나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동시에 인간의 무지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마실 물이 없어 겨우겨우 버겁게 서 있는 나무는 “서서히 죽어가는 서울의 눈금”인 것이다.

 

이처럼 시에서 자본의 탐욕과 인간의 무지, 인간의 죽음을 경고하는 박몽구 시인은 1977년 월간 ‘대화’로 등단했다. 광화문 국민광장에서 봄밤을 보내는 세월호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의 심정을 시 ‘광화문 돌베개’로 형상하듯 등단기부터 사회 정치적 재제를 시에 적극 수용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시인은 몇 편의 시에서 오래된 앰프나 스피커를 찾아 재활용 처리장을 뒤지기도 한다. 시집의 표제시 ‘황학동 키드의 환생’은 이런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다.

 

 주말이면 황학동 만물시장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간다

 번번한 비를 그을 전시대 하나 없이

 담벼락에 상처투성이 몸들 다닥다닥 기대고 있는

 엘피판이며 내장이 드러난 장전축들을 보면서

 망각의 강 저편에 놓인 시간의 흉터를

 숨은그림찾기 하듯 짜 맞춘다

 시간의 버거운 부피를 견디느라 흐트러진 내장을

 납땜인두로 외과 수술하듯 꿰매고

 휴면에서 막 깨어난 진공관에 전기를 흘려주자

 막힌 핏줄이 트이며 따스한 음악이

 백목련 부신 목깃 따라 봄볕 퍼지듯 울린다

 문득 구경하고 있던 팔이 쳐진 헌옷더미, 혀를 빼문 카세트

 이 빠진 그릇들이 덩달아 들썩거린다

- ‘황학동 키드의 환생’ 부분

 

 시집에 나오는 시 모두가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이야기 시들이다. 만연의 문체다. 표제시는 세 페이지까지 차지한다. 할 얘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클래식을 좋아하는 시인이 황학동 만물시장에 관심 분야인 엘피판이나 장전축, 진공관을 살펴보러 드나들며 포착한 사물들이 시에 등장해 주제를 확장한다.

 

화자는 만물시장에 나온 오래 된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장전축”에서 다발성 경화증을 딛고 힘차게 활을 비비던 뒤프레의 첼로를 듣고, 산모레 가요제에서 입상한 빈민가 소녀 밀바의 노래를 듣는다. 오래된 전축에서 컬컬한 소리를 걸러주는 부속 몇 개를 공들여 먼지를 닦아주고 “낡은 것들이 간직한 시간의 켜”를 맑은소리로 듣는다.

 

시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는 뭉툭하게 잘리고 서툰 우리말을 하는 베트남 여인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네팔산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뙤약볕 아래서 진종일 열매를 따서 벗겨진 등으로 커피자루를 져 나르는 모습이 아프게 눈에 밟힌다고 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보건대학 강의실에 모여든 미래가 불투명한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허약한 지식이 부끄럽다고 하고, 조계사로 가는 계단에서 저녁준비를 하는 노숙인을 보며 자신의 좁은 아파트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기도 한다. 시인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민과 관심이 시집 이곳저곳에 가득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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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8090942492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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