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蔚山의 시인들 >> 이수진 시인
참 결이 고운 시인이다. 서울 친구가 배출한 시인으로 만날 때마다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질투가 나기도 한다. ㅎㅎ
시인의 약력

-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17년 <창작21> 신인상으로 등단.
- 울산작가회의 사무처장
시인의 최근작
바닷가 이발소
당사 이발소
빛바랜 간판 아래 앰뷸런스 서 있었다
들것을 빼고 비상등 요란하게 깜빡이는데
가을볕을 쬐던 노인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슬픈 일도 아니었다
그저 쉼 없이 돌아가는 삼색등 밑에
제 순서를 기다리며 주머니 속
1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찾는 일이었다
다디단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는 것뿐
술은 이제 아무것도 달래주지 않아
뱉어내도 다시 채워지는 어떤 기억
고양이처럼 그르렁 거리며
긴 하관을 빠져나와 세면대 위로 쏟아졌다
일생을 고래로 살았던 김 씨의 눈에
바다가 흘렀다 죽은 물고기처럼
진화에 가담하지 못한 마른 몸
철퍽 소리를 내며 버려졌고
들것에 실려 이발소 유리 문을 나설 때
당사 바다 우우 소리를 내며 철썩였다
김 씨의 발가락 사이로 바다가 하얗게 빠져나갔다
- 《울산작가》29호에서