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蔚山의 시인들 >> 임윤 시인
가슴 뜨거운 놀 줄 아는 시인. 매사 열정적이다.
시인의 약력 -.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 2007년 <시평>으로 등단
-. 2012년 시집『레닌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출간
-. 울산작가회의 회장
시인의 최근작
이도백하에 내리는 눈
기차 바퀴는 눈보라 가르며 절룩댔다
먹먹한 가슴 덜컹대며
압록강 혈류 따라
구불구불 닿은 이도백하
어스름에 몇 남은 봉창의 등불에 이끌려
조선족 식당이란 미닫이를 민다
집 나간 한족 며느리 대신
어눌한 모국어 발음의 손녀딸이 음식을 나른다
된장찌개가 반갑고
짜디짠 김치가 달다
노파는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지만
젖먹이 때 만주로 이주해온 뒤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단다
서울 어디선가 막노동한다는
아들 소식은 묘연하단다
키보다 한 뼘쯤 짧은 뒷방에 누우니
맨발이 문턱에 걸린다
새우등으로 웅크린 이도백하의 겨울밤
소나무에 소복한 컹컹 개 짖는 소리
우지직 부러지는 가지에 관절이 시리다
눈발에 묻어온 차가운 얼굴들이
밤새도록 봉창으로 날아들었다
- 임윤 시집『레닌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